[성명]화장품 업계는 자원순환을 위한 ‘리필 재사용’ 체계를 마련하라.

2021.02.22 | 폐기물/플라스틱

화장품 업계는 자원순환을 위한 ‘리필 재사용’ 체계를 마련하라.
-화장품 리필 문화 확산을 위한 제안하다.

2021년 3월 24일부터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평가 제도>가 시행된다. 화장품 용기 중 90%가 <재활용 어려움>으로 평가되어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환경단체, 제로 웨이스트 가게들, 시민들이 모인 ‘화장품 어택’ 팀은 일회용 플라스틱과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화장품 용기의 대안을 제안한다.  화장품 용기의 자원순환을 위해 활동하는 ‘화장품 어택’팀은 각 영역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성명에서는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이 ‘화장품 리필 활성화’ 방안을 제안한다.

화장품 용기 재활용 안 돼, 리필 대안 필요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알맹상점’은 소독된 용기를 대여하거나 자기 용기를 가져와 알맹이를 리필해 쓰레기를 줄이고자 하는 가게다. 올해 1월 한 달 동안 상점에서 판매한 리필 제품은 총 97,000리터로, 100리터 용기 970개의 사용을 줄였다. 소비자가 제대로 분리배출해도 화장품 용기의 90%가 재활용되지 않는 현실에서 화장품 용기 재사용 문화는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화장품 내용물만 리필하는 모습은 해외 제로 웨이스트 숍에서나 접하던 문화였다. 그러나 2020년 한국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화장품 소분이 가능한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 자격증을 신설해 국내에 화장품 리필이 가능한 기반을 마련했다.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는 화장품 소분 업무에 종사하고자 하는 자를 양성하기 위해 실시하는 시험으로, 내용물 및 원료관리와 위생관리 등 화장품 품질관리를 다룬다.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 제도 도입 후 서울의 알맹상점, 부산의 천연제작소, 수원 광교 아모레퍼시픽 등 리필 스테이션이 생겨났다.      

리필 재사용, 재활용보다 친환경적  

재활용과 재사용은 동일한 뜻으로 오인되기 쉬운 단어다. ‘재사용’은 이미 사용한 물건을 여러 번  쓰는 것으로 본래의 의도와 용도에 맞게 사용된다는 뜻이다. ‘재활용’은 가공을 통해 본래 의도와 용도와는 다른 형태의 물건으로 제작된다는 차이가 있다. 재활용은 재사용에 비해 사용 후 제품을 수거해 새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따라서 제품을 최대한 재사용하고 본래의 용도로서 더이상 사용하지 못할 때 재활용하는 것이 자원순환이다.

리필 활성화를 위한 방안 제안 

첫째, 대용량 리필 화장품의 개발과 보급이 필요하다. 스킨케어 화장품은 피부에 닿는 제품이라 씻어내는 세정제에 비해 위생관리가 까다롭고 가격이 높다. 즉 화장품을 리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오염이 우려되고, 화장품 리필이 낯설어 소비자 수요를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알맹상점’을 통해 ‘아로마티카’와 ‘티오피라’가 대용량 단위로 화장품을 공급하고 벌크 용기 자체를 회수해 재사용하기로 하였다. 이후 ‘잇츠한불 체이싱래빗’, ‘팜앤코’, ‘컴모멘트리’, ‘아꾸아’,  ‘파밀리아랩’, ‘본헤나’ 등 몇몇 화장품 기업이 참여해 좀더 다양한 대용량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여전히 대용량 단위의 리필 제품을 공급하는 화장품 회사는 극히 한정적이다. 제로 웨이스트 숍과 리필 스테이션은 소비자와 닿는 유통과정의 마지막 종착지다. 대용량 제품의 공급과 용기를 회수해 재사용하는 제조업자와 책임판매업체 없이 리필 문화는 확산될 수 없다. 

둘째, 화장품 용기를 위생적으로 재사용하도록 제작된 용기 보급이 필요하다. 크림 용기를 제외하면 일반 화장품 용기는 입구가 좁아 세척과 소독이 힘들다. 입구가 커야 세척, 건조, 살균이 용이하고 내용물 리필도 편리하다. 아모레퍼시픽의 리필 스테이션에서 사용하는 중간에 입구가 넓게 열리는 형태의 용기가 보급되어야 한다. 또한 아로마티카처럼 제품을 리필하는 공병에 PCR(사용 후 소비자 제품 재활용) 재질을 사용하고 분무기, 펌프, 일반 캡 등 다양한 형태의 뚜껑을 쉽게 교체하도록 디자인된 용기를 생산해야 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화장품 리필에 편리한 공병을 쉽게 구할 수 있다.  

  ⓒ 알맹상점 
ⓒ 아모레퍼시픽

셋째, 소비자가 직접 내용물만 교체할 수 있도록 재사용 제품의 품목을 다양화해야 한다. 현재 리필형은 샴푸, 린스 등의 세정용품과 아이브러쉬, 파우더 팩트 등 일부 메이크업 제품만 나와 있다. 기존 용기의 일부분만 교체하거나 리필해 사용할 수 있는 제품군을 확대해서 소비자가 용기를 재사용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리필 내용물을 담은 포장을 최소화하고 재활용이 용이한 포장재를 사용해야 한다. 교체형 혹은 리필형 제품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리필 제품을 새 제품보다 체감 가격이 저렴할 필요가 있다. 

넷째, 화장품의 내용물을 혼합하지 않고 단순 소분만 하는 리필 스테이션의 경우 까다로운 국가 자격증보다 화장품에 대한 기초 지식, 위생관리 등을 교육하고 관리감독하는 방향을 제안한다. 쓰레기를 줄이는 사회적 물결이 확산되면서 전국에 30개 이상의 제로 웨이스트 가게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화장품 리필을 할 수 없는 곳이 많다. 건강원 창업 시 식품위생교육을 이수하고 정기적으로 위생교육을 받는 것처럼 화장품을 단순 소분할 경우 위생관리 교육을 의무화하고 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을 것을 제안한다. 일반적으로 해외의 제로 웨이스트 가게는 세제와 화장품 제품을 별도의 자격증 없이 소분해 판매한다. 대부분의 화장품 용기가 재활용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화장품 리필은 더욱 중요한 과제다. 따라서 더 많은 가게에서 화장품을 리필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화장품 리필 활성화를 위한 우리의 요구

-화장품 업계는 대용량 리필 제품의 개발과 보급에 나서고 관리 방안을 제시하라.
-화장품 업계는 리필에 용이한 재사용 용기를 개발하고 보급하라.
-화장품 업계는 리필형과 교체형 제품군을 확대하고, 리필 내용물을 담은 포장을 최소화하고 재활용이 용이한 포장재를 사용하라.
-당국은 화장품 리필의 위생관리 지침을 마련하고 리필 스테이션의 보급을 위해 제도를 개선하라.

*문의: 알맹상점 고금숙 (010-2229-1027,kokumsook@gmail.com)/녹색연합 허승은 (070-7438-8537, plusa213@greenkorea.org)

2021년 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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