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SOFA 개정이다 (3) – 주한미군 기지 환경오염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

2002.12.23 | 군기지

그동안 2회에 걸쳐 주한미군기지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현황을 알아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오염의 발생부터 처리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주한미군 환경오염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또 문제해결을 위해 우리 정부는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녹색연합은 이번 기획연재를 통해 다시한번 SOFA의 올바른 개정을 요구하며, 미국 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 또한 올바른 한미관계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3회 : 주한미군 기지 환경오염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

1. 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른 반환예정지 오염 조사와 복원의 문제

2000년 2월 14일 대구 미군 기름 수송용 송유관 파손 기름유출사건은 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라 한국 측으로 반환될 예정인 미군기지 환경오염 조사와 복원에 관해 많은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송유관은 한국종단송유관(Trans Korea Pipeline, TKP)이다. 한국종단송유관은 경기도 의정부와 경북 포항을 잇는 총연장 452㎞의 미군전용 송유관으로, 1968년 1ㆍ21사태와 미 정보수집함 ‘푸에블로’ 납치사건을 계기로 전시주요물자인 유류를 전방까지 안전하게 수송할 목적으로 1970년 한국정부가 공여한 토지에 미정부가 자체 예산을 들여 건설하였다. 주한미군이 전적으로 운영권을 행사해 오던 한국종단송유관은 지난 1992년 미군과 한국정부 상호간의 이해관계1)가 맞아 떨어져 국방부로 소유권이 넘어왔다. 이 과정에서 1992년 당시에는 어느 누구도 송유관 기름 유출로 인한 토양과 지하수 오염은 생각하지도 못한 채, 단순히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근거하여 주한미군이 소유·운영하던 송유관과 관련된 시설, 장비 등 모든 것을 한국측이 무상으로 넘겨받은 첫 사례라는 것에 의의를 두며 기뻐했었다. 그리고 2000년 8월14일 주한미군과 한국정부는 ‘한·미 기술계획협약’을 체결하고 일부 구간을 제외한 한국종단송유관을 2002년 9월말까지 폐쇄하고 남북송유관(SNP)을 이용키로 전격 합의한다.2)

이 한국종단송유관은 2002년 12월 현재까지도 폐쇄되지 않고 있지만 곧 폐쇄 조치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공여지로 묶여 있던 송유관이 지나가는 부지에 대한 토지재산권 행사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토양이 오염되었는지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그중 일부 토양오염은 1992년 이전에 발생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종단송유관과 관련하여 송유관 기름유출로 인해 오염된 토양의 제거와 복원에 대해 한국정부가 미군측에 요구할 사항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는 1992년 당시 소유권이양과정에서 환경오염에 대한 논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철거와 복구 비용은 전적으로 우리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잘못된 정부의 판단을 온전히 국민이 떠안게 된 것이다.

지난 2002년 10월31일,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이 국회비준을 거쳐 발효됨에 따라, 용산에 위치한 아리랑택시부지가 내년(2003년) 상반기에 그 첫 테이프를 끊는 것을 시작으로 2011년까지 28개 기지 2백14만평과 훈련장 3개 지역 3천9백만평 등을 우리 정부가 반환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까지도 반환되는 아리랑택시부지의 환경오염을 언제부터, 누가 어떻게 조사할 지를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아리랑택시부지는 특성상 기름유출에 의한 토양오염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한국종단송유관 이전 과정에서 보인 실수를 한국정부는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환경부를 중심으로 마련 중인 반환예정 미군기지 환경오염조사 계획과 복원 계획, 그에 따른 예산 마련 계획을 즉시 국민에 공개하여 혹시 있을지도 모를 잘못된 사항을 하루빨리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한미군이 저지른 환경오염에 대해서는 미군측이 완전 정화할 의무와 정화비용을 환경오염을 저지른 미군측이 모두 부담해야한다는 조항을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명문화시켜야 한다. 환경오염을 발생시킨 자가 오염을 완전 정화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 정화비용을 오염자가 모두 부담하는 것 역시 매우 당연한 일이며, 이러한 강제조항은 환경오염을 사전에 철저히 방지할 수 있는 예비 대책으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2. 책임자 처벌없는 주한미군 환경오염사건 처리의 문제



2000년 7월 서울 시민뿐만 아니라 전국민의 분노를 가져왔던 한강독극물방류사건 처리과정은 우리의 성과와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한강독극물방류사건이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알려지고 분노의 여론이 들끓자, 한국역사상 처음으로 주한미군사령관이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국민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은 2000년말 주둔군지위협정 개정의 원동력이 되었으며, 환경양해각서를 체결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독극물 방류의 책임자 맥팔랜드는 한국 법원의 두차례에 걸친 소환을 무시하며, 2002년 12월말 현재까지도 버젓이 미8군용산기지안에서 생활하면서 영안실 소장으로 승진까지 한 상태다. 1000만 시민의 젖줄인 한강에 독극물 포름알데히드를 방류하는 만행을 저지르고도 어느 누구하나 처벌이 없다는 것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이 개정되었음에도 여전히 한미관계가 불평등하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지난 2000년도 이후 주한미군이 저지른 환경오염 사건 중 그 책임자가 처벌된 사안은 한건도 없다. 아니 주한미군 주둔이후 한반도에서 미군이 저지른 환경오염 사건 중 어느 한건도 책임자가 처벌된 예가 없었다.

일벌백계라는 말이 있다. 환경오염을 저지른 미군 책임자를 한국관련법에 따라 한국법정에서 처벌하는 것은 일벌백계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한국법정에서 처벌이 가능해진다면 2002년 한해동안 3건의 기름오염사건이 발생한 용산미군기지처럼 같은 지역에서 유사한 환경오염 사건이 되풀이 되는 현재의 악순환을 끊을 것이다.

3. 주한미군기지내 오염 지역에 대한 한미공동조사의 선례가 없는 문제

지난 2002년 한미양국은 주한미군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정보 공유와 접근 절차’에 대해 합의하였다. 새롭게 추가된 ‘환경정보 공유와 접근 절차’는 ① 미군기지내 환경사고 발생시 우선 전화 통보, ② 전화 통보 후 48시간 내 서면 통보, ③ 환경사고 발생이나 기지 반환시 한국 공무원의 출입절차 마련, ④ 주한미군 환경관리 기준을 우리 법에 맞게 개정한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합의문에 근거하여 주한미군기지 내 환경오염지역에 대한 실질적인 조사가 이루어진 곳은 단 한곳도 없다.

2002년 12월 현재 여전히 그 원인을 둘러싸고 논란이 되고 있는 녹사평역 기름오염사건은 ‘환경정보 공유와 접근절차’의 선례를 만들 수 있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녹사평역 기름 오염사건의 원인을 놓고 주한미군은 용산미군기지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고 발뺌을 해왔다. 그러나 ① 녹사평역에서 유출된 등유 성분이 미군부대 난방유 성분과 일치한다는 언론보도(2001년8월17일 문화일보), ② 서울시가 지하수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8월 농업기반공사에 의뢰해 미군기지 안 28곳과 녹사평역 주변 8곳에 관정을 뚫은 결과 지하수가 미군기지에서 녹사평역으로 흐르고 있다는 조사결과, ③ 미군이 약 5억원을 들여 유출차단 작업을 한 뒤 녹사평역에 고였던 기름의 양이 하루 약 10ℓ에서 0.5ℓ정도로 줄었다는 관계자의 진술, ④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과 삼각지역 구간의 선로에서 기름 유출이 확인된 사실3) 등이 밝혀지면서 녹사평역 기름오염의 유출원이 미8군용산기지 내부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자, 미군측은 기름오염 성분중 극히 적은 양을 차지하고 있는 휘발유부분에 대해서만 용산미군기지에서 흘러나왔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주한미군측이 인정하고 있는 휘발유 성분이 어디서, 어느 경로를 거쳐 녹사평역 집수정에 고이게 되었는지를 알고, 주한미군측이 완강히 거부하는 등유 성분이 미군측 주장대로 용산미군기지에서 흘러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한국정부가 미군과 공동으로 용산미군기지 내부를 샅샅이 조사해야 될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2002년 들어서만 3건의 기름오염사건이 발생한 용산미군기지 내부는 철저한 한미공동조사가 필요한 지역이다. 따라서 한국정부와 주한미군은 용산미군기지 공동조사라는 선례를 만들어 한미양국이 합의한 ‘환경정보 공유와 접근절차’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구체적 사례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경오염 조사와 오염지역 복원 실무를 담당할 주체와 실무단 구성의 세부절차에 대한 구체적 합의를 내오고, 이를 강제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비를 갖추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구성하고 강제할 수 있는 조치를 한국과 미국은 빠른 시일내에 마련해야 할 것이다.  

4. 너무나 저자세로 일관하는 한국정부 태도의 문제

2002년 7월8일 대구미군기지(캠프 워커)부대 내 골프장 연못굴착공사 중 5,000㎥의 토양이 기름에 오염된 것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주한미군측이 이를 대구 남구청에 통보한 것은 한달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였다. 이는 새롭게 한미간에 합의된 ‘환경정보 공유와 접근절차’ 중 환경오염사건이 발생하면 48시간이내 한국측에 통보한다는 내용을 어긴 것이다. 이에 대한 대구 남구청의 항의가 이어졌고, 환경부 담당자가 참석한 가운데 논의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논의 과정 중 웃지못할 사건이 발생했다. 환경부 관계자가 주한미군이 48시간 이내 통보해야할 환경오염사건은 환경오염 물질이 기지 밖으로 유출된 사항에 한해서라고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다. 한국정부로서 당연히 자국민의 이해를 대변해야 하는 환경부가 남구청의 주장을 무시하며, 주한미군에게 유리한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다. 이러한 한국정부의 저자세는 이후 캠프워커측이 오염된 토양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미군측이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알리지도 않고 미군기지내 A3비행장 활주로 지역에다 덤프트럭 15대 분량의 기름에 오염된 토양을 불법 매립을 초래하게 되었다. 특히 매립이 진행된 A3비행장 활주로 지역은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의해 미군이 2007년까지 한국정부에 반환키로 합의된 지역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환경부의 잘못된 유권해석으로 한국측에 알리지도 않고 용산미군기지 다목적운동공사현장에 3달이 넘게 방치되고 있던 기름오염토양에 대해서도 우리는 어떤 주장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미국에 대한 한국정부의 소극적인 자세를 뛰어넘는 비굴한 자세는 환경오염문제뿐만 아니라 미군장갑차 여중생압사사건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국가의 존재이유가 국민보호에 있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한국정부가 하루빨리 깨닫고,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한다. 이 길만이 한미우호관계를 유지하는 지름길임을 미국측도 알아야 할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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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주한미군의 단계적 감축계획에 따라 그동안 송유관을 관리·운영해오던 미 병참단의 감축이 불가피해진데다 평균수명이 5∼10년인 송유관개체 비용부담을 덜기 위한 미군측의 이해와 유공 등 국내 민간정유업체들이 송유관을 사용하며 미측에 내던 연간 36억원의 임차료를 내지 않아도 되고, 주한미군이 사용할 유류는 무료 수송해주되 저유비용으로 미측으로부터 연간 4백70만달러를 받을 수 있게 된다는 한국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주2) 합의문은 한국종단송유관 중 인덕원~평택(74㎞), 대구비행장~왜관(28㎞) 구간을 제외한 350㎞ 구간을 2002년 9월30일까지 폐쇄한다는 내용과 주한미군측이 SNP 이용료로 우리 정부에 연간 4백70만달러를 지불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470만달러는 기존의 저유비용으로 미군측이 한국정부에 지불하던 금액과 같은 금액이다.

주3) 선로위에서 기름이 발견된 장소가 미군부대와 불과 300여 미터도 안 떨어져 있으며, 집수정을 기준으로 미군기지에 더 가깝고, 주위에 달리 기름 유출이 발생할 장소가 없다는 사실은, 녹사평역 기름 오염이 미군기지에서 발생하였다는 것을 뒷받침해 준다.

※ 문의 :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박인영 간사 (02-747-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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