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미 국무부 부장관 아미티지 방한에 즈음한 미국의 이라크 침공반대! 대북 적대정책 철회! 아미티지 방한 규탄 기자회견

2002.12.10 | 군기지

미 국무부 부장관 아미티지 방한에 즈음한
미국의 이라크 침공 반대! 대북 적대정책 철회! 아미티지 방한 규탄!
600여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문

두 여중생 사망시킨 미군장갑차 운전병에 대한 무죄평결에 대한 범국민적인 항의의 거센 물결이 온 나라를 휘감고 있다. 돌이켜 보면 지난 56년 동안 지속된 불평등한 한미 관계 속에서 미국과 주한미군은 이 땅에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예외적인 특권과 특혜를 누려왔다. 지금 이 땅 곳곳에서 반미의 함성이 메아리 치는 진정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의 패권주의적인 정책은 세계 도처에서 저항과 분노의 표적이 되어 왔다. 특히 9.11 이후 노골화된 군사주의적이고 호전적인 태도는 전세계의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특히 유래 없는 철저한 무기사찰도 모자라 기어이 이라크 침공을 강행하려 하는 미국의 전쟁정책은  그 부도덕성으로 인해 전 세계 평화애호 세력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이렇듯 국내외의 반미여론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방한하는 미 국무부 부장관 아미티지의 목적은 명확하다. 한반도와 관련해서는 대북적대정책을 관철시키고, 대외적으로는 이라크 침공에 따른 한국군 파병과 전쟁지원을 관철시키려는 의도 외에 아미티지가 한국을 방문할 이유가 없다. 이 같은 배경을 염두에 둘 때, 아미티지의 방한 자체가 지금 이 땅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분노와 규탄의 목소리에 대한 정면 도전이며, 한국을 자신의 부도덕한 세계전략에 손쉽게 동원할 수 있는 예속적 국가로 여기는 패권적 태도의 발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아미티지의 방한은 물론 그가 와서 우리에게 강요하고자 하는 대북적대정책과 이라크 전쟁 지원 모두에도 단호히 반대함을 분명히 밝힌다..

부시 집권 이후, 특히 북한핵 개발의혹을 제기한 이래 약 2개월간 미국이 보여준 태도는 그동안 한반도에서 이루어진 평화정착과 대화협력 노력을 전면 무시하는 독선적인 것이었다. 그 동안 미국은 북이 핵을 보유 또는 개발하고 있다는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북에는 사찰 요구를, 남측에는 각종 남북 협력 사업과 경제 지원 중단을 강요해 왔다. 부시는 북한과 이라크는 다르다고 말하고 있으나 북한문제에 접근하는 미국의 태도는 일방적 강요로 점철된 미국의 대이라크 정책과 너무도 흡사하다. 미국은 이라크에 대해서도 아무런 확증이 없이도 사담 후세인 존재 자체가 가장 분명한 대량학살무기 개발의 증거이자 현존하는  위협이라며 대이라크전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미국의 세계 패권 정책의 일환인 대이라크 전쟁의 다음 차례가 한반도가 될 수도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점에서 한국 정부의 대이라크 전쟁지원은 단지 부도덕한 전쟁에 사실상의 용병을 파견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문제를 넘어서 어렵게 형성한 남북화해와 협력의 길을 스스로 봉쇄해버리는 어리석은 자기파멸의 길이 될 것이다. 또한 그가 강요할 대북적대정책 역시 한반도를 동일한 파국으로 이끌 것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선택이 강요되는 것을 우리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이번 아미티지 방한이 차기 정권을 선출하는 남한의 정치적 전환기에 맞추어 이루어진 점에 주목한다. 이는 아미티지의 방한이 의도적이건 아니건 간에 한국 차기정권 담당자에게 ‘한미 공조’라는 전가의 보도를 내세운 굴종적 태도 강요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아미티지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한국 내의 반미 열풍에 대해서도 모종의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높다. 그가 불평등한 한미관계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책을 상의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면 그가 이 땅에 발을 디딤으로써 우리가 기대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폭력은 폭력을 부르고 전쟁은 전쟁을 부른다.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우리의 두 여중생도 모자라 미국이 벌이는 부도덕한 전쟁의 사지로 우리의 아들딸을 내몰 수는 없다. 우리가 이라크에 대한 일방적 군사위협에 동조함으로써 한반도에도 동일한 정책이 용인되도록 하는 어리석은 일에 동참할 수 없다.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갈구하는 만큼, 전쟁 없는 세계를 희구한다. 우리는 전지구적인 평화애호세력과 함께 미국의 패권적 전쟁 기도를 저지하고 한반도와 전 세계의 평화 정착을 위해 굳건히 연대할 것이다.

2002년 12월 10일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전쟁에 반대하고 평화실현을 원하는 600여 시민.사회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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