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팔랜드 선고공판을 즈음한 논평

2004.01.09 | 군기지

2000년 2월 9일 미 군무원(현재 승진 미8군 영안실 소장) 맥팔랜드 앨버트가 일으킨 한강 독극물 방류사건은 사건발생 3년 10개월, 정식재판에 회부된 지 2년 9개월만인 2003년 12일 12일 첫 재판이 열렸다. 그리고 2004년 1월9일, 맥팔랜드에 대한 선고 공판이 맥팔랜드가 출석하지 않은 채 서울지법 형사 15단독(김재환 판사)에서 열린다. 오늘 선고가 내려진다면 4년 동안에 걸친 맥팔랜드의 한강 독극물 방류 사건은 종지부를 찍게 된다.

녹색연합은 2000년 7월 20일, 독극물인 포름알데히드 20박스(1박스당 475ml, 총 480병)를 한꺼번에 한강으로 연결된 하수구를 통해 무단 방류한 맥팔랜드와 주한미군 사령관을 우리나라의 유해화학물질관리법과 폐기물관리법, 수질환경보전법을 위반한 불법 행위로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2000년을 뜨겁게 달궜던 용산 미군기지 한강 독극물 방류 사건은 우리 국민들이 미군에 의한 환경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온 국민의 충격과 분노가 커지자 2000년 7월 24일 다니엘 페트로스키 미8군사령관은 포름알데히드 한강 무단방류 사건과 관련, “한국 국민 여러분께 불안과 심려를 끼친 데 대해 미8군사령관으로서 공식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해 드린다.”고 밝혔다. 미8군사령관이 주한미군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공식사과를 한 것은 1945년 해방과 함께 주한 미군이 한국에 주둔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2000년 연이어 일어난 문학산 기름오염 사건, 캠프 이글 기름오염 사건, 캠프 하우즈 기름 오염 사건 등은 그동안 미군기지가 환경문제의 사각지대였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2000년 8월 2일, 한미 SOFA 개정협상이 시작되었고, 환경단체와 시민들의 끊임없는 요구를 통해 2001년 1월 개정된 ‘한·미 SOFA’에는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가 채택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는 미군당국의 법적 의무가 결여되어 있으며 선언적인데 불과하다는 점, 미군의 환경범죄에 대한 행위자처벌과 환경정화비용의 지불이나 오염피해에 대한 구제의무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 등 실질적인 미군이 일으킨 환경문제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맥팔랜드는 그런 엄청난 환경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영안실 소장으로 승진한 상태이다. 이런 인사조치에 대해 미군당국은 적임자라는 이유를 대고 있으나 범죄행위를 저지른 자에 대해 총 책임자 역할을 맡긴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미군당국은 한국 검찰의 약식 기소에 대해 벌금을 내면서까지 한국의 재판권 행사를 인정하다가 공식 재판에 회부되자 돌연 공무증명서를 제출하여 자신들이 재판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SOFA 규정상 ‘공무’라 함은 공무집행 기간 중에 행한 모든 행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집행하고 있는 공무의 기능으로서 행하여질 것이 요구되는 행위에만 적용된다고 되어 있다. 미군당국이 맥팔랜드의 행위를 공무라고 주장하는 것은 스스로 범죄행위를 “공무의 기능으로서 요구되는 행위”로 인정하여, 자신들을 범죄 집단이라고 인정하는 셈이다.

2000년을 장식한 10대 사건으로 손꼽히던 중대범죄가 벌금 500만원으로 끝날 상황에 처했다. 한강 독극물 무단방류 사건이 벌금 500만원으로 끝난다면 현재 95개 미군기지 곳곳에서 일어나는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과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특히 이 사건이 기지 안에서 일어난 사건이고 제보가 없었다면 한국 국민들 그 누구도 모른 채 묻힐 수 있었다. 지금도 미군기지안에서는 어떤 환경사고가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새해 벽두부터 주한미군은 파주시 진동면 서곡리 민간인통제구역에 불법적인 대규모 군사시설 신설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공사로 인해 한반도 ‘생태계의 보고’인 민통선 안의 수려한 산림생태계가 송두리째 파괴되고 있다. 또한 독수리(환경부 보호야생조류 22호, 천연기념물 243호), 두루미(천연기념물 202호), 재두루미(환경부 보호야생조류 30호, 천연기념물 203호), 개리(환경부 보호야생조류 7호, 천연기념물 325호)를 비롯한 노루, 고라니, 멧돼지 등의 야생동물들의 서식지가 위협받고 있다. 용산 미군기지에서 또한 전국의 낡은 미군 송유관으로 인해 빈번하게 일어나는 기름유출 사고에 대해서도 복원은커녕 공동조사 조차 이뤄지고 있지 않는 것이 현실이고, 조사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그 결과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언제까지 미군이 한국의 자연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환경사고를 일으키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만 하는가?

한미 양국은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라 오는 2011년까지 미군은 28개기지 및 시설 214만평과 훈련장 3개 지역 3,900만평 등 4,100여만 평을 반환하고 한국 측은 신규토지 154만평을 공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연합토지관리계획에도 환경오염에 대한 원상복구 규정이 없다. 앞으로 반환되는 기지의 환경오염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대표적인 미군기지 환경오염 사건이 이대로 끝나서는 안 된다. 선고공판 연기를 통해 검찰과 경찰은 지금이라도 시간을 갖고 소재지 파악에 나서 맥팔랜드를 재판정에 출석시켜 엄격한 법의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하루 빨리 미군기지의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대로 된 SOFA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미군 한강독극물 무단방류사건 일지>

2000. 7.13 녹색연합,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미군 독극물 방류 사건 발표 공동기자회견
2000. 7.14 슈미트 주한미군사령부 공보실장 대리 미군 독극물 방류 시인
2000. 7.14 독극물 한강방류 규탄집회
2000. 7.20~23 녹색연합, 일본 오키나와 반기지 NGO 대회 파견
2000. 7.20 녹색연합 주한미군사령관 및 맥팔랜드 고발
2000. 7.20 독극물 한강방류 미국정부 공식사과 촉구-서울시의회
2000. 7.21 미8군 사령관 서울시 방문 계획 취소 해프닝
2000. 7.21 주한미군,독극물 조사팀장 격상
2000. 7.23 시민단체들, 미군 독극물 방류 규탄대회
2000. 7.24 미8군사령관 다니엘 페트로스키 독극물 무단방류 공식사과
2000. 7.25 국회의원, 미군 독극물무단방류관련 책임자 처벌 촉구
2000. 7.25 녹색연합, 독극물 방류사건 공동조사 요구
2000. 7.27 환경부, 독극물 조속한 진상규명 거듭 촉구
2000. 7.28 보즈워스 美대사 국회 평화통일포럼 주최 정책간담회에서 독극물방류 사과발언
2000. 7.29 서울역 SOFA 개정과 독극물 방류 규탄을 위한 시민궐기대회
2000. 8. 2 한.미 SOFA 개정협상 시작
2000. 8. 3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협상결과 발표 2개월 뒤 미국에서 열릴 협상에서 환경문제 등 논의하기로 결정
2000. 8. 3 시민단체들, 제8차 SOFA 서울 개정협상결과에 실망논평 발표
2000. 8. 4 방미 중인 여야 3당의 의원 9명은 애틀랜틱협회가 주최한 토론회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의 필요성을 강력 제기
2000. 8.11 녹색연합, 검찰 고발인 조사
2000. 8.12~20 녹색연합, 미국 푸에르토리코 평화대회 대표단 파견
2000. 8.31 검찰, 한강독극물방류사건 직접 방류자 소환조사
2000. 9. 7 녹색연합 미군 독극물방류사건에 관한 2차 기자회견
2000. 9. 8 주한미군, 한강독극물무단방류사건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
2000. 9. 8 검찰, 한강독극물무단방류지시자인 맥팔랜드 앨버트(미8군 영안실 부소장) 소환
2000.10.13 검찰, 독극물 방류지시 미군 앨버트 불구속기소
2000.11. 2 주한美사령관 서울시방문 ‘독극물’ 사과
2000.11.29 경실련, 주한미군독극물한강방류 고발자에게 ‘경제정의실천시민상’ 수여
2000.12. 5 녹색연합, 1990-2000 주한미군환경사고 보고서 발표
2000.12. 7 녹색연합, ‘주한미군의 독극물무단방류사건’ 올해 10대 환경뉴스 선정
2000.12. 8 인권운동사랑방, `인권 10대뉴스’에 ‘한강 독극물방류로 인한 SOFA개정투쟁확산’ 선정
2000.12.10 ‘2000년 연합뉴스 국내 10대 뉴스’, 주한미군 잇단 물의 선정
2000.12.14 환경과 공해연구회, 올해의 공해인에 ‘주한미군’ 선정
2000.12.28 SOFA개정협상 결과 공식발표
2001. 3.23 서울지검, 한강 독극물방류 미군 벌금 500만원 약식 기소
2001. 4. 5 서울지법, 미군 독극물방류 정식재판 회부
2001. 5.15 주한미군, `독극물방류’ 재판회부 반발
2001. 5.16 법원, 미군독극물방류사건 공소장 송달이 알려짐
2001. 5.28 미군, 독극물방류 재판 불응 통보
2001. 5.3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규탄성명
2001. 6. 3 주한미군, ‘독극물방류’벌금 환급 요청
2001. 6. 9 최경원 법무부 장관, 독극물방류사건 형사재판권 입장 표명
2001. 8.22 주한미군, `맥팔랜드 재판’ 거부
2001. 8.23 녹색연합 한강독극물방류사건 주범 맥팔랜드 공개수배
2002. 1.25 서울지법 맥팔랜드 구인장 발부
2002. 1.26 주한미군, 맥팔랜드 구인 거부
2002. 1.28 맥팔랜드 영장심문 불출석
2002. 2.21 법원, 맥팔랜드 구인장 재발부
2002. 3.17 주한미군, 맥팔랜드 신병인도 또 거부
2003. 9. 3. 공소장 송달 미군 측 비협조 무산
2003.10.17 관할 용산 경찰서의 형식적 업무처리 진행으로 공소장 전달 못함.
2003.12.12 맥팔랜드 첫 재판
2003.12.19 한강독극물(포름알데히드)방류사건 수질환경법 위반 혐의 결심공판
2004. 1. 9 선고공판


     2004. 1. 8
▶ 문의 : 자연생태국 박인영 (011-9873-8500, 02-747-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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