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받은 미군기지 3년째 방치되다

2004.04.07 | 군기지

부산 USOM(미 장교숙소) 폐기물 수십톤 방치
부산중심 도시 녹지 훼손

미군에게 반환받은 지 3년이나 되어가는 부산의 미군 장교숙소 부지가 각종 생활 쓰레기와 건축 자재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으나, 행정청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작년 여름 태풍이후에는, 높이 15m가 넘는 40여년생 나무 14그루가 벌목되어 방치되고 있다.



부산진구 연지동 하야리야 미군기지 바로 앞에는 과거 미군장교숙소(USOM)로 사용되던 5천여평에 달하는 부지가 있다. 성지로와 하야리야 부대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USOM은 부산의 중심인 부산시청과 부산진구청 사이에 있는 땅으로 99년 12월 미군의 한국 내 무상사용 사유재산의 하나로 시민들의 품으로 반환되었다. 그러나 반환 이후 행정청의 관리소홀과 이해부족으로 인해서 한 아름씩 되는 40년생 나무 14그루가 벌목이 되고 비닐, 플라스틱, 가방, 이불 등 각종 생활 쓰레기가 투기되는 등 방치되어 있다.

99년 반환 이후, 2002년 국립국악원 건립이 확정되고서도 협의가 지연되는 동안 부지는 별다르게 활용되지 못하였다. USOM은 빌딩과 주택, 아파트 들이 밀집하고 인근에 연지초등학교가 위치해 있어 반환 이후 지역 주민들의 녹지 및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기에 손색이 없다. 특히, 미군장교숙소로 쓰이던 부지내에는 이미 히말라야 시다(개잎갈나무), 삼나무, 벚나무 등 40~50년 되는 30여그루의 거목들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따로 식재의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부지 관리권을 가지고 있는 부산진구청은 작년 03년 여름 태풍으로 인해서 히말라야 시다가 쓰러질 가능성이 있어 재해예방의 차원에서 거목들을 벌목하였고, 예산부족의 이유를 들어 벌목된 나무와 건물철거시 발생한 쓰레기들을 전부 수거하지 않았다. 곧 국립국악원이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에 미수거된 쓰레기와 벌목된 나무들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직 공사발주도 되지 않은 국립국악원은 빨라야 6월에 실제 공사착공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한편 국립국악원은 외래종인 히말라야 시다가 국악원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종을 변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질 관리권을 구청으로 넘긴 부산시 역시 제대로 중간 감독의 역할을 하지 않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지하탱크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철거하지 않은 바닥재들이 현장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용역회사가 제출한 건물 철거에 관한 보고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통과시켰다.

이러한 USOM부지의 현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LPP(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라 전국 28개 기지와 3개의 훈련장이 반환될 예정이고, 50년 이상 군 기지로 사용되었던 용산기지의 반환이 확실시 되고 있다. 그러나 반환 이후 제대로 된 계획과 관리가 없다면 이번 경우와 같이 도심의 흉물이 되어 오히려 골칫덩이가 될 것이며, 난개발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크다. 앞으로 반환될 미군기지 활용 계획에 대한 좋은 예가 될 수 있도록 USOM 부지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하하고 국립 국악원 건설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우리의 주장
– 부산진구청은 폐기물을 수거하고 USOM 녹지를 보존하라
– 부산시는 부지관리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도시 공원으로 복원하라
– 국립 국악원 건설을 전면 재검토하라
– 정부는 반환되는 미군기지의 종합적인 복원 및 관리계획을 정밀하게 수립하라

문의 : 자연생태국 고지선 간사 02-747-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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