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매향리 폭격장 이전계획 전면 재검토하라

2005.08.26 | 군기지

매향리 미 공군 폭격장 폐쇄가 눈 앞에 다가왔다. 그러나 매향리의 ‘다시 찾은 봄’을 기뻐하기도 전에 우리는 농섬에 남겨진 심각한 환경오염과 “제 2의 매향리가 될 수 없다”는 군산과 태백․영월주민들의 외침을 접하게 된다. 2004년 4월 18일, 매향리 폭격장 완전폐쇄가 알려진 이후 대체 훈련장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고, 국방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매향리 폭격장 폐쇄가 알려지면서 태백, 영월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는 단식과 삭발 농성에 돌입했다. 태백산 필승 폭격장을 대체 훈련장으로 사용하려는 국방부의 계획에 대한 강력한 반대의사 표시였다. 주민들은 1981년 필승 폭격장 건설이후 끊임없이 폭격으로 인한 소음 피해에 시달려왔으며, 대체 훈련장으로 사용될 경우 퍼부어질 폭탄의 양과 비행기 소음이 현재보다 심각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또한 백두대간의 심장부이며 낙동강과 한강의 발원지인 태백산의 생태계가 더욱 파괴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공군은 2004년 6월 8일, 주민간담회를 통해 매향리 폭격장을 태백산 필승 폭격장으로 이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도 ‘2004년 6월 6일, 한미 양국은 군사임무전환 이행계획을 수정하여 필승/직도 사격장으로 옮겨가는 것에서 직도 사격장을 사용하는 것에 합의하였다’고 명시되어 있다.  

최근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한 언론을 통해 태백산 필승 폭격장이 대체 훈련장으로 또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방부는 필승 폭격장이 건설될 당시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반반씩 사용하기로 합의한 대로 주한미군의 훈련 배당 시간 내에서 훈련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한다. 이전이 아니라 기존 합의를 따르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것은 폭격장 이전과 다름없다. 주민들이 반대한 이유는 매향리 폐쇄로 인해 주한미군이 필승 폭격장에서 벌이는 훈련 시간이 증가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국방부의 계획은 명백히 주민들과의 약속을 깨뜨리는 것이다. 만약에 언론을 통해서 필승 폭격장에 대한 재검토 문제가 공개되지 않았더라면 국방부는 주민들 몰래 미군의 훈련량을 늘이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셈이다. 이것은 더욱더 주민들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국방부는 매향리 대체 훈련장으로 필승 폭격장을 두 번 다시 언급해서는 안 된다. 현재 국방부의 말 뒤집기에 분노한 주민들은 필승 폭격장의 완전 폐쇄까지 요구하고 있다.

또한 지난 8월 23일, 군산과 전북의 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을 통해 국방부가 직도를 매향리 대체 훈련장 시설로 사용하는데 대해 명백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강력 대응방침을 밝혔다. 군산 직도 사격장 폐쇄 대책위원회는 대규모집회와 직도 사격장 폐쇄를 위한 전북도민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국방부는 매향리 폭격장 직도 이전계획을 세우고 또 합의하는 과정에서 단 한번도 군산시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 소위 ‘참여’를 표방한 ‘참여정부’하에서 국방부는 여전히 과거 권위주의 군사정권에서 행하던 방식대로 밀실에서 합의하고, 통보하고, 또 밀어붙이기를 시도하고 있다. ‘국방’이라는 명목으로 국민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던 시대는 지났다. 국방부는 매향리 미군 폭격장 직도 이전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국방부는 이미 태백과 영월 주민들에게 매향리 폭격장을 태백산 필승 폭격장으로 이전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또한 국방부는 매향리 미군 폭격장 직도 이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주민의견수렴과 민주적인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 국방부의 일방주의는 혼란과 불신을 키우고 해당지역의 거센 반발을 가져오고 있다. 국방부는 매향리 폭격장 이전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재검토 과정에서 국방부가 정책의 일관성, 투명성, 민주성을 갖출 것을 촉구한다. 국방부는 무엇보다 정직하게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2005년  8월  26일

문의 : 이유진 녹색평화국장(02-747-8500, leeyj@greenkorea.org)
         고이지선 간사(016-702-4135, antikone@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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