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달아 밝혀진 매향리 중금속 오염과 민통선 내 미군 쓰레기 방치 사고

2005.08.26 | 군기지

■잇달아 밝혀진 매향리 중금속 오염과 민통선 내 미군 쓰레기 방치 사고

“미군기지가 있던 땅에는 풀 한포기 나지 않는다”
–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오염조사와 정화 과정 개선 시급

미 공군 폭격장으로 사용된 매향리 사격장의 심각한 중금속 오염이 다시 한번 확인된 가운데 민통선 지역에서 35년간 방치된 미군 쓰레기가 발견되었다. 이는 미군기지로 인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상기시킴과 동시에 미군기지가 반환될 때 환경오염정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현행 SOFA 조항에는 반환 이후 환경오염에 대한 조항이 없어 시급한 대책이 요구된다.

중금속으로 오염된 매향리 농섬 – 보장받지 못한 지역 주민들의 환경권
24일, 매향리미공군폭격장철거를위한주민대책위원회와 환경운동연합이 함께 진행한 매향리 농섬 토양오염조사 결과에 따르면 카드뮴, 구리, 납 등 중금속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납은 최고 2500㎎/㎏이 검출돼 토양오염 기준치(100㎎/㎏)를 25배나 초과했으며, 이는 전국 토양 평균 검출치(4.8㎎/㎏)의 521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카드뮴도 최고 2.13㎎/㎏이 검출돼 토양오염 기준치의 1.4배, 전국 평균 검출치의 21.3배를 초과했다. 이보다 앞서 서울 신문에서 24일 발표한 결과는 더욱 심각한데, 납이 전국 평균치의 988배나 되었다. 카드뮴과 구리 또한 전국 평균치보다 각각 54.6배, 17.1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섬의 오염은 1.2km 떨어진 마을과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집중 포화지역인 농섬의 중금속 오염은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2000년 녹색연합은 자체 조사한 자료(납이 최고 845mg/kg이 검출되었고, 크롬은 0.86mg/kg까지 검출. 우리나라 공장용지의 평균 납 농도는 34.884mg/kg으로 농섬은 이보다 24배나 높은 수치임)를 통해 매향리의 중금속 오염이 심각하며, 정화하는데 긴 시간과 엄청난 비용이 들 것이라 지적한 바 있다.
현재 SOFA 환경분과위원회 주무 부서인 환경부는 주한미군과 매향리의 한미 환경오염조사 세부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파주, 춘천 등 다른 지역의 반환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오염조사 사례를 보면, 조사 과정이 폐쇄적이며 주민참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반환 미군기지 지역 주민들의 환경권은 고려대상이 아닌 것이다.  

민통선에 방치된 미군 쓰레기 – 반환 이후 발견되는 오염은 누구의 책임인가?
한미 공동 오염조사는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에 따라 진행되며 반환 전 발견되는 오염은 미측 비용으로 정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반환 이후 발견되는 오염을 미군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독일의 경우, 99년 라인마인협정에서 반환 후 3년 이내에 발견된 오염이 미군기지로 인한 것일 때 미군이 정화하도록 한 것은 반환 이후에도 오염이 발견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우려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미군이 쓰레기 매립장으로 사용하던 부지에서 계속 쓰레기가 발견되었다.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민통선 내에 1970년까지 미군의 쓰레기 매립장으로 사용하던 곳에서 탄피, 탱크 부품 잔해 등이 발견되었다. 아직도 미군 쓰레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매립된 쓰레기의 양이 엄청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곳은 한국전쟁 당시 한국군과 미군이 무단 점유하여 사용한 곳으로 철수하면서 원상복구를 하지 않았다. 전쟁 이후 1972년에야 이 땅을 다시 찾은 토지 소유주는 개간 당시부터 유리병 조각이 발견되었다고 증언한다. 당시에 그 지역은 일반인과 한국군 출입까지 통제했던 곳이며, 현장에서 확인된 것 중에 영문으로 이름이 새겨진 명패 등이 발견되어 미군 폐기물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서 10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은 “유리가 너무 많아 맨손으로 작물을 심지도 못하고 비료를 줘도 싹이 안 나와 농사가 불가능하다”고 말해 폐기물로 인해 농토가 오염되어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 환경법이나 SOFA 조항으로 이에 대해 미군의 책임을 물을 수 없어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상태이다. 오염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토지 소유주가 지고 있는 것이다.  

연합토지관리계획을 비롯해 한미 합의를 통해 향후 수년에 걸쳐 46개가 넘는 미군기지가 반환될 예정이다. 반환을 앞두고 2005년, 파주 6개, 춘천 1개 등 9개 기지에 대한 환경오염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오염조사 결과와 정화 계획에 대해 알려진 바 없다.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에는 SOFA 환경분과위원회 한미 양측 위원장의 동의가 있을 때에만 관련 정보를 언론과 대중에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미군이 거부할 경우 한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자료까지 공개하지 못해 국민의 알 권리가 크게 침해되고 있다. 관련 자료가 거의 공개되지 않는 가운데, 환경오염조사 과정에 주민과 시민단체가 참여할 여지는 전혀 없다.
모든 과정이 끝난 후에 자료를 공개할 것이며, 절차에 따라 잘 진행되고 있다는 미군과 한국 정부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반환된 후 오염된 땅을 매입자나 소유자가 처리해야 한다면 그 과정에서 또 다시 갈등이 발생하게 되며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환경오염 정화 과정 정보 공개와 주민 참여,
기지 외부를 포함한 오염조사 범위 확대 방안 마련 시급

국방부와 환경부는 반환 기지에 대한 환경오염조사와 정화 과정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야 한다. 기지 내부에서 발생한 오염이 지하수 등을 통해 외부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많다. 따라서 기지 외부에 대한 오염 정화에 대해서도 미군이 책임져야 한다. 이미 언급된 정보공개와 주민 참여보장 뿐 아니라 오염조사 범위를 확대하는 등 세부적인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미군기지 환경오염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참여와 투명성을 바탕으로 미군기지 환경조사와 복원과정에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다함께 참여해 모든 과정이 공개되어야 한다. 또한 조사와 복원에 있어 한미가 합리적으로 공정한 세부절차를 마련하며, 실제 복원이 마무리되기까지 약속한 바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데 있다. 반환되는 미군기지는 결국 미군 기지였던 공간이 깨끗하고 건강한 상태로 시민들의 품에 돌려지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정부와 미군은 반환미군기지 환경문제에 대한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촉구한다.

2005년  8월  26일

문의 : 녹색평화국 고이지선 간사( 016-702-4135, antikone@greenkorea.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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