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정화 없는 미군기지 반환, 이대로 안 된다!

2006.07.09 | 군기지

해외사례_보고서_전문.pdf

– 주한미군의 기지 반환 강행, 한국 정부는 파나마에서 교훈 얻어야
  

지난 6월 28일, 의정부 국도3호선 우회도로 개통식에 참가한 주한미군 1지역 사령관인 뉴튼 포레스트(Forrest R. Newton) 대령은 “7월 15일, 반환 대상 미군기지를 한국에 반환하겠다”고 한 발언은 의정부, 동두천시 관계자들을 통해 사실로 확인되었다. 그 동안 환경정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폐쇄 된 채 반환하지 않은 미군기지의 경비 비용에 부담을 느낀다는 발언을 자주하는 등 미군이 한국 정부와 합의 없이 반환을 강행할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틀리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녹색연합은 7월 9일, 해외 미군기지 정화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우리보다 앞서 미군에게 기지와 훈련장을 반환받은 파나마와 비에케스의 사례를 통해 미군 계획이 ‘정화’에 해당하지 않으며 반환을 위한 계획이 아니라 원래 미군의 환경관리기준에 따른 것임을 주장하였다. 특히, 지난 99년 미군이 형식적인 불발탄 제거만을 마치고 훈련장을 반환받은 후 6년 동안 50명의 사상자가 있었던 파나마 사례는 지금 우리에게 큰 의미를 주고 있다.

1. 미군기지 반환 강행하려는 미군 – 자동차사고 뺑소니범과 다름없다!
오는 7월 13~14일, 서울 국방부에서 미국과 9차 SPI(안보정책구상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지난 8차 회의에서 결렬된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문제도 다뤄질 예정인데 미국은 지금까지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주한미군은 한국과 협상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9차 SPI협상이 끝난 직후인 7월 15일 의정부에 있는 캠프 라구아디아, 카일 등 15개에 이르는 미군기지를 일방적으로 반환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지금 파주, 의정부, 동두천 등의 미군기지 대부분은 미군 병력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서 텅 빈 기지를 용역 업체 경비원들만 지키고 있다. 미군이 얘기하는 완전 반환은 경비원들을 철수시키겠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이 같은 작태는 자동차 사고를 일으키고 뺑소니를 치는 파렴치범과 다름없다. 미군이 저지른 환경오염은 그것이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미군이 책임지고 정화해야 할 몫이다. 운전자가 길을 가다 사람을 치었을 때, 아무리 경미한 사고라 하더라도 뺑소니를 치는 순간 그는 범죄자가 되듯, 주한미군이 자신이 저지른 환경오염 정화의 책임을 회피하는 순간 주한미군은 한국민들에게 범죄자로 낙인찍힐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동안 주한미군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우방이 아닌 규탄의 대상으로 취급된 것은 주한미군이 일으킨 온갖 범죄에 대해 책임지지 않은 자세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은 말로는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이야기해왔지만, 정작 책임을 진 사례는 거의 없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인 한강 독극물 방류 사건의 주범인 맥팔랜드가 한국 재판부에 의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지만, 미군은 맥팔랜드를 부소장에서 소장으로 승진시켰다. 주한미군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일 때에야, 비로소 동반자의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지금은 일시적인 힘의 논리에 따라 미군의 세계 주둔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있을지라도 그 힘의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댐의 균열이 순식간에 댐을 무너뜨리듯, 미군의 오만한 태도는 세계 곳곳에서 미군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미군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는 것이고, 그것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정정당당하게 책임지는 자세에서 나올 수 있음을 미군은 명심해야 한다.

2. 한국을 기만하는 미군의 반환 실행 계획 : 부적절한 처리, 한국에서도?
1) 정화가 아닌 제거에 불과!
미군은 ‘정화’를 다 했기 때문에 반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군이 현재 밝히는 계획을 꼼꼼히 살펴보면 얼마나 한국 국민과 정부를 기만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오염사고가 발생해서 그것을 원상복구하는 상태를 그 수준에 따라서 정화, 복원, 제거 등으로 표현한다. 지난 4월 해외 미군 신문인 성조지 보도에 따르면 미군이 밝힌 계획을 설명하면서 “removing”과 ”cleaning”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정화(cleanup, restoration)가 아닌 제거(removal)는 생물학적, 화학적 방법을 이용하는 근본적인 정화가 아니라 단순히 눈에 보이는 오염을 현장에서 없애는 것이다.  생물학적, 화학적 정화 방법은 시간과 돈이 훨씬 많이 들지만 토양을 미흡하나마 다시 쓸 수 있는 토양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이다.

■ Cleaning remaining storage tanks.
■ Removing underground fuel storage tanks.
■ Removing all PCB materials
   (polychlorinated biphenyls, a carcinogenic chemical used in electrical and heating systems).
■ Removing lead and copper left in any old firing ranges.
■ Removing unexploded ordnance.
■ Removing refrigeration and air conditioning chemicals.
■ Removing visible spills in motor pools.
(출처: 성조지 기사, 2006. 4. 9. http://www.estripes.com )

더구나 그동안 협상의 쟁점이었던 토양오염 복원, 정화 계획은 포함되지 않았다. 미군은 KSE + 8 이라고 해서 PCBs 등의 오염물질과 미군 철수 할 때 몇 가지 시설을 청소하겠다는 정도를 발표한 것에 불과하다. 미군은 그동안 수 차례 유출사고 원인이었던 지하유류탱크(UST)를 제거하겠다고 했는데 낡은 UST에서 유출된 기름으로 오염된 주변의 토양의 정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 언론을 통해 공개된 한미 공동 오염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조사 지역에서 토양환경보전법 기준 토양오염우려 기준치를 초과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미군은 가장 심각할 뿐 아니라 지하수 오염까지 발생시키는 토양오염을 정화할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다. 이것은 환경오염을 해결하는 근본 대책으로 볼 수 없다.

2) 폐쇄를 위한 계획 아니다.
주한미군은 한국에서 세운 실행 계획이 다른 해외 국가와 비교해 진전된 계획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군이 내세우는 지하유류저장고(UST), 전기제품에 사용된 PCBs 제거 등 대부분이 주한미군의 환경관리기준(EGS, Environmental Standards)에 기재된 내용이다. EGS 는 기지 폐쇄가 아닌 미군이 기지를 사용할 때 적용하는 환경 기준이다. 따라서 평소에 미군이 제대로 하지 않은 부분을 철수 할 때 한꺼번에 실시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특히 자동차 정비창의 눈에 보이는 유출같은 것은 주한미군이 기지를 사용할 때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서 유출되자마자 처리해야 하는 것임에도 평소 관리가 되지 않은 부분을 폐쇄할 때 처리한다고 해서 과거보다 진전된 내용이라 할 수 없다.

3. 미군의 일방적 반환을 한국정부가 수용하는 순간, 환경오염정화 책임 우리에게 남아 – 파나마 경험에서 배워야
한국 정부가 세계 내 놓아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랑했던 SOFA 환경조항과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 A’를 갖고도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의 환경정화를 강제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2011년까지 62개의 미군기지가 반환될 예정인데, 만약 환경정화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떤 고통을 겪을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미 국방부 지침-조약에 의거하여 치유를 하는 경우에는 “인간의 건강과 안전에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치유하는데 필요한 정도”보다 고도의 것 일 수 있다. 기지나 시설을 반환한 이후에는 국방부는 조약에 의해 요구된 정도 또는 승인된 치유계획에 따른 정도를 넘어서는 어떠한 환경치유에 대하여도 자금을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에 따르면 미군기지를 각 정부에 반환한 이후에는 어떤 재정 지원도 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반환 후 협상을 통해 미국이 책임을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한국 정부가 왜 미군이 강행하려는 기지의 일방적 반환을 기필코 막아야 하는지 파나마에 남겨진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군이 SOFA 상 환경을 정화할 의무가 있는 점, 환경오염 정화를 위해 협상을 진행 한 점 등, 파나마 사례는 한국의 현재 상황과 매우 비슷하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파나마 사례가 주는 교훈을 배워야 한다.

미국은 지난 1999년 파나마 운하와 그 주변지역의 관리권을 파나마 정부에 넘겨주면서, 파나마 운하 조약에 따라 ‘실행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환경과 보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의무가 있는데도 미군은 약4천 만평에 달하는 훈련장에서 불과 8,500여개의 불발탄만 제거한 채, 훈련장과 기지를 반환하였다. 미군이 스스로 밝힌 11만개의 지뢰와 포탄이 파나마 소재 훈련장과 기지에 묻혀있다는 내용과 비교해 볼 때, 미군이 제거한 8,500여 개의 불발탄은 ‘새 발의 피’에 지나지 않는 양이었다. 그럼에도 파나마 정부는 운하관리권을 넘겨받기 위하여, 정화가 끝나지 않은 미군기지와 훈련장 등을 어쩔 수 없이 반환을 받게 된다. 파나마 정부는 미군 기지를 넘겨받으면서도 추후 협상을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으나, 이 기대가 깨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파나마 정부의 계속된 정화 요구에 미군은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으며, 현재도 파나마에 묻혀있는 불발탄과 불법 매립된 화학무기가 파나마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한국 정부와 협의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토지 반환을 위한 실행 계획서’의 절차를 ‘완료’했다면서 반환을 추진하고 있다. 정확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이 계획서가 미국 국방부 지침에서 말하고 있는 ‘조약에 의해 요구된 정도’ 또는 ‘승인된 제거계획’으로 볼 수 있다. 한미 양측이 합의된 수준은 아니지만 만약 한국 정부가 이 정도에 합의하고 일단 반환을 받기로 한다면 실질적인 정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 파나마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일단 반환을 받고 나면 환경정화 문제는 끝난 것임을 한국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번 9차 SPI회의에서 한·미간 합의가 되지 않더라도 주한미군이 기지반환을 강행할 가능성-기지반환 강행의 의미는 앞서 말했듯 보안업체 경비원들을 철수 시키는 것을 의미-이 있는데, 이럴 경우 텅 빈 기지에서 발생하는 사고 등 각종 문제는 법(法)적으로도 미군의 책임으로 남게 됨을 주한미군은 명심해야 한다. 관련 법 해석에서, SOFA 합동위원회를 통해 정식 반환되지 않은 기지는 미군 관리권으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

녹색연합은 주한미군에게 한국 국민들의 주한미군에 대한 우호적인 인식을 적대적 인식으로 뒤바꿀 수 있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말 것을 충고한다. 또한 한국 정부는 파나마 사례에서 보듯, 일단 반환 받은 후 주한미군에게 어떤 책임도 추궁할 수 없음을 명심하고,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주한미군에게 전달해야 한다.

주한미군이 저지른 환경오염은 현재는 단순한 사고나 사건일 수 있지만, 만약 미군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순간 그것은 범죄가 될 것이며, 주한미군 전체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범죄자로 낙인찍힐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범죄자에게 우리의 땅을 한 평도 내줄 수 없음은 당연한 이치이다.

* 첨부자료 : 해외사례 보고서 전문

■ 문의 : 녹색사회국 윤기돈 국장 02-747-8500 kdyoon@greenkorea.org
                             고이지선 활동가 antikone@greenkorea.org

2006년  7 월  9일
녹색연합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