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잠 좀 자자!' – 밤낮가리지 않는 대규모 한ㆍ미공군훈련

2008.06.20 | 군기지

제발 잠 좀 자자!

밤낮가리지 않는 대규모 한ㆍ미공군훈련
주민들 분노 폭발

대규모 한미 연합 공군 훈련이 있었던 이번 6월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주민들은 그동안 쌓아놓았던 분노를 터뜨렸다. 밤낮 가리지 않고 폭음을 내는 전투기 소음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처럼 미군의 야간비행을 제한할 수 없는 협정 조항이 없어 당분간 군산시민들의 밤잠을 깨우는 야간 훈련 소음을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6월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군산 미공군기지에서는 최초로 대규모 한미 공군 연합 전쟁 모의 훈련 ‘맥스 썬더’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훈련은 미국본토, 오키나와, 괌에서 90여대 정도의 미군항공기들이 참여하여 주, 야간으로 전투기 폭음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돼 지역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잠 좀 자자! 훈련 중지하라!



가장 큰 문제는 야간 비행이다. 100dB을 훌쩍 넘기는 항공기 소음으로 지역 주민들이 밤에 잠도 제대로 잘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방성은 지난 13일 이번 훈련동안 ‘주간에는 56대, 야간에는 34대의 전투기가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식을 전해들은 군산미군기지피해대책주민협의회는 17일 오전 11시, 한미공군연합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장에서 ‘잠 좀 자자! 훈련 중지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나오며 야간 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군산 미 공군기지 바로 옆 하제 마을에 사는 강규현씨는 ‘어젯밤 전투기 소리로 잠을 잘 수 없었다’며 ‘이제 지긋지긋 하다’라고 말했다. 이날 훈련은 오후 1시쯤 시작되어 밤 11시까지 약 10시간 동안 진행되었고 약 60대의 전투기가 이ㆍ착륙했다.  녹색연합과 군산미군기지피해상담소는 공동으로 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하제마을에서 전투기 소음을 측정했다. 평균 소음도는 약 100dB 정도였다. 110dB이 넘는 수치가 기록되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환경소음진동연구센터에서 소음도와 수면방해 정도에 대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0dB의 소음이 발생할 경우 일반인의 30%가, 100dB의 소음에서는 100%가 잠에서 깬다고 한다.

야간 소음피해는 이번만이 아니다. 주민들은 평소에는 이번 훈련 때 보다 소음이 더 심하다고 했다. 군산 미 공군 기지가 들어선 이후 60여 년간, 군산시민들은 시도 때도 없이 훈련하는 미 군항공기로 인해 지속적으로 청력상실과 정신적 스트레스, 수면방해 등의 피해를 입어왔다. 전국에서 미군기지 소음으로 인해 현재 완료되었거나 진행 중인 피해보상소송은 13건, 그 중 7건이 군산에서 제기되었다. 하지만 1차 소송 승소에도 불구하고 전혀 소음 피해 규모가 줄어들지 않아 2005년에 11개 마을 1400여명의 주민들이 재차 소송을 제기하였다

한국에는 없는 일본의 야간소음금지조항

일본의 오키나와현은 항공기의 야간비행으로 인한 소음피해가 극심함에 따라 1996년 미군과 ‘소음방지협정’을 제정하여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비행을 금지하도록 했다. 야간만이라도 미군 항공기의 소음에서 벗어 날 수 있도록 한 최소한의 조치였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미군으로 인해 발생한 소음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아무런 조치가 없다. SOFA 민군관계분과위원회의 ‘소음대책 실무작업반’에서 주한미군의 소음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관련 조항을 개정하기 쉽지 않다.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현실상 소음 문제를 가지고 SOFA를 개정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라며 ‘SOFA 운영 개선을 통해 소음 피해를 해결하고자 하지만 외교부에는 소음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도 없고, 관련 업무에 대한 공무원들도 자주 바뀌는 상황에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앞으로도 대규모 합동훈련 등으로 인한 야간비행에 따른 소음 피해가 우려된다 하더라도 정부에서는 주민들의 피해에 대해 아무런 손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대로 놔둘 것인가?



고통스런 국민들의 목소리에 아랑곳하지 않는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한국은 미군들이 대규모 훈련을 자유롭게 실시하기에 적합한 장소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이번에 최초로 시작된 대규모 군사 훈련은 점차 증가될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미군 소음 문제를 풀고자 하는 의지가 약하다. 올 8월 발의를 목표로 국방부가 준비 중인 “군용 비행장 등 소음방지 및 주변지역지원에 관한 법률(안)”에도 미군에 의해 발생하는 소음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는 훈련에 의한 자국민의 환경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군 부대와 같이 미군 기지도 소음지도를 작성하여 기지 주변 주민들의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소음 저감방안과 보상대책이 필요하다. 이는 추후 SOFA 분과위원회에서 미군의 소음 저감 방안을 논의할 때 설득력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미군이 SOFA에서 규정하는 피해보상액을 지급하지 않는 것에 대해 정부가 묵과하는 것도 문제다. 매향리와 군산의 경우 미군항공기의 피해에 의한 소음 관련 소송이 최종심에서 각각 2004년과 2005년 최종심 판결이 났다. 하지만 미군은 한국 정부에 SOFA에서 규정한 75%의 배상액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강력한 대응을 취하지 않은 탓이다.

소극적인 정부의 태도가 지속될 경우, 미군 전투기의 폭음으로 인해 미군기지 주변 주민들의 잠 못 드는 밤은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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