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인지 봄비인지 모를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쌀쌀한 바람을 옆구리에 끼고 오는 비여서, 1년 중 가장 큰 축제인 ‘전국 대의원 총회’를 준비하는 활동가들의 마음은 무겁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우는 공동 대표님과 대의원님들의 밝은 미소와 웃음을 맞이하는 순간, 사그라져 버렸다.
“2003 녹색의 새로운 희망과 꿈” [2003년 대의원 총회 참가기]
원불교 종로교당에서 열린 ‘전국 대의원 총회’는 모처럼 멋을 낸 활동가와 대의원들로 북적여 마치 결혼식장을 방불케 했다. 곱게 몸과 마음을 정돈하고 지난 1년 간의 활동을 되돌아보면서, 본격적으로 새로운 한 해를 열기 위한 녹색인의 축제가 시작된 것이다.
대구 지하철 참사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박수 대신 묵상으로 시작한 대의원 총회에는 경건한 마음이 넘쳐흘렀다.
박영신 상임 대표님은 인사말을 통해 ‘효순이·미선이 촛불시위’를 통해 시민들의 참여가 커졌고, 사회적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우리 녹색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언급하였다. 또 여성이 사무처장으로 단체를 대표하는 얼굴이라는 점에서 매우 자랑스럽고, 녹색연합이 보다 평등적이고 보다 사회 참여적인 단체로서 자리 매김하고 있다고 말씀하였다.
녹색연합이 자리 매김 하는데 일등 공신인 분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시간도 가졌다. 자타가 공인하는 녹색연합 홍보도우미인 백금렬 님과 10년 동안 꾸준한 활동으로 녹색연합을 지켜온 허동경 님, 야생동물연합 사무국장으로 늘 녹색과 함께 생물종 다양화를 위해 애쓰시는 조범준 님, 미군기지와 민통선 자연생태를 카메라로 담아 생생한 모습을 우리 눈앞에 펼쳐주신 이용남 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많은 회원님과 대의원님께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길 없던 사무국으로써는 모처럼의 기회에 다시 한번 감사했다.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녹색이 새로운 식구를 맞이해서 더욱 빛나는 하루가 되었다. 한 분의 공동 대표와 22분의 대의원을 가족으로 맞이하게 된 것이다. 성철스님을 곁에서 20여 년 동안 모셨던 원택 스님은 분에 넘치는 직책을 안게되어 걱정이 앞선다고 말씀하시며, 배움의 자세로 좀 더 친환경적인 삶을 살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대표직 수락의 의사를 전했다. 해인사에서 서울까지 먼 거리였음에도 누구보다 먼저 오셔서 활동가들을 격려하신 깊은 마음이 따스하게 전해져왔다.
2002년 한해를 정리하고 결산하는 시간은 자기반성과 2003년에 기본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자료집을 통한 감사 결과와 영상자료를 통해 지난 1년 간의 활동을 되돌아보면서 조금 더 우리가 정한 강령대로 살고자 마음먹었다.
대의원님의 따가운 충고와 질책을 듣는 시간은 활동가들의 마음을 긴장시켰다. 손수건을 사용한 휴지 절약운동을 제시한 의견, 국제연대의 활발한 연계를 통해서 국제적 환경 문제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라는 의견, 강령에 리듬감을 주어 생활 속에서 강령의 내용이 스며들도록 하자는 의견, 대의원 대회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까지 여러 제안과 질책이 쏟아져 나왔다. 여러 의견을 감사히 받아들이고 좀 더 활동가의 생활 속에 뿌리내리고자 마음 속에 잘 간직해 두었다.
더 많은 회원들과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대의원님들과 함께 한 시간들은 활동가의 마음 속에 새로운 희망과 꿈,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나아가고자 하는 이들이 많다는 든든함이 자리잡았다. 이러한 회원이 주는 든든함이 녹색의 2003년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자 힘인 것이다.
이버들 (대안사회국 활동가) qjemfl@greenkorea.org
< 녹색연합 2003 사업계획서 >
◎ 2003년 녹색연합 활동기조 ◎ 2003년 주요 활동내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