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믿을수 없는 한미공동조사 대신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2011.08.08 | 군기지

믿을수 없는 한미공동조사 대신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왜관 지역 주민 고통에는 관심 없는 한미공동조사 중간결과 발표의 문제점과 대책

지난 8월 5일, 한미공동조사단은 캠프캐롤 미군기지에 고엽제가 매립되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하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조사결과에 대해 왜관 주민들은 전혀 동의하지 않았으며, 한미공동조사단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하였다. 스티븐 하우스씨가 매립 당사자로서 매립지역을 지적하였는데도 그 지역을 조사하지 않고서 중간결과를 발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언제 그 지역을 조사할 것인가, 미군은 왜 기록을 공개하지 않는가. 그러나 한미공동조사단은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번 중간조사결과 발표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고엽제 드럼통이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고엽제 매립을 사실로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은 억지이다.

미군의 자료에 따르면 고엽제를 일반적으로 통칭하는 제초제(Herbicide)가 캠프캐롤에 묻혀있다가 파내져서 기지 밖으로 이동했다는 기록이 있다. 스티븐 하우스씨를 비롯한 목격자들도 있다. 그런데도 미군은 1978년 매립작업이 진행되던 당시 캠프캐롤 기지의 화학물질 입출기록이나 스티븐 하우스씨의 작업기록은 물론, 고엽제로 인해 진료를 받은 의무기록까지도 없다며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군은 고엽제 매립을 입증할 기록은 내놓을 수 없고 목격자도 믿을 수 없으니 고엽제 드럼통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찾아오라고 생떼를 쓰고 있는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드럼통의 존재 여부는 과거의 고엽제 매립여부를 말해주지 못한다. 직접적인 토양오염정밀조사를 통해서 판단하는 것이 옳다. 더욱이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고엽제의 한국내 유입, 이동, 저장, 사용, 폐기에 관한 모든 진실의 규명인데, 한미공동조사단은 드럼통 찾기 놀이만 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내용도 없는 중간결과를 발표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발표에서는 기지내 지하수와 기지 외부 토양의 고엽제 및 다이옥신 성분 조사결과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중간조사결과라고 하기에는 너무 초라한 것들일 뿐이다. 고엽제 매립을 확인하기 위한 중간 조사결과라면, 부대내의 지하수보다는 매립 의심지역에 대한 토양시추 결과가 포함되어 있어야 했다. 본래 물에 거의 녹지 않는 고엽제의 지하수농도 측정결과로 매립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또한, 부대 주변지역의 주민 건강을 우려한다면 토양조사 보다는 주민들이 마시고 사용하고 있었던 지하수에 대한 조사결과가 먼저 들어있어야 했다. 주민들에게 건강상의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은 토양보다는 지하수일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더 중요한 지하수 조사 결과 발표를 나중으로 미루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태도이다. 더욱이 한미공동조사단은 스티븐 하우스씨가 지목한 위치에 대해서조차 향후 조사하겠다는 계획만 제시했다. 스티븐 하우스씨가 방문하여 새로운 매립의심지역이 등장하였다면, 계획되었던 중간결과 발표를 미루고 조사를 더 진행하는 것이 옳았다. 이러한 이번 중간조사 결과 발표는 왜관 주민들에게 실망을 가져다 주었으며,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의혹만 증폭시켰다.  

셋째, 고엽제나 다이옥신 이외의 유독물질로 인한 캠프캐롤 기지 내부의 토양 및 지하수 오염이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한 조사 의지는 없었다

한미공동조사단 활동 과정에서 캠프캐롤 기지가 수십년간 수많은 화학물질 매립으로 오염되었다는 미군 보고서들이 공개되었다. 1992년, 2004년, 2009-2010년, 세차례 조사보고서에는 기지내 지하수가 티씨이나 피씨이, 비소, 수은, 농약과 같은 맹독성물질들에 오염된 것이 분명히 기록되어 있었다. 미군의 보고서에는 지하수 오염의 원인도 드러나 있었다. 적절한 폐수처리 시설 없이 유기용제를 광범위하게 사용한 것과 다양한 화학물질을 땅 속에 매립한 것이 핵심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었다. 이번 중간발표 내용에서도 기지내부 지하수의 발암물질이 심하게는 50배까지 검출되었다는 것이 다시 확인되었으며 기존의 조사에서 기지 밖 주민들이 마시는 지하수도 오염이 발견된 적이 있음을 언급하였다. 당연히 왜관 지역 주민들은 고엽제와 별개로 발암물질 지하수에 대한 한미공동조사단의 해명을 원하였다. 지역주민들에게 피해는 없었는지 권위있는 전문가들로부터 답변을 듣고자 하였다. 그런데, 한미공동조사단은 티씨이나 피씨이는 고엽제와 상관없는 다른 물질이므로, 고엽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주장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미군은 아예 발암물질 지하수는 한미공동조사단의 조사대상을 벗어난다고 하며 답변을 피하였다. 예를 들어보자. 교통사고로 실려온 환자가 응급실에서 수술을 받고 있다. 장파열이 의심되어 배를 열어 수술을 하는데, 맹장염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의사는 파열된 장만 수술하고서 배를 닫았다. 맹장염은 애초 수술 계획에 없다는 이유였다. 환자의 생명을 생각하는 의사라면 이런 행동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왜관에서 벌어진 것이다. 한미공동조사단은 중간결과 발표자리에서 캠프캐롤 기지 내 지하수에서 발암물질이 높게 검출되는 것은 맞는데, 고엽제 찾는 것과는 상관없다는 논리를 폈다. 고엽제건 발암물질이건 주민들은 하나같이 중요하고 걱정스러운데, 한미공동조사단에게 왜관 주민의 고통은 관심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게다가 어처구니없게도, 한미공동조사단의 한 전문가는 발암물질 기준 50배 초과한 것은 그냥 마셔도 된다는 식으로 발언함으로써 전문가로서의 자질 조차 의심받고 있다.  

이번 한미공동조사단의 중간조사결과는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명색이 한미의 공동조사단인데도 불구하고 미군의 일방적 입장만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 하우스씨와 국회의원들이 캠프캐롤을 방문하던 날 환경부가 제출한 자료에는 향후계획으로 주민건강영향조사가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8월초에 환경시료 분석결과가 나오면 이를 근거로 주민들에 대한 건강피해조사를 곧바로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환경부가 적극적으로 주민 피해에 대한 조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였으며, 많은 기대를 갖고 환경부와 대화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미공동조사단의 발표에서는 이러한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어처구니없게도 기지내 지하수에서 티씨이 등이 기준을 초과하는 것은 인정하였으되, 어디에서 기인한 물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거짓 주장을 펴고 있었다. 1992년, 2004년 미군의 자체조사보고서에 나와 있는 내용조차 부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오염원이 확인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오염원을 확인할 생각이 없는 것 뿐이다. 그 이유는 오염원이 주한미군 본인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하고, 자신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 운영하는 한미공동조사단에 대해 한국 국민들은 더 이상 시대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경고한다. 미군은 더 이상 한미공동조사단을 파행으로 이끌지 말라. 캠프캐롤 고엽제 매립과 환경오염에 대한 진상조사는 기지 주변의 환경오염과 지역주민의 건강피해까지 포괄하는 전면적 조사가 되어야 할 것이며, 한국내 고엽제의 유입과 이동, 저장, 사용, 폐기의 전과정을 규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정부에게도 당부한다. 왜관주민들과 모든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진상규명이다. 주권국가의 자존심을 갖고 더욱 적극적이고 제대로 된 역할을 해주기를 진심으로 당부한다.

2011년 8월 8일
녹 색 연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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