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강정마을을 평화와 생태의 마을로 지키자!

2011.09.02 | 군기지

강정마을을 평화와 생태의 마을로 지키자!
– 강정마을 공권력 투입 규탄한다

오늘(2일) 새벽 강정마을에 대규모 경찰이 투입됐다. 이는 내일 있을 평화행사를 명백하게 사전 봉쇄하기 위한 것이다. 경찰은 바로 어제 평화로운 행사를 보장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러한 약속이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새벽에 기습적으로 마을에 진입해 구럼비 해변으로 가는 모든 길을 막고 농성장에 있는 주민들과 활동가, 신부님까지 무더기로 연행한 것이다.  

네 차례 진행된 희망버스에 이어 두 번의 평화버스,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진행되는 평화비행기까지, 모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연대의 행렬이다. 이를 보면 현재 한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과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제주 강정마을은 주민들이 마을과 바다를 지키기 위해 4년 4개월 동안 힘든 싸움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다. 주민들이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농사를 짓고 평화롭게 살던 마을이 해군기지로 변한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지키려는 자와 파괴하려는 자 간의 힘겨운 갈등은 시작되었다.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던 대다수 주민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와 군 당국은 막무가내 논리로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강정마을을 지키기 위한 바람은 주민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 퍼져 함께 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8월 29일에는 한국 모든 종교를 대표하는 7대 종단의 수장들이 제주해군기지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공동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를 넘어 전 세계 111개 평화단체들이 해군기지 건설에 저항하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연대를 표하는 국제성명을 보내오고, 국제포럼 개최, 피스보트 등 외국인의 지지방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부 보수단체와 언론, 심지어 국회의원까지 강정마을을 지키고자 하는 민심을 종북좌파세력이라는 지루한 색깔 논쟁으로 비화시켜 시민의 목소리를 차단하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기에 급급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주민들은 법원의 계고장 통보, 정부의 담화문 발표, 경찰의 대규모 파견 등 점점 막다른 곳으로 몰려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다시 한 번 강정을 제발 살려달라는 주민들의 호소가 절절하다. 억만금을 준다 해도 아름다운 강정바다와 구럼비 바위를 소중하게 지켜서 후손에게 물려주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텨왔다는 주민들의 마음을 왜곡하고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강정마을은 환경적으로도 지켜야 할 가치가 충분한 자연생태의 보고인 곳이다. 물이 귀한 섬에서 용천수가 솟아나는 곳이다. 구럼비 바위 지역은 제주도 전체면적의 단 3%미만의 해안선 절대보전지역이다. 멸종위기종인 붉은발말똥게와 맹꽁이가 살고 있으며, 앞바다에는 천연기념물인 연산호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에 강정마을은 문화재청에서 지정한 ‘문화재보호구역’이자, 해양수산부(현 국토해양부)에서 지정한 ‘생태보전지역’이며,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전, 보호는 그저 말뿐인 듯 이곳에 평화와 생태를 위협하는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는 앞뒤 안 맞는 계획이 자행되고 있다. 마치 시멘트 중독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4대강에 시멘트를 바르고, 이 해안절경도 시멘트로 뒤덮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

한국환경회의는 반평화적이고 반생태적인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고, 강정마을을 평화와 생태의 마을로 지키고자 하는 의지에 연대와 지지로 함께 할 것이다. 정부와 경찰은 3일 열리는 제주해군기지 반대 평화행사를 평화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존중하고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2011년 9월 2일
한국환경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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