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6 녹색의 눈 2 – 매향리 문제가 아니라 군사주의의 문제이다

2001.10.19 | 군기지

김종섭 / SOFA 개정 국민행동 사무국장

지난 2월19일 11시 40분경 용산구 이태원의 미군 전용클럽인 ‘뉴아마존’이라는 곳에서 이 클럽에서 일한느 김모씨(32세) 가 알몸으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사건은 지난해 경기도 동두천시에서 발생한 신차금, 이정숙씨 사건에 이어 1년 사이에 세 번째로 발생한 미군에 의한 기지촌 여성 살해 사건이다. 이 살인사건의 피의자인 매카시는 재판직전 용산기지내에서 도주하여 8시간동안 서울시내를 활보하고 다녔다. 또 지난 2월14일 주한 미군 사령부는 용산미군기지내 헬기장을 서울 이촌 1동 한강 고수부지로 옮길것을 요구하였다. 주요한 요구내용은 1만5천 평 이상의 부지와 홍수방지 대책으로 6m이상 성토작업, 이촌역에서 고수부지 헬기장 까지 전용도로를 건설이다. 작년 말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켐프워커 기지의 이전을 요구한 대구 남구청의 요구에 대해 요구에 주한미군은 군사상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였고, 군산미군기지는 하루 3000t의 오폐수를 무단 방류하다 적발되었지만 아직도 오폐수는 흘러나오고 있고 대책이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미 공군 폭격장으로 인한 소음, 오폭 피해를 호소해온 매향리 주민 6백여 명은 3월27일 국방부 청사 앞에서 ‘매향리 미공군 폭격연습 중단 촉구대회’를 가졌다. 그리고 과태료 미납 등 주한미군은 지난 수개월 동안 불평등한 군사협정을 보호막으로 그들의 일방적 권리를 뛰어넘어 우리의 강산을 파괴하고, 지자체 스스로의 고유한 발전 계획을 가로막음으로써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마비시키고 있으며 국민의 재산권과 인권을 무시하고, 불법영업행위를 자행하기도 하였다. 지금도 주한미군의 범죄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또한 서울시 한복판에 100백만 평의 미군기지가 있다는 것은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상징하고 있다.

이러한 주한미군의 각종 범죄 행위가 문제가 되는 것은 첫째 한미주둔군 지휘협정 ( 이하:SOFA)라는 제도로 인해 구조화 되어있다는 것이고, 둘째, 한국민의 인권침해와 자주권 침해를 비롯해 심각한 문화적 이질감까지 폭넓게 자리잡혀 있기 때문이다.

매향리는 이러한 중첩된 모순의 상징이다. 군사주의라는 악마가 인간과 자연에게 얼마나 잔혹한 범죄를 합법화시키는지 상징하는 것이다. 그 현장에 주한미군의 폭격이 있었고, 사격장의 관리 책임으로 록히드 마틴이라는 미국의 세계적인 군수 다국적 기업이 있다. 다국적 기업이 관리하기 때문에 동아시아 미군의 폭격연습이 진행되는걸까? 이들은 이 곳에서도 돈을 벌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미군 전폭기에 탑재된 연습용 폭탄이 록히드 마틴이 시험용으로 제작한 것 아닐까? 동아시아 미군폭격연습과 록히드 마틴. 그 안에서 농사를 짓는 매향리 주민. 차분히 보고 있노라면 미국땅에 한국인 이민 와서 농사를 짓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제도적으로 포장된 공간에 매향리에 대한 삶의 폭격은 진행되었다. 이미 지역의 유기적 공동체는 파괴되었고 토양과 바다는 중금속으로 오염되었고 지역주민의 물리적 고통은 객관적 사실로 증명되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파괴 위에 사격을 재개하려는 주한미군과 정부의 태도이다. 이 사회의 지배적 위치에서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본연의 임무(?)를 다하려는 주한미군과 정부가 오로지 ‘군사안보’만을 앞세워 또 한번의 파괴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군사주의는 그 시작과 끝이 파괴이다. 그렇다고 파괴에 가담한 가해자 측에서 복구를 책임지는 것도 아니다. 원상회복의 의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50년의 동안의 주한미군의 폭격 피해에도 미군의 공식 입장은 ‘절차’와 ‘법’대로라는 SOFA와 상호방위조약만 되풀이하고 있다. 상호적 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許與)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 한국은 이러한 조약을 기반으로 전국의 8천만 평의 땅을 영구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영구 무상 지원은 시설의 관리, 경호 모든 부분을 미국 측에 넘겨줌으로써 사실상 주권적 위치를 상실하였다. 최초에 기지를 제공하는 경우에도 미국의 군사적 판단이 우선이고, 미군기지를 관리, 경호하는 것은 미군 측에게만 일임되어 있으며, 기지의 반환에 대해서도 ‘합동위원회에서 합의되는 조건에 따라’라고 명시하고 있어 미국의 승인이 없으면 불필요한 기지의 반환도 어렵게 된다. 전적으로 미국의 판단에 맡겨지게 된다. 결국 국가도 어쩌지 못하고 미군은 이러한 제도 위에서 배타적 권리만을 주장하니 매향리는 군사주의의 ‘총알받이’인 셈이다. 국민아닌 국민이다. 주민대책위 전만규 위원장이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라는 헌법적 권리마저 포기한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정부가 매향리 폭격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주민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3000원 짜리 깃발 하나에 구속이라는 법적 기준을 제시함으로서 주민들을 별천지 세계에 안내해 버렸다. 일본 한 지방에서 도시개발과정도중 개발에 소외된 빈민들이 차별철폐위원회를 만들어 힘겹게 싸워낸 끝에 10여년 만에 가장 살기 좋은 마을로 변모시킨 사례가 부럽기만 하다.
매향리의 평화는 이제 지역주민과 국민의 몫이 되었다. 매향리 쿠니 사격장의 폐쇄는 미국과 정부의 최소한의 예의이다. 평화가 찾아와도 환경을 복구하고 지역인심을 되찾기까지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지만 지금까지 당한 고통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고 기쁜 시간일 것이다.

최근 주한미군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제출되고 있는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실로 50년만에 ‘성역’이라고 표현되었던 주한미군의 문제가 국민적 화두로 제기되는 배경에는 시민의식의 성숙이라는 조건이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주한미군 주둔으로 인한 인권, 환경적 피해를 말 할 수 있다. 반공, 군사안보 이데올로기에 짓눌렸던 미군기지 지역주민들이 자신과 지역공동체의 권리를 자연스럽게 주장하면서 50년 동안 은폐되었던 역사적 상처들이 전국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징후에 불과하다. 지금을 시작으로 해서 역사적, 문화적, 환경적, 평화적인 면에서 주한미군 문제를 국민의 입에서 토해낼 것이다. 이러한 논의의 중심은 분명 군사주의가 잉태하는 폭력의 정당성이 환경과 인간의 권리, 생존권등 ‘인간안보’의 새지평을 여는 세계사적 추세로 대신하는 것이어야 한다. 특히 한반도는 여러 역사적 상황으로 인해 이러한 논의들이 거대한 국민적 가치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그 지향은‘평화’이다.‘인간안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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