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의 환경실태와 문제점

2005.09.26 | 군기지

백두대간의 환경실태와 문제점

  1. 서론

백두대간은 한반도의 중심이 되는 산줄기다. 그래서 생태적·환경적가치 또한 각별하다. 남한지역 670km의 백두대간 구간 중 많은 생태계보호지역이 망라되어있다. 국립공원 7개소를 비롯해 도립공원 2개소가 있다. 또한 자연생태계 보전지역 2개소를 비롯해 천연기념물 보호구역 3개소와 주요 천연보호림이 망라되어 있다.  국립공원으로는 지리산, 덕유산, 속리산, 월악산, 소백산, 오대산, 설악산 등이 있고 도립공원은 태백산, 문경새재 등이 있다.

자연생태계보전지역으로는 지리산 반야봉-심원계곡과 대덕산-금대봉이 있다. 천연기념물보호구역으로는 소백산 주목군락과 설악산, 향로봉-고진동계곡 등이 있다. 국내 제일의 산줄기답게 백두대간은 많은 보호지역을 망라하고 있다. 다만 정밀한 조사를 통해 각 보호지역이 전체 차원에서 어떤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접근이 현재 과제이다.

생태적 가치와 더불어 환경적 가치는 더욱 다양하다. 한반도 전역의 수계를 나누어주는 기준이자 경계가 바로 백두대간이다. 백두대간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등 주요 하천의 유역과 수계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사실 백두대간은 산지에 주목하여 형성한 개념이기보다는 하천에 대한 경험과 연구를 토대로 정립된 개념이다. 그래서 하천에 대한 관리와 이용에 있어 백두대간을 통한 접근은 상당한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무엇보다 하천의 관리에 있어 유역의 범위를 정확하게 설정할 수 있어 지형과 생태계를 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해 준다. 정부의 환경정책에서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가 먹는 ‘물’ 을 비롯한 하천관리다. 전통의 자연관인 백두대간을 통한 산과 하천의 종합적인 관리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환경차원에서 매우 큰 의의가 있을 것이다.

개발과 보전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90년대가 가고 새로운 천년이 도래하고 있다. 지난 100년은 우리역사에서 유래가 드문 격동의 시기였다. 사람도 땅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백두대간도 역사의 뒤안으로 묻혔다가 다시복원되기 위한 꿈틀거림을 하고 있다. 백두대간에 대한 개념과 실체를 규명하고자하는 작업은 엄연한 시대적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백두대간이 어떤 소용돌이 속에서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국토 전체의 환경실태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지리산부터 휴전선까지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상의 주요 분쟁지역을 살펴보자.

2. 백두대간 환경실태와 문제점

1)  지리산(국립공원 제1호)

  지리산의 자연생태계

백두산 장군봉(將軍峰)에서 시작된 백두대간의 장대한 산줄기는 지리산에서 끝맺는다. 조상들은 지리산을 백두대간의 흐름이 이어진 산이라 하여 두류산(頭流山)이라 부르기도 했다. 1967년 12월  국립공원 제 1호로 지정된 지리산은 3개 도, 5개 시·군, 15개 면에 걸쳐 있다. 약 1억 3천만 평의 넓이를 자랑하며 주능선의 길이가 40㎞, 둘레는 800리에 이른다. 지리산은 산악형의 국립공원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대피소도 노고단, 뱀사골, 피아골, 연하천, 벽소령, 세석, 장터목,  로터리 등 9개로 국립공원 중 가장 많다. 우리 나라 생물종의 30%가 살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로서 서식하는 생물종으로는 식물 744종, 포유류 39종, 조류 87종, 양서류 92종, 파충류 12종, 어류 27종 등 생태계 보존의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지리산 고유의 식물로는 구상나무, 지리대사초, 금강애기나리, 지리바꽃, 모데미풀, 히어리, 큰용담, 매매꽃 등이 있으며 올벗나무, 사향노루, 하늘다람쥐, 반달가슴곰, 수달 등의 천연기념물과 세계적 희귀동물이 살고 있다. 조류 중에는 7종의 천연기념물과 3종의 희귀종, 2종의 특이종이 살고 있다.

지리산은 온대에 속하면서도 고도가 높아 북방계 식물의 남쪽 한계선을 이루고 있어 1천 3백 종이 넘는 풍부한 식생이 분포할 뿐만 아니라 1백여 종 이상의 특산·희귀식물을 보유한 식물상의 보고다. 이 특산·희귀식물들은 대부분 해발 1,000m 이상의 고지대에 서식하는 고산종으로, 군 진지공사가 진행된 제석봉(1,806m)∼장터목(1,750m)∼촛대봉(1,703m)∼세석평전(1,600m) 일대에 밀집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 고산식물들은 해발 1,000m 이상의 극히 제한된 환경에서만 자라며 생육지역도 좁아 아주 작은 생태교란에도 자연재생불능의 상처를 입는다
.
  지리산의 상처 관통도로

지리산은 한국전쟁으로 인해 대규모의 면적이 불탔다. 전쟁 이후 약 30년 동안은 생태계의 복원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으나 80년대 중반부터 일기 시작한 개발과 관광의 물결 속에서 다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89년에 건설된 성삼재 도로는 대표적인 국립공원의 훼손사례로 꼽힌다. 남원시 주천면 고기리-정령치-심원계곡-성삼재-시암재-구례군 광의면 천은사로 이어지는 이 도로는 지역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2차선 포장도로로 개설되었다. 봄·여름의 주말과 가을의 단풍철이면 성삼재에서 시암재까지의 도로는 관광버스와 승용차가 일렬로 늘어서서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이 관통도로로 인해 지리산 국립공원의 생태계가 단절되었으며, 노고단 정상 일대도 관광객의 폭주로 인해 훼손되었다.

현재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는 등산객 출입금지 구역을 설정하여 생태계복원을 시도하고 있으나 식재한 초본류들의 활착이 매우 저조하고 대부분 고사한 상태이다. 제석봉, 세석평전, 노고단 등의 세 지역은 아고산대이거나 이와 유사한 생태계를 가졌던 지역이다. 아고산대와 같은 희귀한 생태계를 가진 지역은 한번 훼손되면 복구가 매우 힘들다. 다양한 방법으로 생태계복원을 위한 시도를 하고 있으나 기존의 연구성과와 자료의 빈곤으로 인해 작업에 어려움이 많다. 환경부에서는 98년 봄 성삼재 관통도로의 중간지점인 시암재 휴게소 남쪽 지점에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설치했다.

  벽소령 관통도로

지리산의 심장부를 갈라놓은 벽소령 관통도로는 동쪽의 천왕봉에서 세석평전에 이르는 자연보존 구역과 반야봉에서 노고단에 이르는 자연생태계 보전구역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벽소령은 60년대 초반에 형성된 비포장 군사도로이다. 그 후 차량 통행이 뜸한 벽소령에서 하동군 의신마을 쪽으로의 길은 숲으로 변해 생태계의 일부가 복원되고 있으나 차가 계속 다닌 함양군 삼정마을 쪽은 현재 차량이 주능선인 벽소령 고개 마루까지 올라와 여러 가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벽소령의 확·포장 공사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제석봉 고사목 지대

지리산 주능선의 제석봉 정상 일대의 평탄지역은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되어 있다. 천왕봉과 장터목 대피소 사이에 있는 제석봉 일대는 현재 앙상한 고사목들만 남아 있다. 정상부 곳곳에 파놓은 참호는 ‘나무들의 공동묘지’라는 관리공단의 안내문과 함께 있다. 훼손되기 전에는 구상나무, 주목, 잣나무 등 지리산 특유의 울창한 고산침엽수림을 자랑하던 원시림이었다. 이곳은 6.25 이후 벌목업자들의 마구잡이식 도벌과 그 흔적을 없애기 위해 불을 지르는 바람에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되었다. 30년이 지났건만 현재 제석봉 정상 일대는 호오리새를 비롯한 초본식물들로 덮여 있고, 고사목만 앙상히 남아 있다. 최근 구상나무 등의 식재로 생태복원을 시도하고 있지만 활착율은 낮은 상태다.

  세석평전의 군사시설 조성으로 인한 훼손

세석평전 일대는 92년 9월 중순부터 시작된 군부대의 교통호와 벙커, 헬기장 공사로 인해 생태계가 심하게 파괴되었다. 군(軍)은 진지 구축 공사를 통해 해발 1,600m 세석평전을 중심으로 북동쪽의 천왕봉과 서쪽 벽소령 사이 약 17㎞의 능선 길에 봉우리마다 여섯 개의 헬기장, 개인참호, 벙커 등 유사시에 대비한 방어시설을 만들어 놓았다.
이 때문에 지리산 팔경의 하나인 세석평전의 철쭉 꽃밭과 제석봉 주변 고사목 지대의 경관이 보기 흉하게 망가졌을 뿐 아니라 고산지대 특유의 희귀 특산식물 생태계가 훼손되었다.

이 공사를 허가해 준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수백 명의 군 병력이 상주하며 대대적인 공사를 벌이는 데 대한 등산객들의 항의성 문의와 고발 보도가 잇따르자 허가 면적(397㎡)을 초과해서 건설한 267㎡에 대해서만 뒤늦게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현재 생태계 복원을 위한 공사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한번 파괴된 생태계가 쉽게 복원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하다.

  국립공원 구역 내의 집단시설지구

80년대 중반 지리산 이용객이 급증하자 본격적인 관광개발이 시작되었다. 국립공원 경계구역 내의 집단시설지구의 개발이 이루어졌으며, 이를 통해 생겨난 유흥업소는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였고 그 결과 인근의 계곡이 오염되었다. 이로 인해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지리산은 훼손되기 시작했다.

지리산 국립공원에 들어선 집단시설지구는 뱀사골 계곡의 반선 지구, 백무동 계곡의 백무동 시설지구, 화엄사 계곡의 화엄사 집단시설지구, 중산리 계곡의 중산리 집단시설지구, 대원사 계곡의 유평리 집단시설지구 등이다. 현재 지리산에는 화엄사, 천은사, 대원사, 내원사 등의 유명한 사찰이 여럿 있다. 신도들이 타고 오는 자가용의 증가는 사찰로 이어지는 도로의 개설과 사찰 내 신축건물의 건립, 기존 사찰의 확장으로 이어져 그로 인한 자연파괴도 심각하다.

  지리산 양수 발전소

지리산 양수댐은 비록 다른 양수댐이 들어서는 자리에 비해 그 면적은 작지만 댐 건설용 도로공사로 인해 지리산의 생태계를 양분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댐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인 고운동 계곡과 거림 계곡은 생태변화가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

현재 성삼재 도로(서북부), 노고단 도로(서부), 그리고 양수 발전소 진입도로 등에 의해 지리산은 4등분 되었다. 지리산 양수 발전소 인근의 청암댐, 합천댐, 진양호가 보태지면 상호작용에 의해 지리산은 물론이고 서부 경남 지역의 기후 변화와 생태계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진양호 건설 후 코스모스가 늦여름에 피고, 서부 경남에 신경통 및 이비인후과 환자가 증가하는 등의 예로 알 수 있듯이 댐의 건설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안개일수의 변화는 양수발전소 예정지인 예치마을의 특산물인 토종꿀, 차, 곶감 등의 재배에 큰 차질을 빚게 할 것이고, 벼의 성숙과 결실 그리고 지역 산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실제 상부댐 건설 예정지의 대표 수종인 굴참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등 참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는 건조지역에 자라는 수종이기 때문에 댐으로 인한 수종의 변화가 예상된다.

환경부의 조사 결과 상부댐 예정지의 녹지자연도는 8∼10등급으로 나타났다. 한전에서 발표한 7등급의 평가와는 다르다. 국회 환경노동위 질의에서 이해찬 의원이 질의한 내용에 의하면 상부댐 건설로 침수되는 구역은 토양과 식생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하고 식생분포가 8등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댐 건설 예정지에는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새매와 지역 희귀동물인 맹꽁이, 능구렁이, 까치살모사 등이 서식하고 있다. 한전에서는 이러한 희귀동물이 댐 건설을 피해 스스로 이동할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희귀동물은 특정지역의 자연환경이 그 동물에 적당하기 때문에 그 지역에만 서식하는 것이다. 다른 환경에서는 잘 살아갈 수 없다. 결국 공사가 진행되면 희귀동식물은 멸종되거나 그 숫자가 급격히 감소될 것이다.

천왕봉에서 발원하여 내려오는 덕천강의 상류인 거림 고운동 계곡은 공사기간 중 토사유출로 인해 수질이 악화(부영양화, 성층현상)될 것이다. 현재 진양호의 경우는 퇴적층이 두꺼워 수심이 얕아지고 부영양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댐 건설 후에는 하부댐의 깊이가 24m가 되어 물은 성층현상이 일어날 것이고 수심이 깊은 곳의 찬물을 방류할 때 하류 지역 농작물은 심각한 냉해를 입게 될 것이다. 또, 하천수 고갈로 하류 생태계가 크게 변화할 것이다.

90년 이후에도 정부 당국의 지리산 개발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국립공원 제 1호인 지리산에 대한 장기적인 보존 대책은 국립공원 전반의 보전 정책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개발만을 통한 훼손은 지리산에 회복 불능의 상처를 입혔다. 앞으로 국립공원 정책에 대한 획기적인 전환의 출발점으로 지리산 보존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2) 덕유산 무주리조트
  
  덕유산 국립공원

98년 가을 문화관광부는 2010년 동계올림픽을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덕유산국립공원의 무주리조트를 중심으로 한 전북일원에서 2010년에 동계 올림픽을 치르겠다면 국무회의 안건을 상정하고 의결을 한 후 현재 정부내에서는 2010년 동계올림픽을 추진중이다. 기존에 무주리조트 건설로 엄청난 생태계파괴를 가져왔던 덕유산 국립공원이 다시 훼손의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우리 나라 국립공원 역사에서 가장 심각한 환경파괴의 결과를 남긴 곳이 덕유산 국립공원이다. ㈜쌍방울 개발은 97년 1월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를 계기로 덕유산 국립공원의 광범위한 면적을 개발했다. 무주리조트가 위치한 곳은 덕유산 정상봉인 향적(1,614m)의 북쪽으로 백두대간의 주능선에서는 약 5km 정도 떨어져 있다. 하지만 생태계는 하나의 권역이다.

덕유산은 1975년 2월 우리 나라에서 10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총면적 219㎢로 한반도의 중부 이남에 위치한다. 행정구역으로는 전라북도 무주군과 장수군·경상남도 거창군과 함양군 등 2개 도, 4개 군에 걸쳐 있다. 중부 이남의 중추적 산줄기인 덕유산은 백두대간에서 큰 흐름을 차지한다. 전북과 경남의 산줄기가 지리산으로 뻗어가는 생태계의 보고인 덕유산에는 모두 16종의 희귀 및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다. 멸종위기(Endangered)종으로는 구상나무, 주목, 너도바람꽃, 뻐국나리, 백작약 등 10종이 있다. 요주의(critical)종으로는 왕괴불나무 등 3종이 있으며, 취약종으로는 복수초 등 2종이 있다. 천연기념물로는 제 323호인 새매, 황도조롱이와 희귀종인 큰오색딱다구리, 홍여새가 서식하고 있다. 국립공원의 경계구역인 무주군 설천면 소천리의 나제통문에서 4km 아래의 청량리까지는 국내에서 유일한 반딧불 서식지다. 반딧불은 천연기념물 322호로 지정되어 있다.

무주리조트는 덕유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향적봉(1,614m)에서 북쪽으로 내려가는 계곡에 자리잡고 있다. 향적봉을 중심으로 북동으로 이어진 칠봉(1,300m)과 북서쪽으로 이어진 두문산(1,051.2m) 등 세 개의 봉우리가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지역 전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심곡리 산 43-15에 위치한다. 현재 이곳은 쌍방울 개발의 대규모 공사로 인해 지도에 있는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무주리조트가 자리잡은 향적봉 일대는 300년∼500년 된 주목과 구상나무군락지가 펼쳐진 원시림 지역이다. 구상나무는 전세계적으로 우리 나라의 덕유산, 지리상산, 한라산 등 세 곳에서만 존재하는 희귀종이며, 주목은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고까지 불리우는 보존 가치가 매우 큰 나무다.

  덕유산 국립공원에 들어선 무주리조트

덕유산 무주리조트 스키장 공사가 시작된 것은 1989년이었다. 전두환 대통령이 전북 연두순시 때 스키장 개발계획을 보고받은 이후 개발이 구체화되었고 사업자가 쌍방울개발로 선정되면서 개발이 가속화되었다. 무주리조트가 개장된 것은 1990년 12월이다. 개장 초기에는 향적봉 정상까지 파헤쳐지지는 않았었다. 92년 당시 김영삼씨가 대통령 후보 공약으로 동계올림픽 전북 유치를 약속하면서 대규모의 개발이 추진된 것이다.  

이후 1993년 1월에는 국립공원 위원회에서 국제 스키슬로프 공사를 위하여 향적봉 부근의 90,000㎡의 자연보존지구를 해제하였다. 93년 4월 김영삼 대통령의 전라북도 방문 때 동계올림픽을 적극 추진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국제경기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쌍방울개발은 국유림과 공유림을 임대하였다. 국립공원의 자연보존지구도 변경되었으며, 1994년에는 스키장 건설용 작업도로 개설을 위해 덕유산 국립공원 계획을 변경했다. 이것은 국립공원의 이념이나 관리원칙에 벗어난 정책이었다. 정부는 스키장건설을 위해 2회에 걸쳐 자연보존지구를 축소, 변경해 주었다. 일체의 개발행위가 금지되어 있는 국립공원에서 스키장 건설을 위해 국유림을 임대하고 자연보존지구를 축소, 변경하는 것은 국립공원 이념과 정책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결정이었다.

무주리조트의 총 규모는 221만 7천 평이다. 이중 스키장이 1,308,000평이고 골프장이 266,000평이며 집단시설지구가 645,000평이다. 총면적 221만 7천 평 중 ㈜쌍방울 개발이 소유한 토지는 전체 면적의 14.3%인 317,000평이다. 1989년 ㈜쌍방울 개발측이 수의계약으로 매입한 351,000평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국유림, 혹은 공유림이다. 현재 전라북도 소유인 도유림 중 770,000평(2,542,676㎡)과 무주군의 소유로 되어있는 군유림 265,000평(873,762㎡)을 ㈜쌍방울 개발이 임대하여 쓰고 있다.      

  무주리조트의 문제점

향적봉 정상의 스키전망대 주변에는 고사된 주목과 구상나무가 곳곳에 서 있다. 수백 년 이상 된 구상나무와 주목이 공사과정에서 벌채되었다. 무주군의 주민들 중 개발에 따르는 부정적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무주리조트가 위치한 설천면 주민들이 강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무주리조트를 따라 흐르는 청정계곡을 복개하여 계곡이 심하게 오염되고 있으며, 계곡 아래 지역의 설천면 남대천까지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 더불어 스키 철인 겨울에 무주리조트 측에서 주차장과 교통로의 제설작업을 위해 과다하게 사용하는 염화칼슘은 이중 삼중으로 하천을 오염시키고 있다.

스키슬로프에서 적설량이 모자라서 뿌리는 인공설에는 벤젠 등의 화학약품이 첨가되어 주변의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눈이 녹을 때에는 하천까지 오염시키고 있다. 또한 과거 건설을 유보하기로 했던 골프장 공사는 국제대회가 끝난 이후 본격화되어 98년 가을 공사가 완료되었고 현재는 개장만 기다리고 있다. 대규모적인 국립공원의 생태계 파괴가, 그 계기가 된 국제대회가 끝난 이후에도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법적으로 국립공원 경계구역 내에서는 건설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 콘도 시설을 가족호텔이라는 명칭 변경을 통해 회원권 분양까지도 했다. 애초에 ㈜쌍방울개발은 환경영향평가에 관한 협의과정에서 주목이나 구상나무 등 보호수종을 적절한 곳에 이식하여 관리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주목과 구상나무의 대부분은 고사한 상태다.

덕유산 무주리조트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와 관찰이 필요하다. 앞으로 학계와 정부의 지속적인 조사가 요구된다. 특히 골프장이 건설된 두문산 일대에는 과거 고층습원 3곳이 존재했다. 쌍방울 측에서는 이 3곳의 고층습원 둘레에 콘크리트 장벽을 쌓아 올렸다. 골프장의 농약으로 인해 고층습원이 파괴될 것에 대한 대비책이다. 하지만 콘크리트 자체가 고층습원의 생태적 흐름을 차단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골프장이 개장된 후의 맹독성 농약의 과다한 사용은 자명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 나라의 그 어떤 골프장도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곳이 없다. 하루에 보통 2트럭 분의 농약은 기본적인 소요량이다. 이 정도의 농약이 지속적으로 살포될 때 반딧불(천연기념물로 지정)의 서식처인 무주구천동과 그 아래의 남대천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 덕유산 무주리조트에 골프장이 들어서면 무주군 일대의 반딧불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3) 속리산 문장대·용화지구 온천
  
  국립공원에 들어선 온천

속리산의 문장대에서 청화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줄기를 걷다보면 서쪽으로 대규모의 산림파괴 현장을 볼 수 있다. 바로 문장대·용화지구 온천개발 현장이다. 97년 정부의 사업중지 명령으로 현재 사업이 중지된 상태로 훼손된 지역만 토사를 드러낸 채 방치되고 있다. 애초에 용화지구는 속리산 국립공원 경계구역 안에 위치하며, 문장대지구는 국립공원 경계구역에 인접한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두 곳 모두 남한강의 최상류 청정지역이었다. 경북 상주시 화북면 운흥리와 중흥동에 자리잡은 온천 개발현장은 96년부터 공사가 시작되었다. 문장대와 용화지구는 약 1km 정도의 거리를 두고 각각 공사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 두 곳 모두 97년 5월 현재 내무부의 행정심판 결과로 지금까지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된 상태다.

온천건설은 지역의 수익사업이 될 수는 있으나, 상당한 규모의 수질오염을 발생시키는 시설이다. 이곳 온천 건설 예정지는 행정구역상으로는 경북 상주시이며, 온천 개발로 인해 환경오염의 영향이 파급되는 지역은 온천의 하수가 흘러가는 계곡을 따라 1㎞만 내려가면 되는 충북 괴산군 청천면이다. 온천이 개발되면 경북 상주시는 개발 혜택을 독점하게 되는 반면, 괴산군을 비롯한 충북 도민에게는 식수로 쓰는 청정지역의 하천 오염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

  문장대·용화지구 온천개발의 경과

문장대·용화의 온천시설지구(8만 1천평)에 대한 사업승인이 1995년 12월 20일 이루어진 후 충청북도가 환경분쟁 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고 청주와 충주 지역의 여러 환경단체들이 헌법소원 및 행정심판을 제기하였다. 천주교를 비롯한 충북지역의 여러 종교 단체에서도 ‘상수원 보호를 위한 미사’를 개최하는 등의 반대 움직임이 있었다.

문장대·용화지구의 온천건설로 인한 분쟁에는 애초에 행정구역 경계상의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속리산 문장대에서 청화산까지의 백두대간을 경계로 그 북서쪽은 경북 상주시 화북면이 아닌 충북 괴산군으로 되어야 옳다. 그랬다면 문장대-용화지구 온천개발과 같은 환경 분쟁은 애초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 나라의 행정구역 중 면(面)이라는 제도도 일제시대 때 식민지 침탈을 위해 일본인들이 만든 제도다. 뿐만 아니라 일제는 전국적인 차원에서 산 이름, 고개 이름, 마을이나 동네 이름 등을 그들 마음대로 고치고 바꾸었다. 해방 이후 이러한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채 5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 지역의 행정구역을 나누는 일은 백두대간의 개념이 알려지기 전에 있었던 안타까운 일이다.

백두대간은 산줄기만의 경계가 아니라 물줄기와 산줄기를 함께 아우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개념이자 경계이다. 백두대간은 낙동강, 한강, 금강의 수계를 정확히 구분해주는 지리의 중심축이 된다. 과거에 일제가 만든 산맥 개념이 아닌 백두대간이 지리의 기본 개념으로 채택되었더라면 문장대·용화지구와 같은 환경분쟁이나 지역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백두대간을 포함하는 전통의 자연지리가 원상 회복되어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문장대·용화지구 온천 개발에 관한 분쟁이다.

  자연 경계에 맞는 행정구역

정부당국은 수계와 산계의 종합적인 관리와 접근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발원지부터 하구언까지의 종합적이고 일관성 있는 관리를 해야한다. 이러한 것의 기본이 바로 수계와 산계의 조화로운 관리다. 이것은 또한 백두대간의 기본 개념이기도 하다. 한일합방 전까지의 모든 행정·군사·교역상의 지리적 접근은 모두 이러한 백두대간의 개념으로 이루어져 왔다. 더 늦기 전에 경북 상주시 화북면 운흥리, 중흥리 일대의 지역을 충북 괴산군으로 편입시켜야 한다. 이 지역은 엄연히 남한강의 수계에 해당한다. 상주시는 누가 보아도 낙동강 수계에 해당한다. 치산치수는 지금도 중요한 정치의 근간이 된다.

4) 태백산 한·미 합동 공군훈련장

  민족의 영산인 태백산

태백산은 역사적으로 백두산, 지리산과 같은 비중을 차지하는 산이다. 단군신화에도 나오는 민족의 영산으로 택리지나 동국여지승람 등 중요한 지리서에도 그 의미가 남다르게 언급되어 있는 산이다.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서는 백두대간에서 낙동정맥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으로 태백산이 그려져 있다. 매년 10월 3일 개천일이면 태백산 정상의 천제단에서는 단군의 의미를 기리는 천제가 성대히 열린다.

태백산이 가지는 생태계도 남다르다. 지리산, 오대산, 설악산과 버금가는 고산 희귀식물의 보고(寶庫)다. 최근의 여러 생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설악산이나 대관령으로 알려진 북방계 식물의 남방한계선이 태백산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것은 태백산의 생태적 가치를 알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태백산 일대에는 여러 곳에 주목군락지가 펼쳐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백두대간의 중요한 산이자 희귀 동·식물의 보고인 태백산이 군사 지역에 묶여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태백산 정상을 중심으로 영월군 일대 전체가 한·미 합동 공군훈련장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어떤 국립공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자연생태계와 문화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태백산이 공군 폭격훈련장 때문에 아직도 도립공원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99년 3월 환경부 산하의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태백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99년 4월부터 약 1에 걸친 생태계조사를 통해 태백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하여 관심을 끌고 있다.

  백두대간에 있는 대규모 폭격훈련장

백두대간의 구룡산(1345.4m·경북 봉화군 춘양면과 강원 영월군 상동읍)에서 태백산까지의 백두대간 능선 서북쪽 계곡 전체가 한·미 공군의 전투비행 훈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구룡산이나 태백산 정상에서 뚜렷이 관찰되는 이 훈련장은 전투기의 사격훈련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 훈련장은 행정구역상으로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천평리 일대이며, 광범위한 계곡 안에 자리잡고 있다. 79년에 건설된 훈련장에는 그 이후 지금까지 폭격훈련이 이어지고 있다. 이 비행장으로 인해 국내 어느 국립공원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태백산이 지금까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지 못하고 도립공원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태백산 정상인 장군단이나 천제단 주변에서 비행 훈련중인 전투기 조종사의 모습까지도 구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을 정도이다. 실제의 실탄사격이나 폭탄 투하 훈련도 주민들이나 등산객들의 눈에 쉽게 띄인다. 이 훈련장의 서쪽 능선에 위치한 삼봉산(1178.2m 강원 영월군 상동읍 덕구리) 정상에는 훈련시 미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공군 전투훈련장으로 인해 태백산 일대는 민간 항공기의 비행금지 구역으로 묶여 있다.

  태백산의 전투기 소음

백두대간 구룡산과 태백산 일대에는 평일의 경우 많을 때는 하루에도 수십 회 이상 전투기의 폭격 훈련이 실시된다. 주말과 국경일에는 훈련이 없다. 어떤 날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종일 훈련을 할 때도 있다.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하는 훈련도 자주 있다. 이때는 태백산 정상에서도 관측 가능한 특정한 지점에 모의탄이 아닌 실제 상황에서 사용하는 폭탄과 미사일을 발사하는 훈련을 하기도 한다.

이 표적은 태백산 정상에서 날씨가 맑은 날이면 누구나 관측 가능하다. 실탄을 사용하건 아니면 모의탄을 사용하건 간에 비행으로 인한 소음은 매우 엄청나다. 뿐만 아니라 훈련 과정에 저공비행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비행 소음이 대단히 크다. 저공비행을 할 때면 태백산 정상의 등산객들 눈에 전투기 조종사의 얼굴과 헬멧이 보일 정도로 낮게 나는 경우도 간혹 있다. 한 번 훈련을 하면 2대 또는 3대의 비행기가 한 조를 이루며, 목표지점에 사격을 하거나 폭탄을 투하하는 훈련을 주로 한다. 이 지역을 3∼4분 간격으로 선회하면서 10여 차례 훈련을 벌인다.

태백산 공군훈련장을 사용하는 미군 전투기들은 괌이나 오끼나와에서 출격하여 이곳에서 사격을 포함한 훈련을 하고 간다. 이곳은 필리핀, 태국 등을 망라하여 동아시아에서 가장 비중이 있는 미 공군 훈련장이다. 영월군 상동면 천평리 일대에 자리잡은 부대는 영문으로 ‘PIL SUNG RANGE’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이 부대는 공원 훈련장 태백산 정상을 중심으로 강원도 영월군 상동면과 태백시 혈동에 자리잡고 있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태백산의 한·미 공군의 훈련장은 야생동물의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포유류 동물의 경우는 소음이나 진동에 대단히 민감하기 때문에 훈련장 부근에서는 서식이 곤란하기 때문이다. 백두대간 능선을 경계로 하여 훈련장 반대편의 경북 봉화군 지역은 지금도 수달과 열목어 등의 주된 서식처로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구룡산에서 태백산으로 이어지는 지역 전반에 대한 정밀한 생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야생동물의 서식 상황과 군 훈련장으로 인한 영향 등에 대한 연구와 검토가 요구된다. 식물상의 경우 태백산 지역은 북방계 식물의 남방한계선을 차지하는 지역이므로 현재 공군 훈련장으로 묶여 있는 천평 일대에 대한 정밀한 생태조사는 한반도 식물의 서식 분포를 밝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태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는 문제가 검토되기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할 것이 바로 이 지역에 대한 종합적인 생태계 조사다. 이 지역은 지금까지 군사지역으로 묶여 있어서 제대로 조사가 되지 못했던 곳이다. 태백산의 자연생태계에 대한 조사는 앞으로 태백산 공군 훈련장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5) 태백 창죽동 공원묘지

  태백시청의 공동묘지사업

민족 정기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는 백두대간에 공동묘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강원도 태백시청이 태백시 창죽동의 백두대간 한 가운데에 공원묘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시청 측은 공원묘지 조성사업이 시민의 숙원사업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사업을 강행하고 있지만, 정작 이곳의 지역 주민들은 공원묘지 조성에 대하여 반발하고 있다.
1998년 1월부터 시작된 태백시청과  창죽동 지역 주민들의 묘지조성을 둘러싼 분쟁은 이렇다할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지금까지 계속 대립을 하고 있으며 현재도 분쟁은 진행 중이다. 태백시가 창죽동 일대의 임야 7만 5,000여 평에 공원묘지 조성사업의 추진을 시작한 것은 지난 94년부터 [폐광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제정에 힘입어서라고  할 수 있다. 폐광지역에 관한 특별법 덕분에 태백시를 포함한 인근 20개 지역에  대하여 여러 가지 지역개발사업이 중앙정부의 예산지원으로 추진됐고, 여기에 공동묘지 사업도 포함된 것이다.

  기만적인 행정

현행법상 공동묘지 조성은 지방자치단체인  해당 시-군의 자치적으로 하게 돼 있지만, 특별법 덕택으로 태백시의 경우는 100억 원 가까운 예산이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되었다. 그러나 이 작업은 3년여를 철저하게 보안이 유지된 상태에서 진행되었고, 착공을 불과 4개월 앞두고서야 이에 대한 주민공청회가 열렸다. 이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분개하였고 이때부터 공동묘지조성에 대한 저지 활동에 들어간 것이다.

지난 4월 공동묘지 사업에 착공하려던 태백시청의 계획은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에 밀려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 곧바로 이어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전임 태백시장이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있는 한 공동묘지사업을  결코 일방적으로 강행하지 않겠다는 선거공약을 내걸어 당선되기도 하였다.. 그 뒤 공동묘지 사업은 무산된 듯 하더니, 1998년 11월이 되면서 태백시청에서 다시 공동묘지 추진 움직임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문제와 대책

사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공원묘지가  들어서는 위치가 백두대간의 한 가운데이자 낙동강과 한강의 발원지를 품은 곳이라는 점이다. 단순히 풍수적인 차원을 넘어 재검토돼야 할 사안인 것이다. 창죽동은 한강의 발원지인 금대봉 검용소 전방에 위치해 있다. 묘지가 들어설 경우 최상류의 오염이 불가피하다. 또한 묘지가 조성될 인근 하장면 광동리는 태백시민들의 식수원인 광동댐이 자리잡고 있는 지하수자원 연결지역이기도 하다. 주목할 것은 지역주민들이 단순히 반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태백시 곳곳에는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공동묘지가 세 곳이 있으며 연화산 유원지를 공동묘지로 조성해도 손색이 없다. 태백지역 산림을 관리하는 산림청 태백국유림관리소에서도 비슷한 대안을 제시했다. 태백지역은 광범위한 산림을 아우르기 때문에 찾아보면 공동묘지 입지로 적합한 곳이 여럿 있다. 태백국유림관리소 측은 태백시청에서 협의해 올 경우 관내 국유림지역을  공동묘지로 조성하는데 적극 응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러 대안이 있음에도 태백시청은 사업을 강행할 예정이다.

6) 자병산 한라시멘트 석회광산

  임계카르스트 지형의 자병산

자병산(872.5m)은 강원도 동해시 신흥동, 강릉시 옥계면, 정선군 임계면 등 3개 면에 걸쳐 위치한다. 자병산 바로 1km 이내의 거리에느 백봉령이 있는데. 백봉령은 42번 국도가 지나가는 포장도로로 차량 통행량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자병산 일대는 백두대간 능선을 기준으로 하여 영동과 영서의 구분이 뚜렷한 지형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산이다. 자병산에서 서북쪽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따라 5km 가량 가면 임계카르스트 지형이 나타난다. 임계카르스트 지형은 자연사적인 가치와 아울러 지리적,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병산의 자연생태계

자병산은 강원도 남부 영동과 영서를 가르는 백두대간의 경계에 위치한다. 본래 한라시멘트가 개발을 하기 전에는 풍부한 동식물상을 지녔던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는 정상부를 기준으로 산의 반 이상이 깎여 나갔다. 임상은 주요 군락으로 신갈나무군락, 굴참나무군락, 소나무군락이 있다. 전형적인 교목, 아교목, 관목, 초본층의 4층 구조의 숲을 구성하고 있다. 교목의 우점종은 신갈나무이고 아교목의 우점종은 서어나무이며, 관목의 우점종은 철쭉이고, 초본층의 우점종은 꽃며느리밥풀꽃이다. 희귀식물로 백리향, 산개나리, 만병초, 금강애기나리, 한계령풀, 돌마타리 등이 있다.

자병산 일대는 식물상이 풍부한 만큼 동물들에게도 좋은 서식처였다. 하지만 한라시멘트 석회광산으로 인해 과거와 같은 종 다양성을 가지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석회광산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다양한 동물상이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포유류로는 멧돼지, 노루, 오소리, 너구리, 고라니가 있고 희귀종으로는 삵, 고슴도치와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있었다. 양서파충류로는 능구렁이, 살모사, 까치살모사 등이 있었다.

이곳은 자료상에는 자연생태계 보전의 필요성이 높은 지역으로 나와 있으나 현재 5년 이상 계속되는 석회광산 개발로 인한 발파, 포크레인 소음, 대형트럭 소음 등은 야생동물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야생동물은 일반적으로 소음, 진동, 발파 등에 대단히 민감하다. 인공적인 여타 위해요소가 있을시 즉각 서식처를 이동하는 것이 기본이다. 앞으로 자병산 지역에 대한 야생동물서식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이것은 광산 등의 대규모 개발 공사가 야생동물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한라시멘트 석회광산과 백두대간보전회

㈜한라시멘트는 애초에 백두대간의 개념이 논의되기 전인 90년 이전부터 백두대간의 일부인 자병산 지역에 광구등록을 마치고 사업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경제성이 가장 큰 풍촌 석회암 광맥의 일부가 백두대간을 관통하고 있었다. 개발을 하기 위해 백두대간을 훼손하는 ㈜한라시멘트와 백두대간을 보전하려는 지역 주민들의 대립이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자병산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여 ㈜한라와 대립한 단체는 ‘백두 대간보전회’다.

백두대간이라는 이름이 거론되고 많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정부에서도 백두대간을 보전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백두대간보전회에서는 백두대간의 동·식물 생태 분포와 연구조사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1996년 4월 산림청이 현지조사를 위해 자병산 현장을 방문한 후 백두대간보전회의 실질적인 조치로 자병산 한라시멘트에 사업정지 명령이 내려졌다. 자병산 일대는 산림청 산하 동부지방 산림관리청의 관할 구역인 국유림 지역이므로 산림청의 행정 명령으로 96년 5월부터 97년 2월까지 자병산 정상부 일대의 시멘트 채광이 중단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자병산의 한라시멘트 석회광산은 계속 운영이 되고 있다. 이미 산은 제 모습을 잃은지 오래다. 지역주민들에 따르면 자병산은 많은 동·식물 뿐만 아니라 상당한 자연동굴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자병산은 자연사적 가치가 아주 높은 임계카르스트 지형을 지니고 있어 석회암지층에서 많이 발견되는 동굴들이 산재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의 보전의지

자병산의 임계카르스트 지형은 자연사적 가치와 지리학적 가치가 매우 탁월한 곳이다. 이곳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강원도 정선군, 영월군, 삼척시, 동해시의 석회광산에서 나오는 시멘트는 국제시장에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정부관계부처는 개발과 보존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대립을 단지 사업자와 주민 양자간의 문제만이 아님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우선 시급한 것은 석회광산이 들어선 이후의 전반적인 동·식물상과  지질에 대한 정밀조사이며, 아울러 사업자와 주민단체 간의 갈등에 있어서도 환경부와 산림청의 적극적인 개입과 중재노력이 요구된다.

7) 고압송전탑 공사

  백두대간에 들어선 송전 철탑

<> 고루포기산(1238.3m)은 대관령에서 백두대간의 능선을 따라 6km 남쪽,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과 평창군 도암면의 경계에 걸쳐 있다. 고루포기산 서남쪽에는 주목군락지로 유명한 발왕산이 있다. 발왕산은 최근에 ‘국제대회 경기유치 특별법’과 쌍용개발에 의해 산의 정상부까지 파헤쳐졌다.

고루포기산은 정상에서 남쪽을 따라 이어진 고랭지 채소 재배단지로 유명하다. 삼척의 광동댐 이주단지, 태백의 매봉산 고랭지 채소 재배단지와 더불어 백두대간의 능선 바로 옆에 대규모의 배추밭이 있다. 고루포기산에서 대간의 마루금을 따라 북쪽으로 가면 능경봉(1123.1m)이 나오고 그 다음이 대관령이다.

정상부에서는 대관령 휴게소와 대관령 기상관측소가 있으며, 백두대간을 따라 이어지는 삼양목장과 그 뒤의 오대산 능선들이 시야에 잡힌다. 고루포기산에서 마루금을 따라 남쪽으로 가면 닭목재를 만나게 된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멀리 청옥∼두타산까지 보인다. 고루포기산에 한국전력공사의 송전탑이 들어서면서 정상부 주변의 숲은 심각한 산림훼손과 생태계 파괴를 겪고 있다.

정상 일대에는 총 일곱 곳에 송전탑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송전 철탑 1기가 차지하는 규모는 약 200∼300평 가량이며, 송전탑이 들어선 지역의 숲은 모두 갈아 엎어져 있다. 고루포기산 일대에서 발왕산까지에는 모두 49개의 송전 철탑이 세워져 있다. 철탑 하나의 부지를 200평 정도로만 잡아도 49개의 철탑을 모두 합해 보면 총 9,600평의 산림에 송전탑이 들어선 것이다.  

  공사용 도로로 인해 훼손된 산림

송전탑이 들어서는 부지에는 정사각형 모양의 철탑 지지물인 콘크리트 골조가 한 부지에 4개씩 들어섰다. 고루포기산 정상 일대에는 송전탑 공사를 위한 공사용 비포장도로가 어지럽게 깔렸고, 산 정상부에서 사면으로 불과 5m 옆에 폭 6∼7m 가량의 송전탑 건설용 도로가 개설되었다. 송전탑 건설용 도로의 길이는 진입로부터 일곱 군데의 송전탑 부지까지 약 3㎞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산림지역 내에 송전탑 건설을 할 경우 필요한 장비와 자재를 헬기로 수송하여 공사를 하지만 고루포기산의 경우는 송전탑 건설을 위해 공사용 도로를 뚫고, 송전탑이 들어서는 부지 주변을 마구 파헤쳐 놓았다. 송전탑 건설 예정지와 작업도로가 모두 백두대간의 마루금 한가운데이거나, 바로 옆에 위치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 공사로 인해 백두대간 능선의 곳곳이 송전탑 건설부지로 인해 끊어졌으며, 심지어 경사면의 송전선 철탑 부지에는 쓰러진 고목과 절개지가 방치되어 버렸다. 또한 탐사대는 신갈나무를 벌목한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했는데, 베어진 나무들의 나이테를 세어 보니 대부분이 70년 이상된 고목들이었다. 100∼200년이 넘는 신갈나무군락은 백두대간상의 국립공원 지역 일부를 제외하고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숲의 형태이다.

즉, 이 지역이 생태적으로 안정화된 상태임을 입증해 준다. 신갈나무뿐만 아니라 금강소나무도 수없이 베어졌다. 금강소나무 역시 대부분의 수령이 70∼80년 이상된 것이다. 상당히 안정화되어 있는 숲을 자랑하는 고루포기산의 한가운데가 한전의 송전탑 건설로 무참히 죽어간 것이다.

  전원개발에관한특례법’에 의해 무너진 고루포기산

고루포기산에 들어서는 송전탑 공사는 한국전력공사 제천 관리처에서 담당했다. 공식적인 공사의 명칭은 ‘154kv 횡계분기 송전선로 건설공사’였다. 사업목적은 ‘강원도 횡계 지역의 전력수요 중가에 대비하여 신설되는 횡계 변전소에 소요전력을 공급하기 위함’으로 되어 있었다. 고루포기산의 송전탑 건설은 자연생태계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전원개발에 관한 특례법’이라는 법을 통해서 가능할 수 있었다.  
  
  발왕산과 고루포기산

고루포기산의 송전탑 건설은 일반적인 전력 수급을 위한 송전선로 시설이 아니라 ‘발왕산 용평스키장의 전력수급’을 위한 것이었다. 고루포기산의 산림파괴는 발왕산과 깊은 관련이 있다. 발왕산은 쌍용이라는 대기업이 스키장을 짓기 위해서 이미 심각한 생태파괴가 벌어진 바 있다.

발왕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스키장이 건설되고 부대시설이 들어서게 되면 기존의 전력 수요로는 부족하기 떄문에 새로운 변전소가 요구되며, 이를 위해 발왕산 주변에 송전탑이 필요한 것이다. 즉, 용평스키장에 새롭게 소요되는 대규모 전력을 감당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발전소는 강릉 수력발전소다.

강릉 수력발전소는 대표적인 유역변경식 댐으로 두 개의 호수가 백두대간을 경계로 상부-하부로 이루어져 있다. 상부댐은 발왕산 동쪽 계곡의 전체를 차지하는 평창군 도암면의 ‘수하호’이고 하부댐은 강릉시 왕산면과 구정면의 경계에 위치한 ‘강릉저수지’이다. 상부의 수하호와 하부의 강릉저수지의 장벽인 백두대간에 터널을 뚫어 연결한 것이다. 하부댐인 강릉저수지에 위치한 강릉수력발전소의 전기를 발왕산에 있는 용평스키장으로 끌어오려면 백두대간을 넘어야 한다. 그래서 강릉 수력발전소와 발왕산의 중간지점인 고루포기산에 송전탑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발왕산 스키장으로 인해 훼손된 백두대간

고루포기산은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산악인 이외에는 사람들의 이목이 없다. 따라서 한전측에서는 이 지역이 송전탑 건설에 있어 부담 없는 상대로 비춰졌던 것이다. 97년 12월 탐사 당시 강릉 수력발전소에서 용평스키장의 횡계 변전소까지 총 46개의 송전탑이 들어선 상태였다.

자연생태계는 무시된 ‘국제대회유치특별법’의 결과로 발왕산에 대규모 스키장이 들어서게 되었으며, 발왕산 개발은 그에 인접한 백두대간상의 고루포기산도 훼손시켰다. 또한 98년 2월 말에 열렸던 월드 스키대회를 위해 용평스키장에 새로운 변전소가 들어서게 되었던 것이다. 국제대회라는 명목 아래 한반도의 곳곳에서 무차별한 산림파괴가 이루어지고 있다. 국제대회의 의미를 유치경쟁의 개념으로만 일삼아서는 안 될 것이며,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또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8) 구룡령의 이동통로와 산림전시관

날로 심해지는 개발의 소용돌이 속에서 백두대간은 점점 위협받고 있다. 지리산부터 휴전선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에 포장도로만 줄잡아 45개. 야생동물의 주요 서식처인 백두대간에 이렇게 많은 포장도로가 개설되자 정부도 문제라고 생각했는지 대책마련에 나섰다.

지리산 시암재 야생동물 이동통로 개설 공사가 이미 끝났고,  98년 9월1일부터는 강원도 설악산 구룡령에서 총예산 20억원 규모의 야생동물 이동통로 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 구룡령(해발 1013m)은 강원도 홍천군 내면과 양양군 서면의 경계인 고개로 오대산과 설악산을 연결하는 핵심적 생태 거점이자 백두대간에서도 가장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산림생태계나 생물다양성의 수준이 거의 지리산이나 설악산에 가까운 곳이다.

그런데 이동통로 공사과정에서 정부내의 두 부처간에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환경부에서 추진하는 이동통로 설치지점에서 불과 50여m 거리에 산림청이 휴게소를 짓고 장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이동통로 설치공사를 시작한 비슷한 시기에, 바로 앞에서는 산림청이 산림홍보전시관을 개관한 것이다. 게다가 이 전시관은 말이 전시관이지 여느 휴게소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2층 건물중 1층은 식당, 스낵바, 특산물 매점이 차지했고 널찍한 주차장까지 들어섰다.

구룡령을 지나가는 관광객이나 지역주민들은 너나없이 정부의 잘못된 행정에 대해서 지적을 하고 있다.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짓고 있는 이동통로 바로 앞에 동물에게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는 휴게소를 설치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라는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구룡령의 갈등은 처음부터 양보없이 진행되었다. 97년 가을, 서로 상반되는 시설물을 두고 환경부와 산림청이 신경전을 벌이며 힘겨루기를 했지만 국무총리실까지 올라가는 협의과정에서 끝내 조율을 못하고 각각의 공사가 진행됐다.

산림청은 96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백두대간을 일체의 개발행위로부터 보전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미 백두대간에 대한 연구 용역도 진행된 바 있다. 토론회나 공식 문건에서도 백두대간을 보전임지로 설정해 천연보호림에 준하는 보호관리를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산림청은 야생조수에 관한 업무의 주관 부처이기도 하다. 그런 산림청이 야생조수들의 삶을 위협할 염려가 높은 시설물인 휴게소를 세운 것은 이해하기 힘든 처사다.

환경부와 산림청은 각각 자연생태계에 관한 정책과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두 부처에서 각각 담당하고 있는 자연생태계의 관리업무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꽤 오래 전부터 나오고 있다. 구룡령은 바로 두 부처간의 정책과 관리업무의 분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현장이다.

9) 점봉산·양양 한전 양수발전 댐 건설공사

  양수댐 중 규모가 가장 큰 점봉산 양수댐

점봉산(1,424.2m)은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인제읍-양양군 서면에 걸쳐 있다. 점봉산 양수발전소가 들어서고 있는 곳은 점봉산의 단목령을 지나 남쪽 능선에서 진동 계곡으로 내려오는 안부로 인제군 기린면 진동 2리 진동초등학교로 오르는 벌막골 계곡이다. 백두대간의 한계령과 구룡령 사이 구간에 위치하며 현재 약 50%의 공사가 진행 중이다. 국립공원 설악산 구역에 포함된 점봉산의 진동 계곡에서 지어지고 있는 점봉산 양수댐은 한전에서 공사중인 양수댐 중 그 규모가 가장 크다.

<표 1> 국내 양수발전소 현황                    

  문제를 안고 출발한 양수댐

점봉산 진동 계곡에는 5만 7천평의 상부댐이, 영덕리 남대천의 상류인 후천에는 수몰 면적 30만평의 하부댐이 들어서게 된다. 백두대간의 마루 양쪽에 위치하게 되며, 양쪽의 댐을 잇는 3.5km의 지하 도수터널이 백두대간을 관통한다. 시설용량 100만kw 의 양수 발전소다. 전형적인 동고서저형의 지형적 특성을 이용한 양수 댐이다

양수댐이란 큰 산을 가운데 두고 양쪽 편에 고도 차이가 나는 댐 두 개를 지어 수차를 이용하여 수력발전을 하는 댐이다. 낯 시간의 전력소비량이 늘어날 때, 상부댐에서 하부댐으로 수차를 이용한 수력발전을 한다. 반대로 심야의 전력소비량이 줄어드는 시간에 남는 전기를 이용, 터어빈을 돌려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으로 끌어올린다. 이 발전 원리에서 중요한 대목은 원자력 발전의 이용이다. 원자로는 기본적으로 한 번 가동하면 멈출 수가 없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전기는 여타 에너지와는 달리 저장이 안된다. 한 번 전기를 일으키면 가두어 두거나 묶어둘 수가 없다. 이런 원리 때문에 원자력발전과 양수발전은 상호 필요보완적 관계에 있다.

점봉산 양수댐은 96년 3월부터 설계와 기초 토목공사가 시작되었다. 95년 여름부터 자연보존단체의 거센 반발과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한전은 예정대로 공사를 강행했다. 한국전력의 발주로 총 공사비는 5,271억 원(외자 95,657천 달러 포함)이다. 토목건설공사는 ㈜삼환기업이 담당하고 있으며, 설계 및 감리는 ㈜삼안건설기술공사에서 담당하고 있다.

  점봉산의 자연생태계

점봉산·양양 양수발전소 건설 예정지역은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와 양양군 서면 영덕리 일대다. 상부댐이 들어서는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일대의 진동 계곡은 점봉산에서 발원한 물이 흐른다. 점봉산과 진동 계곡은 남한지역 최고의 자연생태계를 간직한 곳으로서 살아 있는 자연생태계 박물관이다. 또한 하부댐이 들어서는 양양군 영덕리 일대부터 동해안까지는 국내 유일의 연어 회귀천이다.

점봉산(1424m)은 인제군과 양양군에 경계하며, 일부는 설악산 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으며, 2,049㎢가 천연림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진동계곡의 원시림은 우리 나라 중부지방의 기후와 토양조건 아래서 생태계가 3백∼4백년 동안 관광개발, 전쟁, 대규모 산불 등으로 인한 훼손이 전혀 없는 가운데 이룩된 안정된 ‘극상림’을 형성하고 있다. ‘극상림’이란 나무와 풀들이 생성과 소멸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생태적으로 최고의 안정된 상태의 삼림을 말한다.

신갈나무를 비롯한 원시 활엽수림과 전나무 등으로 이루어진 숲은 그 자체가 자연 수목 박물관이다. 점봉산은 854종의 식생을 자랑한다. 주목, 등대시호, 한계령풀, 점봉산엉겅퀴 등 희귀식물을 비롯해 모데미풀, 금강초롱꽃, 진부애기나리 등 36종의 한국특산식물이 있다. 이중 10여 종은 법정보호식물로 지정되어 있다. 모데미풀은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희귀종으로 다른 지역에는 찾아 볼 수 없는 식물이다. 점봉산의 모데미풀은 남한의 최북단 서식지이기 때문에 학술적인 가치 또한 크다. 우리나라 식물진화의 산 역사가 바로 점봉산이다.

동물들의 서식도 식물 못지 않다. 포유류로서는 멸종 위기종인 삵, 늑대, 목도리담비 등 4종과 천연기념물인 하늘다람쥐, 곰, 사향노루, 산양, 수달 등 총 31종이 조사되었다. 진동계곡에 서식하는 어류로는 열목어, 금강모치, 꺽지, 배가사리, 쉬리 등이 대표적이다. 열목어와 금강모치는 생태적 가치가 높은 대표적인 한국특산종이다.

상부 댐 축조시에는 수몰로 생태계 파괴가 불가피한 이 지역은 국내 최고의 생물 다양성을 자진 지역이다. 더불어 이 지역은 오색에서 점봉산으로 뻗어가는 설악산 국립공원 구역에 연이은 국내 유일의 원시림으로 불리는 천연림 보호구역에 이어 1992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보존권 핵심 지역으로부터도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곳이다.

  국내 유일의 연어 회귀 하천

하부댐이 들어설 후천은 오색천과 어성전천 사이에 흐르는 남대천의 3지류 중 가장 긴 국내 유일의 1급수 하천이다. 후천은 또한 금강모치, 돌상어 등 10여종의 특산 담수어와 송어, 산천어, 은어를 포함한 48종의 어류가 서식할 뿐만 아니라, 국내 유일의 연어 회귀천이기도 하다. 연어는 북태평양 연안국들이 지정한 공동 보존 어류다.

국립수산진흥청 양양 내수면 연구소가 들어선 85년도의 6천여 마리 포획, 치어 380만 마리 방류에 비해 94년도에는 19,000여 마리 포획으로의 증가를 보였다. 어민 소득은 물론 가공산업의 잠재성과 국제 경쟁력의 여지를 보여주는 연어의 모천 기원국으로서의 위치가 댐 건설로 인해 심각히 위협받게 되었다. 댐 건설로 인한 구조적 장애는 물론 이에 따른 유량의 감소, 수질오염, 수온의 상승, 골재 채취로 인한 탁수와 강바닥의 변화는 냉수 어종이자 수질에 민감한 연어의 서식을 어렵게 할 것이다.

따라서 남대천에 양수 댐을 건설하는 것은 수 십년 간 정부예산과 인력을 들여 이루어 낸 연어자원조성 국가사업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한강의 발원지의 하나인 방태천 상류와 남대천의 상류인 후천에 만들어질 양수 댐은 자연유수의 차단으로 저수지 상, 하류의 수질에 부영향화 현상을 수 년 안에 가져올 것이다. 수질의 부영양화는 그 서식지가 천연기념물인 열목어 등 산천어류와 연어 등의 서식회귀환경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뿐만 아니라 대대로 청정 하천을 이웃하여 살아온 지역 주민들의 상수원이 크게 위협받는 중대한 생활환경권의 침해이다. 생활용수를 남대천에 의존하고 있는 양양군은 댐 건설로 인해 심각한 환경적 부담과 손실을 안게 되었다. 이에 따라 생활 용수를 남대천에 의존하고 있는 양양군 의회는 현재 남대천 양수댐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새로운 갈등의 증폭

상부댐의 수몰면적은 6만여 평이다. 그런데 한전 측은 공사용 골재 채취를 위해 10만여 평에 달하는 원시림의 추가 벌채를 추진 중이다. 주민들은 공사용 골채 채취를 위한 10만여 평의 벌채를 반대하고 있다. 더불어 공사용 도로를 현재의 진동 계곡에 포장도로로 확포장하지 말고 조침령에 터널을 뚫어 사용하라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본래 진동 계곡의 마을은 강원도 인제군에서도 가장 오지에 속하는 지역이었다. 진동 2리를 비롯한 진동리 주민들의 위기감과 피해의식은 클 수밖에 없다. 주민들은 진동 계곡 35킬로미터 전체에 도로가 개설되면 댐 공사로 인한 훼손 그 이상의 생태파괴가 이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인제군에서 지정한 열목어 서식지가 위협받은 지 이미 오래다. 한전과 주민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앞으로 댐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해서 주민과 한전 간의 대립과 마찰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댐 수몰 면적이 6만여 평 가량인데 공사 허가 면적은 32만평으로 되어있다. 공사 현장에 대한 재조사를 통해 정확한 허가 면적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10) 백두대간의 임업도로

  임업도로란 무엇인가

임업도로는 산림의 효율적 경영과 관리를 위하여 산림 속에 개설하는 도로로서 산불의 진화와 감시에도 이용이 된다. 도로의 형태는 주로 비포장도로이며 극히 일부 경사가 급한 노면만을 콘크리트를 덮는다. 임업도로는 산림청에서 계획, 관리하며 설계 및 시공은 대부분 임업협동중앙회에서 시행하고 있다. 산림청은 계획 단계에서 예산을 편성하고 사업대상을 선정하며, 시행단계에서는 시공을 감독하고, 완공 후에는 보수 및 수시 점검을 통해 임업도로가 잘 유지되도록 관리를 하게 된다. 전국적인 임업도로망에 대한 통합적인 관리도 산림청의 주요한 임업도로관리 업무 속에 포함된다. 임업도로는 1996년 말을 기준으로 하여 전국에 총 10,853㎞가 개설되었다. 또한 앞으로 2010년까지 10년간 약 56,000㎞가 개설될 예정이다.

㏊당 평균 임업도로 밀도는 1.7m이다. 국유림 지역은 3,344㎞가 개설되어 있으며 ㏊당 조성 밀도는 2.4m다. 사유림 지역은 7,509㎞가 개설되어 ㏊당 조성밀도는 1.5m다. 임업도로 건설비는 1997년 10월 기준으로 국유임업도로는 ㎞당 7,300만원이고 사유임업도로는 6,300만원으로 약 1,000만원 정도의 차이가 있다. 사유임업도로 시설비 보조비율은 국고 : 지방비 : 자부담이 각각 50 : 40 : 10으로 산주가 10%를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표 2> 장기 임업도로 시설 계획

  백두대간의 임업도로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