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미스터리 서클 발견!?

2010.01.26 | 군기지



미스터리 서클로 의심되는 문양이 한 농지 내에서 발견됐다. 둥근 원 옆에 양 날개가 달린 신비한 무늬가 경북 상주시 중동면에 위치한 농지 한가운데 그려져 있는 것이 확인 된 것이다. 국내 한 포털 사이트의 위성 지도 서비스를 통해 확인 한 결과, 이 미스터리 서클의 최대 길이 300m에 달하며 경기도 여주군 능서면에도 하나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연 이건 뭔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국에서 최초로 발견된 미스터리 서클이 미국과 호주, 네덜란드 등을 거쳐 드디어 한국에서 상륙한 것인가? 정말 외계인들의 교신 신호인가? 그들이 이제 위대한 한민족을 알아 본 것인가? 늘 5천년의 유구한 문화를 자랑만하는 한국인들과 만나기 위해 암호를 보낸 것인가?

논과 밭 안에 공군 폭격 사격장이 웬 말?


애석하게도 미스터리 서클은 외계 생명체에 의한 것도, 자연 현상에 의한 것도, 어느 심심한 사람이 심심풀이 땅콩으로 장난친 것도, 심지어 서태지의 새 앨범 프로젝트를 위한 것도 아니다. 공군이 전투기 사격 훈련을 위해 만든 사격 타켓, 사격 피탄지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전투기 폭격 훈련장이 농지 중간에, 그리고 이렇게 민가와 가까이 있어도 안전한 것인가?

탄약은 인체와 자연환경에 심각한 위해를 입히는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납과 카드늄과 같은 중금속 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는 발암 물질로 규정하고 있는 TNT, RDX와 같은 화약류가 그것이다. 이 물질들은 사격시 탄이 터지면 공기와 물, 토양과 지하수로 흘러들어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오염 뿐 아니라 소음도 심각하다. 기차 열대가 한 번에 지나가는 것과 맞먹는 소음이 시시때때로 발생해 인근 주민들의 삶이 처참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군 사격장에 대한 오염 대책이 상당히 부족하다. 특히 화약류 오염 물질의 경우 연구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오염 조사나 정화를 할 수 있는 법적 규정도 없다. 소음도 마찬가지이다. 민간 항공기와 일반생활 소음에 대한 법은 20년전에 만들어 대책 사업이 실시돼 있는 것과 달리, 군용 사격장과 비행장에 대한 대책법은 아직도 없다.  

전투기 폭격 지점, 민가와 약 700m 밖에 떨어지지 않아

군 사격장이 민가와 너무 가까이 있는 것도 문제이다.  

경기도 여주시 능서면에 위치한 여주 공군 사격장의 경우 민가와 약 7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주민들의 늘 오폭 사고의 위험을 안고 살고 있다. 실제 작년 6월 4일, 저녁 8시쯤에 제8전투비행단 소속 F-5 전투기가 인근 농지로 훈련탄 2발을 떨어뜨린 사고가 있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과거 기총사격 훈련을 했을 때에는 오발 사고로 사망 3명, 부상 1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우도 있다.

독일, 심지어 도로 지도에도 사격장 주의 표시 있어
독일은 군 사격장에 대한 안전과 환경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있다. 독일에서 군 사격장은 기본적으로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사고에 대비하고, 소음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민가와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군 사격장을 지나가는 일반 사람들도 주의할 수 있게, 쉽게 구할 수 있는 도로 교통 지도에도 별도로 위험 지역 표시해두고 있다.

자연 환경 보호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독일 내 지속적인 군 훈련장 활용을 위한 지침서(Richtlinie zur nachhaltigen Nutzung von Übungsplätzen in Deutschland)’를 통해 인근 주민들 뿐 아니라 후손들까지 좋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군사 훈련을 가능한 최소화하고 있다. 동식물 서식 실태 조사도 진행하여, 올바른 방향으로 자연 환경 관리 계획을 세워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독일 남부 국경지방에 위치한 알프스 산간지역 미텐발트 훈련장의 경우는 인근 학생들을 위한 자연보호 교육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미군은 해외 주둔기지와 달리 미국 내에 위치한 군사시설에 대해서 인근 주민과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사업이 엄격히 실시하고 있다. 특히 군은 ‘공동 토지 이용 연구 (Joint Land Use Study, JLUS)’를 통해 군사지역이 지역 주민들과 양립 가능한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대책을 마련한다. 사격장 환경오염에 대해서는 ‘군 탄약 사용지역 정화프로그램(Military Munition Response Program, MMRP)’을 통해 오염조사를 실시하고 심각한 지역에 대해서는 정화사업을 실시한다.

국내 군 사격장 피해 대책,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돼
국내 공군 사격장은 6개소로 미여도·웅천·직도 사격장은 해상에, 여주·낙동·필승 사격장은 육상에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공군 사격장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1,453개소의 육해공군 사격장에 대한 주민 피해 대책과 환경 보호 사업이 모두 절실히 필요하다. 더 이상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다는 이유로 인근 주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일은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녹색연합은 2007년 ‘군사격장 주변 주민 환경 실태 조사 보고서’를 발간해 군사격장에 의한 환경 피해 현황에 대한 진실을 밝힌데 이어 2008년~2009년에는 한국군 환경 문제 실태와 정책 제안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 환경부에 제출하는 등 실질적인 군 기지 환경 대책을 세우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글 : 황민혁 (녹색연합 녹색사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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