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지평에서 우리의 원칙을 확인해야 한다”

2003.04.03 | 군기지

지난 31일 명동성당에 성치된 “반전평화캠프”와 함께, 각계 대표 45명의 제안으로 출범한 ‘반전평화를 위한 비상국민회의’가 간절한 염원 속에서 첫 발을 떼었습니다. 3일 오전, 국민회의 참가자들은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 채택 및 반전평화를 위한 국민행동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종교계, 시민 사회, 학계, 문화계, 노동계 등 총 442명(위임자 포함)이 망라된 ‘국민회의’는 시대의 아픔을 치료하고 갱신하기 위한 어른들의 힘있고 희망찬 목소리를 전해주었습니다.

“도덕적 지평에서 우리의 원칙을 확인해야 한다”
[반전평화를 위한 비상국민회의] 개최..



묵상에 이은 김용택 시인의 “꽃피는 초원에 폭격하지 말아요”라는 시 낭송과, 이애주 서울대 교수의 즉석 ‘살풀이춤’으로 참가자 모두는 전쟁과 죽음의 무게를 고스란히 받아 안은 채 몸짓,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각계대표들의 다양한 반전평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정철범 성공회 관구장은 “이번 전쟁은 인류의 목숨을 앗아갑니다. 그리고 인간성과 희망을, 그리고 자긍심을 잃어 버렸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국익입니까?”라고 역설하신 뒤 “사람은 천하보다 귀하다. 칼로 서는 자 칼로 망한다”는 성서의 말씀을 가슴깊이 던져 주셨습니다.

도정일 교수님은 “국민에게 책무가 떨어 졌습니다. 국회의 결정이 있었지만 국민은 반대했다는 것을 전 세계와, 역사의 후손에게 그리고 양심에게 증거로 남겨야 합니다” 라면서, “아이가 폭격을 받음을, 나무가 폭격을 받음을 규탄합시다. 대한민국 국민은 소집되어야 합니다. 친구여! 당신 자신을 소집하십시오. 통곡이 없는 세계를 위해”라고 호소하셨습니다.



지구의 벗 나바로 의장은 연대사를 통해 “패권강화와 석유자원 확보를 위해 나선 더러운 전쟁”을 규탄하고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남북의 공조를 강조했습니다. 국적과 분야가 다를지라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분명한 이해를 나누어주었습니다.

오늘 발표된 국민행동 지침은 최근 논의되었던 ‘낙선운동’과 ‘파병 동의안에 관한 헌법소원’ 등 논란의 여지가 남은 부분을 보류한 채, 그러나 약간 낮은 수준으로 전국민의 즉각적이고 힘있는 동참을 호소하는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그리고 각 계 대표의 다양한 향후 계획들도 아울러 제안되었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전쟁반대 기도회’를 하고,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라크 어린이에게 의약품을 전달한 후, 4월말에는 이라크 입국 의료활동을 벌일 예정입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참여연대와 함께 정부의 이라크전 파병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라고 보고한 뒤 “파병에 반대했던 국회의원 10여명을 뽑아서 이라크에 인간방패로 보내자”고 제안했습니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4월을 반전평화의 달로 정해서 ‘새로운 시대의 국익이 무엇인지’, ‘미국의 전쟁 목적’, ‘헌법소원’에 관한 토론 수업과 반전평화 임시대학을 운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시민사회 대표로 나온  박영신 녹색연합 대표는 “오늘은 전략 전술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다. 도덕적 지평에서 우리의 원칙을 확인해야 한다”면서 ” 미국의 어린이가 폭력을 내면화하는 것까지 고민하면서, 평화의 연대에 주력하자” 고 강조하셨습니다. 또한 민주노총은 ‘파병 찬성 의원들에 대한 주민소환을 위한 서명운동’과 ‘전국민 일손 놓기 국민운동’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강정구 동국대 교수는 초고성능 전투기를 비롯한 한반도 내 미군의 군사력 증강을 반대하는 문구를 삽입하자고 제안했으나,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첨가하자는 의견이 있어 다음 회의로 부쳐졌습니다.  
이후 2시간 가량의 회의를 마친 국민회의는 “전쟁반대, 파병철회, 평화보장”의 구호를 외치며 프레스센터에서 정보통신부 건물까지 거리행진을 가졌습니다.

생각해 봅니다. 생명을 무엇과 바꿀 수 있을까. 진리와 정의, 그리고 양심을. 늘 주리고 목말라 했던 우리 민족이었습니다. 이제 다시 이 민족의 이름으로 온 세계의 생명과 진리를 위해 외쳐가야겠습니다. 목마른 간절함으로, 오랫동안 한길 지켜왔던 분들의 길 쫓아 새롭고 산 길을 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좋겠습니다.

글 : 김형우 시민참여국 sanha@greenkorea.org

반전평화를 위한 국민행동 지침

1. 전쟁을 중단시키고 평화로운 지구를 실현하기 위한 지구적 시민행동의 날(4월 12일) 전국 동시다발 집회에 다 함께 참여합시다.

2. 이라크 전쟁 중단과 한국군 파병반대, 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합시다.

3. 정부와 국회를 향해 전쟁중단을 위한 유엔긴급총회 소집에 나서도록 촉구합시다.

4. 이라크 난민 지원을 위한 구호기금 모금운동에 동참합시다.

5. 가가호호, 방방곡곡 사이버 공간에 반전평화 상징물을 게시 부착, 착용합시다.

6. 청와대와 정부에 반전평화 이 메일 보내기, 우편엽서 보내기 운동을 전개합시다.

7. 미국의 일방주의적 침공에 대한 항의로 맥도날드, 코카콜라 등을 사먹지 맙시다.

2003년 4월 3일
반전평화 비상국민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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