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평화][전쟁과 환경파괴]걸프전 증후군 Ⅲ

2003.03.25 | 군기지

– 걸프전 증후군의 추정 원인 –
1. 화학무기

걸프전 증후군의 원인으로 가장 먼저 주목을 받은 것은 화학무기였다. 걸프전 증후군 증세가 나타나자 많은 참전군인들은 그것이 화학무기 사용으로 인한 후유증이라고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해 미국정부는 걸프전에서 다국적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바가 없다며 강력히 부인을 하였다. 미국정부의 주장처럼 다국적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하였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같이 그 당시로서는 최첨단 무기를 이용하여 적을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마당에 굳이 화학무기를 사용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라크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일까?

이라크군이 생 . 화학무기를 포함한 많은 대량파괴 무기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걸프전이 끝난 이후 유엔은 이라크에 대해 대량파괴 무기시설을 폐기처분하도록 요구하였고, 이를 위해 유엔 무기사찰단을 파견하였으나 이라크가 협력을 거절함으로써 1998년 제2차 걸프전이 발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이라크는 이란과의 전쟁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한 바 있고, 쿠르드족의 봉기를 진압하는 과정에서도 이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걸프전이 계속되는 동안 다국적군은 이라크의 생 .  화학무기 사용에 대비하여 많은 훈련을 하였고, 대부분의 군인들이 생 .  화학전에 대해 커다란 두려움과 공포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라크군이 걸프전에서 생 . 화학무기를 사용하였다는 증거는 없다. 유엔 무기사찰단이 면밀하게 사찰을 한 바에 의해서도 이라크군의 생 . 화학무기 사용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때 이라크군이 스커드 미사일에 화학무기를 장착하여 발사하였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그러한 미사일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참전군인들은 계속해서 화학무기에 의한 피해를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화학무기에 의한 가능성을 시종일관 부인하였다. 미국정부는 1997년 6월에서야 화학무기에 의한 피해 가능성을 인정하였다. 미국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1991년 3월 군 작전 중 이라크의 Kamisiyah 무기시설에서 화학무기의 일종인 사린가스(Sarin gas)가 누출되었고, 이로 인해 9만 8천명의 다국적군이 사린가스에 노출되었다는 것이다.

이 발표로 인해 참전군들의 주장은 더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미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의 연구 결과 증후군 환자들의 뇌, 특히 반사작용을 통제하는 뇌간과 신경절이 상당부분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그들이 사린 신경가스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이로써 그들이 앓고 있는 여러 가지 신경계통 질환이 저농도 사린가스에 의한 뇌세포 손상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미국정부의 발표대로 Kamisiyah 무기시설에서 단 한 차례 사린가스가 노출된 것뿐이라면, 그 당시 현장에 있던 군인들 이외의 다른 많은 군인들에게서도 걸프전 증후군이 나타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또한  위 사진의 Jayce Hanson처럼 참전군인들의 2세가 기형아로 태어나는 경우가 속출하였는데, 이처럼 체내의 DNA 구조가 치명적으로 변형되어 심한 기형으로 태어나는 원인이 전적으로 저농도 신경가스에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 CARC(Chemical Agent Resistant Coating:화학무기 방독 코팅 제재)

걸프전이 시작되자 다국적군은 전투 수행에 필요한 수천대의 군사용 차량과 장비 등을 미국과 유럽 등지로부터 사우디 아라비아로 반입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들 차량과 장비 중 상당부분은 유럽 기타 비사막지대에서의 작전을 위해 세가지 색깔로 된 “삼림보호색(woodland camouflage)”을 페인트칠한 것이었다.

삼림 속에서 적군의 눈에 뜨이지 않도록 나뭇가지 모양으로 칠한 삼림보호색은 나무가 없는 사막지대에서는 한 눈에 드러나기 때문에 걸프전에서 작전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따라서 차량과 장비들이 사막에서 눈에 잘 뜨이지 않도록 사막용 보호색을 덧칠하는 작업이 긴급히 실시되었으며, 이때 덧칠용으로 사용된 물질이 바로 황갈색의 화학무기 방독 코팅 제재, 즉 CARC였다.

CARC는 내구성이 강하고, 군사용 차량과 장비의 사용기한을 늘려주며, 화학무기 침투에 잘 저항할 수 있는 표면을 만들어주는 폴리우레탄 페인트이다.  CARC에는 여러 가지 복합성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특히 페인트를 빨리 굳게 하기 위해 사용되는 헥사메틸렌 다이아이소 시안산염(Hexamethylene Di-Isocyanate:HDI) 이 가장 주요한 성분이다. 에어로졸 형태로 된 HDI에 집중적으로 노출되는 경우에는 천식과 같은 호흡기질환을 일으키고 눈을 자극하는 등 여러 가지 역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에 안전규칙상 반드시 적절한 보호장비, 즉 페인트용 작업복, 장갑, 부츠, 방독면 등을 갖추고 페인팅 작업을 하도록 되어 있다.

CARC 페인팅을 할 때 이용되는 솔벤트와 페인트 희석제도 호흡과 피부에 피해를 주는 유해물질이며, 이들 물질에 노출되는 경우 현기증, 피부발진, 메스꺼움 등의 증세가 나타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보호장비를 착용하도록 되어 있다.

CARC 페인팅 작업은  알라바마주의 아니스톤에서 파견된 군무원들과 제 900 보수중대(900th Maintenance Company), 제 325 보수중대 (325th Maintenance Company), 제 7군단(VII Corps) 등이 담당하였으며, 1990년 9월부터 1991년 6월까지 사우디 아라비아의 Ad Dammam 항과 Al Jubayl 항에서 실시되었다.  이들이 페인팅한 차량 기타 장비의 수는 8500대가 넘으며, 걸프전이 끝난 후에는 미국, 유럽 등지로 되돌려 보내기 위해 다시 삼림보호색을 칠하는 작업을 하였다.

그런데 페인팅 작업을 실시했던 군인들 중 특히 경험이 적고 보호장비도 부족했던 제 325 보수중대의 중대원들은 이미 작업 도중에 건강상의 문제를 호소하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CARC 페인팅 작업이 인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갖고 있지 않았고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았으며, 개인용 보호장비도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작업에 종사하였었다. 이들은 기침, 눈과 혀의 자극, 피부 발진, 두통, 메스꺼움, 천식 등 CARC에 함유된 HDI와 솔벤트로 인한 여러 가지 증상을 나타내었다. 군당국이 뒤늦게 이들에게 필요한 장비를 지급하고 건강 및 안전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였지만 일단 발병한 이들의 증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325 보수부대의 중대원들은 아직도 위의 증세들로 고통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알라바마주의 Anniston에서 파견되었던 군무원들까지도 같은 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정부에서는 이들에 대한 치료와 지원을 하는 한편 이들이 어떠한 경위와 이유로 이같은 질병에 노출되었는 지를 파악하기 위해 “걸프전 질병을 위한 국방부 차관 특별보좌관실”을 설치하여 조사를 한 바 있다.

CARC로 인한 증세는 해당 작업에 종사한 군인들과 군무원들에게만 나타난다는 점에서 원인이 뚜렷한 질병이다. 그러나 많은 수의 사람들이 아직도 고통을 받고 있고, 아직 증세가 나타나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도 언제 발병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걸프전 증후군 증세와 공통점을 갖고 있다.

3. 백신(vaccine)

다음으로 걸프전 증후군의 원인으로 꼽힌 것은 백신이었다.

걸프전 기간동안 다국적군은 탄저균, 파상풍, 콜레라, 간염, 소아마비, 장티푸스, 황열병 등 각종 백신을 접종한 바 있다. 이들 백신은 원래 열대지방 여행자들에게 접종하는 것인데, 참전군인들은 그들이 전쟁 기간 중 맞은 백신의 부작용으로 걸프전 증후군이 발생했다고 주장하였다. 많은 참전군인들은 미국과 영국 정부를 불신한 나머지 자신들이 기니픽(guinea pigs:일종의 실험용 쥐)처럼 백신의 임상실험용으로 이용되었다고 믿기까지 했다. 걸프전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후방에서 지원업무만을 수행한 군인에게서도 걸프전 증후군이 나타났고 그들 모두가 백신을 접종했다는 점에서, 화학무기와는 또 다른 유력한 원인으로 백신이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연구 결과는 백신이 걸프전 증후군의 한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국방부의 지원으로 걸프전 증후군을 연구하는 런던 킹스대학 걸프전연구팀에 따르면 극심한 스트레스, 공포 등으로 인체의 신진대사가 급격히 변화하는 경우에 백신을 접종하게 되면 건강에 이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는 전쟁으로 인한 공포에 시달리던 참전군인들에게 백신을 접종함으로서 면역체계 이상을 가져왔고, 그 결과 여러 가지 증세의 걸프전 증후군을 앓게 되었다는 기존의 가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4. 열화우라늄탄(Bomb Depleted Uranium)

열화우라늄탄은 원자력발전소 운영이나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원료를 얻기 위해 천연 우라늄을 농축하는 과정에서 생긴 우라늄찌꺼기로 만든 무기이다. 우라늄 찌꺼기는 티타늄이나 납보다 밀도가 높아 금속과 합금하여 탄두를 만드는 경우 관통력이 뛰어나다. 이러한 성질 때문에 열화우라늄탄은 장갑차나 탱크 등의 장갑판을 뚫는데 많이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열화우라늄탄은 우라늄-235를 포함하고 있어서 폭발시 방사능을 방출하는 문제점이 있다. 열화우라늄탄이 탱크나 장갑차의 철판을 뚫고 들어갈 때에 미세한 우라늄 파편 내지는 분말로 변하면서 탱크의 연료나 탄약에 인화하게 되는데, 우라늄 파편 내지 분말은 저준위 방사능을 띠고 있어서 사람의 몸 속으로 흡입되거나 주위에 흩어져서 여러 가지 피해를 입히게 된다.

우라늄 파편이 사람 몸 속에 들어가는 경우 납처럼 체내에 축적되어 각종 암을 발생시키고, 신장에 쌓여 신장을 손상시키며, 유전자를 변형시켜 기형아를 낳거나 불임 내지 조산하게 하는 등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우라늄 파편은 수 킬로미터까지 날아가 주변 지역을 방사능으로 오염시키고, 토양은 물론 지표수와 지하수까지 오염시키게 된다.

걸프전 참전군인들은 처음부터 걸프전 증후군의 주요 원인으로 화학무기, 백신 등과 함께 열화우라늄탄을 지목하여 왔다. 그러나 미군 당국에서는 이를 강력히 부인하였다. 걸프전에서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군 당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참전군인들은 열화우라늄탄으로 인한 피해 가능성을 계속해서 주장해 왔다.

수년이 지난 다음에서야 참전군인들의 주장처럼 다국적군이 걸프전에서 열화우라늄탄을 발사한 사실이 밝혀졌다. 다국적군은 우라늄탄을 이라크 군에 무려 70만발 이상 발사하였으며, 일부 보고서에 따르면 작전 후에 쓰고 남은 우라늄탄을 40톤 이상 이라크 북부와 남부 사막에 버렸다는 것이다.

다국적군은 열화우라늄탄을 걸프전에서 최초로 사용하였고, 그 막강한 파괴력을 십분 활용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아군이나 적군, 또는 이라크 지역의 주민들 모두에게 미치고 있다. 미군과 영국군 등은 걸프전 증후군으로 신음하고 있고, 이라크 북부와 남부 지방의 많은 어린이들이 희생을 당했으며 지금까지도 암 발생과 기형, 조산 등으로 이라크 주민들이 무수한 고통을 받고 있다.

미군 당국은 열화우라늄탄의 사용을 시인한 후에도 우라늄탄의 피해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인을 하고 있다. 열화우라늄탄의 방사성은 천연우라늄보다도 훨씬 낮고 화강암에서 자연 발생하는 정도의 미약한 방사능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로 인한 피해는 없고 따라서 걸프전 증후군의 원인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과학원 산하기관인 의학연구소는 지난 9월 7일, 걸프전 증후군과 화학무기, 우라늄탄, 백신 등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이 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강도높은 사린가스 만이 인체에 장기적인 피해를 미칠 수 있을 뿐, 우라늄탄은 하등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자력 전문가들은 우라늄탄이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무기라고 보고 있다. 사람의 폐에 들어간 우라늄탄 파편으로 인한 방사선 피폭량은 2.5마이크로미터 반경의 미세한 조각이라도 핵발전소 노동자들 허용치의 85배, 일반인들 허용치의 340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조지타운 대학 핵의학 교수인 아사프 두라코빅 박사가 유럽핵의학협회 회의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참전용사들의 뼈와 신체조직에서 우라늄이 다량 검출되었으며, 이는 인체에 치명적 피해를 미칠 정도의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우라늄탄에서 나온 미세한 우라늄 파편이 참전군인들의 호흡을 통해 체내로 흡입되었으며, 따라서 우라늄탄에 의해 파괴된 이라크군 탱크를 제거한 공병대나 부상당한 군인의 군복을 찢은 야전병원 근무자들의 경우 그 피해가 더욱 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계속해서 우라늄탄의 위험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실제로는 군대 내의 내부 지침을 통해 우라늄탄의 취급시 주의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1987년과 1990년에 미 육군은 우라늄탄의 취급과 운송에 관한 지침을 정하여, 우라늄탄에 의해 불타는 탱크에 접근시 호흡기, 방호복, 장갑 등 안전장비를 갖추고 바람 이 불어오는 방향에 따라 접근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이는 미 국방부가 우라늄탄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간접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1999년 유고 공습에서 우라늄탄을 무차별 발사한 나토의 관계자들도 우라늄탄으로 인한 인체의 피해 내지는 주변 토양의 오염을 시인한 바 있다.

이러한 정황으로 보아 열화우라늄탄이 걸프전 증후군을 초래한 주요한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다국적군이 우라늄탄을 이라크에 쏟아부은 것도 사실이고, 다국적군이든, 이라크군이든, 민간인이든 우라늄탄에 의해 치명적 피해를 입은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미군당국이 부인한다고 할지라도 이제 우라늄탄의 피해가능성 여부에 대해 더 이상 논란을 벌이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이다. 우라늄탄이 띠고 있는 방사능이 저준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그로 인한 인간의 건강과 주변 환경에 대한 피해는 엄청나게 크며, 그 비참한 결과는 걸프전의 희생자들을 통해 충분히 드러나고 있다.

출처>>http://user.chollian.net/~precepe/public_htm/frame2.htm#cha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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