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평화][전쟁과 환경파괴]미국의 열화우라늄탄 사용문제와 차세대 핵무기개발전략

2003.04.01 | 군기지

미국의 열화우라늄탄 사용문제와 차세대 핵무기개발전략
왜 미국은 국제사회의 반발에도 열화우라늄탄 사용하는가?

석광훈 기자


지난 1991년 걸프전에서 최초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열화우라늄탄이 국제사회의 비난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이라크전에 또다시 실전 배치되었다는 것이 미국 정부에 의해 공식 확인되었다.

열화우라늄은 이미 언론에서 일부 소개되고 있는 것처럼 핵연료나 핵무기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로서 우라늄 238(99.79%)과 우라늄 235(0.2%)가 주요 성분이다. 열화우라늄의 대부분인 우라늄 238이 다른 방사성물질에 비해 안정화된 물질이므로 환경에 무해하다는 것이 미국 국방성의 입장이다.

그러나 일단 열화우라늄이 목표물에 타격된 후 발생하는 미세한 우라늄분진이 주변의 토양, 대기, 지하수 등을 오염시키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그 지역 주민들의 체내에 흡입했을 경우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인체에 흡입된 분진들은 대부분 불용성이므로 혈액, 뼈, 장기, 신체 모든 부위에 장기간 머무를 수 있으며, 대부분 직경 1.5마이크론 이하로 미세하기 때문에 폐조직 등에 고착되면 신체외부로 배출되지 않는다.

우라늄 238이 아무리 안정된 방사성물질이라 하더라도 수밀리미터(mm) 이내로 인접할 경우 신체 장기는 강한 알파선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며, 미량이지만 훨씬 위험한 우라늄 235도 섞여 있기 때문에 인체에 흡입된 우라늄분진은 백혈병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 영토에서는 이 무기의 원료인 열화우라늄이 핵폐기물로 간주되고 있으며, 담당부처인 에너지성(DOE)이 열화우라늄이 핵연료 제조시설 등에서 벗어나 환경과 주거지역으로 오염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

미국은 실제로 지난 1944년 한 실험실에서 열화우라늄이 방출되어 이를 흡입한 2명이 사망, 3명이 부상한 바 있고, 1986년에는 세코야(Sequoyah) 핵연료공장에서 열화우라늄 실린더가 파손되면서 방출된 열화우라늄 가스에 작업자들이 노출되어 1명이 사망하고 31명이 상해를 당한 사례가 있었다.

미국 국방성 또한 자국내 열화우라늄탄 사격장에서 훈련에 사용된 전차들과 사격장 지표 토양 등을 미국 핵규제위원회(NRC)의 규제에 따라 저준위 핵폐기물로 간주하여 별도로 수거하여 처리한다.


▲ 사고가 일어난 열화우라늄 폐기물 실린더를 복구하는 장면  
ⓒ2003 US DOE, Office of En

이러한 문제 때문에 미국과 영국의 열화우라늄탄 사용정책은 지난 1991년 걸프전 이후로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비난여론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이후 세계보건기구, 유엔환경계획, 영국왕립협회, RAND 등의 국제적인 전문기관들이 열화우라늄탄의 인체피해 여부에 대한 조사를 벌여왔으나, 미국과 나토군의 의도적인 방해와 비협조로 조사자체가 매우 제한적이거나 아예 군수산업체로부터 연구기금을 받아 시작단계부터 편향된 연구사례가 대부분이다.

미국이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하는 정치군사적 명분과 그 허구성

미군이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하는 군사기술적인 명분은 열화우라늄이 탱크와 같은 단단한 목표물을 타격할 때 다른 물질에 비해 비중이 높고 단열절단효과(목표물 관통에 적합하게 탄두가 뾰족해지는 현상)가 있어서 파괴력이 높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지난 1970년대에나 통용되다가 1980년대에 이르러 과학기술적인 검토결과 실제로는 기존의 텅스텐 대전차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그 설득력을 이미 상실했다.

실제로 지난 1989년 미국 공군은 이미 차세대 대전차포 개발에서 열화우라늄탄을 배제하기로 결정내렸고, 미 해군 역시 페이랭스(Phalanx) 등 미사일 외장을 열화우라늄대신 텅스텐 합금으로 제작한다는 방침을 결정하였다. 더욱이 1990년대부터는 세계적으로 나노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를 통해 기존 텅스텐 대전차포를 개량할 경우 열화우라늄탄보다 월등한 관통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 이 같은 열화우라늄의 성능 우위론은 옛날 얘기로 전락해버렸다 흥미로운 사실은 한국만 하더라도 걸프전이후 10년 동안 나노기술을 이용한 텅스텐 대전차포 개량부문에 13개의 국제특허를 출원하였다는 점이다.

열화우라늄탄 개발의 정치적 배경 역시 눈여겨볼 대목이다. 열화우라늄이 비록 핵무기와 달리 임계효과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히로시마 원폭이후 실전에서 방사성물질을 무기로 사용한다는 것은 윤리적, 의학적, 정치적으로 심각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미국 국방성이 열화우라늄탄 개발을 최초로 주창할 때 사용한 정치적 명분은 지난 1970년대 나토군이 구소련의 핵우산아래 있던 바르샤바조약기구로부터 집중적인 탱크공격을 받을 경우 그 대응방안으로 사용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열화우라늄탄이 사용된 지난 1991년의 이라크나, 1995년 보스니아, 1999년 발칸, 2001년 아프가니스탄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국과 영국은 이 방사성 물질을 무기로 사용할 아무런 정치적 명분이 없다.

따라서 미국이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하는 실제 의도는 다른 곳에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열화우라늄탄을 고집하고 있는가? 미국이 같은 수준이거나 기능개선이 가능한 텅스텐 대전차포대신 정치적, 윤리적 부담을 안고 열화우라늄탄을 고집하는 이유는 미국 핵산업계와 군수산업의 이해관계와 깊숙이 연관되어 있다.

미국 핵산업계의 골치덩어리, 핵폐기물


▲ 미국 오하이오주 포츠머스 우라늄농축공장에 쌓여있는 열화우라늄폐기물  
ⓒ2003 US DOE, Office of En

미국 국내에 쌓여있는 무려 74만톤의 열화우라늄 핵폐기물을 처분해야만 하는 미국 핵산업계와 에너지성(DOE)이 이를 군수용과 산업용으로 재사용케 하는 권장정책 때문이다. 최근 네바다주 유카산이 고준위 핵폐기장 부지로 선정되면서 네바다 주정부와 연방정부간에 수년에 걸친 분쟁이 일어났을 정도로 미국 정부는 핵폐기물 처분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준위핵폐기물뿐만 아니라 지난 50년동안 100기가 넘는 핵발전소와 기타 핵시설에서 발생한 다양한 종류의 핵폐기물로 넘쳐나는 미국으로서는 이들을 비싼 비용을 물고 보관하느니 어떻게든 재사용하도록 권장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에너지성과 핵산업계로서는 천문학적인 열화우라늄 폐기비용을 절약해서 좋고 군수산업체들은 텅스텐보다 낮은 가격에 열화우라늄을 구입할 수 있으니 이 어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열화우라늄과 차세대 핵무기 개발전략

미국 군수산업계가 열화우라늄탄을 통해 진정으로 노리는 전략적 효과는 현재 추진중인 제4세대 핵무기개발과도 깊숙이 연관되어 있다. 지난 1990년대 구소련의 붕괴로 미국이 핵군비 증강명분을 잃은 뒤 군수산업계 역시 기존의 대형 핵무기시장을 상실하였다.

소련이라는 거대한 “적”이 사라진 뒤, 미 군수산업계는 새로운 핵무기 개발의 명분으로 이라크나 북한 등 소위 “불량국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1만여 개의 지하벙커(HDBT, Hardened & Deeply Buried Target)들을 새로운 “위협”으로 탄생시켰다.

이 전략이 기존의 핵무기 개발전략과 다른 점은 실전에서 “사용가능한” 소형핵무기(TNT 1킬로톤이하)를 개발한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미국 군수산업계는 부시정권이 2001년 핵태세보고서(NPR)를 발표하기 훨씬 이전인 지난 1997년 소위 “Mini-Nuke” (B61-11)라는 지하벙커 파괴용 소형핵폭탄을 개발해놓은 상태이다.

하지만 아무리 소형이라 할지라도 핵무기인 이상 이를 실전에 사용한다는 것은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군수산업계로서는 충분한 사전정지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군수산업계와 미 국방성은 이러한 측면에서 선전논리로 이 소형 핵폭탄은 지하 깊숙이 관통된 뒤에 폭발하므로 지표면으로 방출되는 방사능 낙진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97년 미국이 공개한 지하벙커용 소형핵폭탄의 실험결과는 지하 6미터까지 관통된 뒤에 폭발했으나 당시 국내외의 여론으로부터 그 정도 깊이에서는 지표면이 대량의 방사능 낙진에 오염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이에 따라 미 군수산업체들은 이 소형핵폭탄의 비중과 관통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여기에 열화우라늄은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형핵폭탄의 관통성능 개량을 통한 기술적 명분축적

지금까지 미국정부가 전쟁에 사용하고 있다고 공식인정한 열화우라늄탄은 기껏해야 30mm, 120mm 대전차포로서 5kg 이하의 폭탄들이다. 그러나 유럽의 무기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미 1995년 보스니아 전쟁부터 열화우라늄을 대전차포 뿐만 아니라 단계적으로 대형 유도폭탄이나 미사일에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증거로 메이져 군수업체인 록히드 마틴사는 지난 1997년 12월 미국 특허청에 최소 8개종의 열화우라늄 유도폭탄 설계를 “외장형 투하폭탄(Shrouded Aerial Bomb)”이라는 이름으로 특허출원하였다. 여기에는 무게 1톤급의 GBU-24, 27, 31 유도폭탄 등이 포함되며, 심지어는 2톤급의 벙커버스터(GBU-28), 전술 토마호크 미사일, 집속탄(CBU-97)까지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군수산업계는 열화우라늄을 재래식 유도폭탄과 미사일에 사용하면서 기술적 노하우를 축적하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소형핵폭탄의 지하벙커 관통성능을 개량해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록히드마틴사가 지난 1997년 미국 특허청에 출원한 열화우라늄 외장형 투하폭탄 설계도. 자료: US Patent 6,389,977 for the Shrouded Aerial Bomb, 영국군사전문가 Dai Williams저 에서 재인용함.ⓒ2003  
예상되는 국제사회의 반발에 대한 정지작업


◀ 열화우라늄/텅스텐 외장형 설계가 적용된 레이시온사의 GBU-24 유도폭탄, www.raytheon.com/products/paveway  

ⓒ2003 석광훈
엄밀하게 규정할 때, 지난 1991년 걸프전에서 열화우라늄탄의 등장은 2차대전후 46년만에 처음으로 방사성물질이 전장에서 사용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화우라늄탄은 우라늄 235나 플루토늄과 같이 임계를 일으키는 “핵폭탄”이 아니었기 때문에 국제사회로부터 그다지 심각한 반대를 받지는 않았다.

바로 이처럼 재래식무기와 핵무기 사이에 위치한 열화우라늄탄의 기술적, 정치군사적 특성은 미국 군수산업계가 “실전에서 사용가능한” 소형핵무기 시장을 개발하는데 국제여론의 수용성(受容性)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있다. 즉 소형핵미사일은 지하 깊숙이 관통되어 폭발하므로 방사능 오염지역이 비교적 작고, 이미 대전차포, 유도폭탄 등 재래식 무기에 사용되는 열화우라늄탄보다 훨씬 더 작은 규모의 지역이 오염되므로 여론을 무마하기 더 쉬워진다는 논리이다.

열화우라늄외장 소형핵폭탄은 북한부터 적용될 수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국군의 이라크 파병동의안을 두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찬성논리에는 이후 한반도의 안정과 대북문제의 원활한 교섭을 위해 지금 미국정부에 적극적인 협력을 해야 한다는 명분이 있다. 그러나 파병행위는 결과적으로 미국이 현재 열화우라늄탄을 통해 기술적, 정치적으로 실험하고 있는 차세대 핵무기 개발전략을 적극적으로 협력해주는 셈이 된다.

지난 10년간 벌어진 전쟁들과 미국의 열화우라늄 무기체계의 진화과정을 감안할 때 열화우라늄외장 소형핵폭탄의 완성은 불과 1,2년이면 가능하다. 우리가 앞으로 1,2년 후에 열화우라늄외장 소형핵폭탄이 영변에 투하되는 장면을 보고 싶지 않다면 국회는 지금의 전쟁에 대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재고해야 한다.

TNT 100~300톤 정도 화력의 소형핵폭탄은 히로시마 원자탄의 3% 이하 규모지만, 단 한기만으로도 지금 이라크에 떨어지고 있는 유도 미사일이나 폭탄들보다 1,000배이상의 파괴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 국방성은 지난 3월 둘째주 미국 하원에 2004년도 국방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소형핵폭탄 실험을 금지하는 “Spratt-Furse 금지령”(1993년 입법)을 해제할 것을 요청하였다고 한다.

“실전에서 사용가능한”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강렬한 열망에 경도되어있는 미국 군수산업계는 이미 미국 국방성에게 아주 적은 비용으로, 전쟁을 일으키지 않고도 북한을 타도할 수 있다고 설득하고 있는지 모른다.

2003/03/31 오후 5:23
출처>>ⓒ 2003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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