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2003][삼보일배]2003년 5월 8일(목), 삼보일배 42일째

2003.05.14 | 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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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8일(목), 삼보일배 42일째 – 어버이날·부처님 오신 날에 경기도 땅을 밟다
맑은 날. 오전에는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붐

어제 밤까지만 해도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었지만, 오늘 아침에는 비가 그치고 날이 갰습니다. 이틀만에 다시 보는 햇살이 무척이나 눈부실 정도였습니다.

어버이날이자 부처님 오신 날인 오늘은 참으로 기쁜 날입니다. 육체적인 탄생과 정신적인 탄생을 함께 고마워할 수 있는 날입니다. 순례단도 각자 집에 계신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는 인사를 했고, 네 성직자에게는 카네이션 꽃을 달아드렸습니다.

새만금갯벌에 살고 있는 무수한 생명을 낳지는 않으셨지만 이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고행 길에 나서신 네 성직자야말로 조개와 게와 망둥이와 갯지렁이들의 어버이일 터이니 말입니다.

오늘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삼보일배 고행을 하던 순례단은, 오전 10시쯤에는 드디어 경기도 땅을 밟았습니다. 새만금 해창갯벌을 떠난지 42일째,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고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고, 그렇게 엉금엉금 거북이처럼 달려온 거리가 220여 킬로미터, 이제는 서울이 코앞에 있는 듯합니다.  

길바닥에 대고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절을 하면서, 인간의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에 대해 참회하고 반성하면서 시속 1킬로미터의 속력으로 북상하고 있는 순례단은 전북 부안에서 출발하여 김제-군산-충남 서천-보령-홍성-예산-아산-천안을 거쳐 이제 경기도 평택에 들어왔습니다. 앞으로는 송탄-오산-수원-안양-과천을 거쳐 서울 사당-여의도-광화문까지 순례가 이어집니다.

이러한 고난의 길에 오늘도 휴일을 맞아 많은 분들이 참여하셨습니다. ‘정의평화를 위한 기독인연대’ 이근복 목사님을 비롯한 아홉 분이 순례에 동참하셨는데, 이근복 목사님께서는 삼보일도(세 걸음 걷고 한 번 기도) 하시는 이희운 목사님을 보자마자 부둥켜안고 아무 말씀도 없이 눈물만 흘리셨습니다. 그 전부터 이희운 목사님을 잘 아셨으며 함께 공부하고 활동하셨다는 이근복 목사님은 “예수님께서 고난을 통해 부활하셨듯이 몸으로 하는 이분들의 고난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 것이다”며 순례단을 축복해주셨습니다.

미군기지 우리땅 되찾기 평택시민모임의 김용환 위원장님께서도 순례에 참여하셨는데, “평택에는 생명을 죽이는 미군기지가 자그마치 454만평이나 있으며, 74만평이 늘어날 계획이며, 미국은 추가로 500만평을 더 늘려달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 미군기지가 들어섬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범죄와 환경파괴 문제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분들의 삼보일배는 새만금갯벌 방조제 공사를 중단시키겠다는 것이 계기가 되었지만, 새만금뿐만 아니라 온 세상과 온 인류의 평화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 분들의 염원대로 모든 종교와 사상을 초월하여 새만금갯벌도 살리고, 온 인류의 평화도 앞당겨지길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삼보일배 수행중인 네 성직자에게 다가와 일일이 손을 잡으시고는 큰절을 하신 방상복 신부님은 삼보일배 수행중인 네 성직자에 대해 “장하고, 동료 사제로서 부끄럽기도 하다. 이들이 바로 살아있는 부처님이고, 살아있는 예수님이다”시며, 끝까지 건강하기를 기원해주셨습니다.

오늘 참여한 순례가 세 번째인 강동송파환경연합 이영기 회원님은 “답답하다. 왜 이렇게 해야만 하는가?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의 입장에서만 보지 말고, 다른 생명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인간의 탐욕에 다른 생명들은 말도 못한채 당하고만 있다. 모든 생명은 똑같다. 인간이나 미생물이나 곤충이나 마찬가지이다. 인간의 인위적인 생명 파괴에 가슴이 아프고, 이에 반대하고 싶어 시간만 나면 순례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씀하십니다.

길을 지나시던 충남 70 X 3848 운전자님은 “지난 5월 3일, 천안 시내를 지날 때 순례단 때문에 차가 막혀 화가 나고 짜증났었다. 그런데, 오늘까지 이렇게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때 짜증낸 것이 너무너무 미안하다”시며 지갑에 있던 돈 전부 털어 삼만원을 후원금으로 주셨습니다.

저녁에는 전남 담양 한빛고등학교 학생 네 명이 순례단을 찾아와 새만금 삼보일배에 관한 이야기도 듣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금 재단비리 때문에 전교생이 등교를 거부하고 있는데, 그 동안 학생들은 다양한 형태의 활동을 한다고 합니다. 어제 서울을 출발한 이들 일행 여섯 명은 매일 30킬로미터씩 걸어 5월 18에는 광주 망월동 묘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비록 어리지만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는 이들을 길에서 보시면 격려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외에도 대전평화방송 강윤석 사장님과 평택환경연합 장순범 사무국장님, 평택외국인노동자센터 황재석 소장님,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김정욱 대외협력부장님, 자연보호 평택시협의회 회원 여러분, 전교조 충북지부 청주지회 김이동 선생님을 비롯한 다섯 분의 선생님께서도 순례에 함께 하셨습니다.

‘정의평화를 위한 기독인연대’에서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기도하시는 당신, 진정한 이 시대의 어버이입니다!”라는 문구의 예쁜 카드를 만들어오셔서 네 성직자께 선물하셨습니다. 부안 ‘성심유치원’ 선생님들도 네 성직자와 순례단의 진행팀을 위해 선물을 준비해오셨습니다.

오늘 아침·점심·저녁은 평택 명법사에서 준비해주셨고, 수원대학교 이주향 교수님께서는 떡을 가져다 주셨습니다. 평택 동산교회에서는 쉴 자리를 제공해주셨습니다.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순례가 한 달을 넘기면서 참여하시는 분들도 늘었는데, 삼보일배 순례에 참여하시려면 자신이 마실 물 정도는 준비해오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온 길 : 천안시 성환읍 안궁리 – 경기도 평택시 (5.5km /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223.5km)

※앞으로 갈 길 : 경기도 평택시 – 송탄(5월 10일) – 진위면(5월 11일) – 오산시(5월 12일) – 수원시(5월 15일) – 의왕시(5월 19일) – 안양시(20일) – 과천시(5월 22일) – 서울 사당동(5월 23일) – 여의도(5월 25일) – 광화문(5월 31일)
<일정은 날씨를 비롯한 여러 사정에 의해 바뀔 수 있습니다>

생명과 조화의 땅 새만금갯벌을 파괴하는 방조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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