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피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011.05.26 | 군기지

고엽제 살포에 민간인이 동원됐다는 증언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녹색연합은 지난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철원군 생창리에 사는 권종인 할아버지(74)가 DMZ 고엽제에 살포에 동원됐다는 것과 현재 고엽제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권 할아버지는 1968년 부터 3년간 탄약관리병으로 군 복무를 했고, 폭발물제거 작업에도 참여했으며 1970년 제대했다. 
당시 DMZ는 철책이 아닌 목책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간첩들의 활동이 잦았다. 때문에 軍은 시야 확보를 위한 불모지 작업을 부탁했다.

권 할아버지는 당시에는 제초제라고만 알고 있었다. 이것이 어떤 물질인지, 어떤 위험이 있는지 미리 경고해주었다거나 최소한의 보호장비를 착용하라는 말도 없이 맨 손으로 작업에 투입됐다고 증언했다. 주로 사용한 고엽제는 수수빛깔나는 붉은 색과, 흰색의 분말가루 였으며 미군처럼 드럼통에 보관했던 것도 아니고 비닐포대자루에 담겨있었다고 한다. 더러는 액체로 된 고엽제도 있었다고 한다.


권종인 할아버지가 보관하고 계신 고엽제(모뉴런). 현재는 피해소송 증거물로 보관중이다.


권 할아버지는 농사일을 하다가 軍의 부탁을 받으면 DMZ에서 3~4시간 정도 농약통에 분말가루와 물을 섞어 농약치듯 살포를 했다고 한다. 그 후 2~3년을 군의 부탁을 받고 불모지 작업에 투입되었다.(1972~1973년 당시 사용했던 물질은 제초제인지 고엽제인지 확실하지는 않다고 했다.) 1973년 이후로는 軍의 부탁이 없어 불모지 작업을 중단 하게 됐다. 남은 고엽제는 軍이 가져가라고 해서 나중에 사용할 목적으로 가져왔는데 고엽제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서는 밀봉해 두고 있다. 권 할아버지는 고엽제로 인한 후유증으로 천식을 앓고 계시며 고엽제 관련 피해소송을 진행중이다.


한편 생창리에 사는 김 모(77) 할아버지와 이 모(75) 할아버지는 는 고엽제를 살포할 당시 軍에서 농약통을 빌려갔으며,

1999년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엽제 피해로 인한 피부발진을 보여주시던 모습

쓰고 남은 고엽제를 잡초 없애는데 사용하라며 넘겨 주었다고 한다. 주민들 역시 처음에 고엽제인줄 모르고 마을에 살포를 했다. 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가렵기 시작했다. 몸에서는 진물이 나왔고 피부 발진이 생겼다. 처음엔 피부병인 줄 알았으나 고엽제 피해자들과 증상이 비슷하자 고엽제 피해로 생각하게 되었다.


생창리 주민뿐만 아니라 철원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증상으로 고통을 겪자. 1999년 당시 많은 언론사에서 찾아와 기사화 했고, 군인과  국회의원까지 찾아왔다. 그리고는 고엽제 피해주민에 대해 보상하겠다고 큰소리쳤다. 당시 고엽제 피해자는 14만명쯤 될 것으로 추산하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모두 보상해줄 수 없어 결국 무산됐다.
 
그 당시 기억을 떠올린 김 할아버지는 고엽제 이야기 꺼내지도 말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고 될 것처럼 떠들썩 했는데도 안됐다며 씁쓸해 했다.  

軍의 필요에 의해 동원됐던 젊은 청년은 이제 팔순을 바라보는 노인이 되었다. 

고엽제로 40년간 고통받았던 세월, 40년간 침묵으로 일관하는 정부.


 


2011년 대한민국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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