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소식을 전합니다

2004.05.07 | 군기지

언젠가 계주인 경화 언니가 제게 보낸 편지중에 필리핀 이야기가 모두 어두운 이야기뿐이라고 한 적이 있었죠. 그래서 뭔가 희망적이고 밝은 이야기를 찾아볼려고 했고, 사실 그런 이야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오늘 다시 슬픈 소식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어젯 밤 5월 6일 또 한명의 아이가 죽었습니다. 필리핀엔 어린이날이 없는게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제스퍼. 5살 난 아이고 백혈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지난 3월 25일 처음 전 미해군 기지가 있던 수빅에 갔을 때 제스퍼를 병원에서 만났죠. 방사선 치료 때문에 머리가 다 빠져있었고 2주 전 부터는 시야가 어두워져 겨우 사물을 구분하는 정도였지만 아주 개구진 아이였습니다.
후레시가 터지는 카메라를 알아보고 윙크도 해 주고 노래를 부르고 몸을 8자처럼 흔드는 오쵸오쵸 춤을 보여주던 영락없는 5살짜리 필리핀의 개구쟁이. 꿈이 뭐냐고 물으니 엄마가 옆에서 ‘닥터’라고 말하자 옆에 앉아, 아니 ‘컨덕터’(버스 차장)야 라며 말장난도 치던 아이.
쟈스퍼의 부모는 아빠가 미군기지에서 잠시 일을 하였고 미군기지가 떠난 후에는 기지 안의 공장에서 일을 했습니다. 수빅의 다른 희생자들이 몇십년간 기지에서 일을 했던 것에 비해 그 기간은 굉장히 짧지만 이후 일했던 곳이 쓰레기 재처리장 바로 옆이었다 합니다. 그래서 제스퍼의 상황은 지금 전 미군기지안에 세워진 많은 공장들과 시설들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경고가 되기도 합니다. 수빅에 있는 병원을 조사해 나온 통계에 따르면 수빅에만 285명의 백혈병 환자가 있다 합니다. 더 많은 환자가 있을테고 모든 병이 그 상관관계를 직접 캐낼 수 없지만 분명 이 수치가 정상적인 것만은 아닐겁니다.

누군가의 마지막 사진을 벌써 두 번이나 갖게 되었습니다. 자꾸만 왜 이곳과 인연을 맺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집에 가고 싶고 좋아하는 만화영화도 보고 싶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본만화 주인공 흉내를 내던 제스퍼의 얼굴이 자꾸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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