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따리 잘 풀었습니다.

2004.06.01 | 군기지

지난 21일 필리핀으로 돌아왔습니다.
녹색연합, 우리 부모님, 친구들, 황윤님 등 여러분이 모아주신 옷이 무려 23킬로그램이었습니다. 그것도 일부 옷들은 반품처리하고 나서 말이죠.
시간도 별로 없었고 여기저기 많이 알린 것도 아닌데 옷이 많이 모아져서 아주 흐뭇했답니다. 친구들도 다들 보따리를 한꾸러미씩 가지고 나오고 황윤님도 정말 옷을 보자기에 싸서 들고 나오셨더군요.. 고맙습니다. 다들..

그렇게 가져온 옷을 24일 Peoples Task Force Bases Clean Up의 사무총장 뮐라 발도라도를 만나 전했습니다.
마침 한국 5.18 재단에서 아시아센터를 통해 필리핀의 여러 단체에게 기증하라고 보내준 컴퓨터 중 한대도 함께요.
뮐라는 한국의 광주에 대해 저보다 더 잘알고 있습니다. 80년대 초 광주비디오를 보면서 필리핀의 많은 운동권들은 민중의 힘에 대해 배웠다고 하데요.
그 광주에서 온 컴퓨터와 또 한국의 친구들이 모아서 보내준 옷 때문에 뮐라의 얼굴이 활짝 폈습니다. 옷은 팔거나 또는 나눠주거나 단체에서 원하는 대로 하라고 말했죠.

5월 30일 수빅에서 행사가 있어 내려갔더니 그 곳에서 옷은 날개돋힌듯^^ 팔리고 있었습니다. 몇벌은 활동가들에게 그냥 나눠주기도 했구요. 가격을 비싸게 매기지 못하니까 그 옷을 팔아 아주 큰 돈을 번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재밌는 이벤트도 덤으로 생기고 약간의 돈도 생기고…
다들 좋아했습니다.

이제 저는 슬슬 그동안의 활동들을 정리해야 할 시점입니다. 그동안 수빅을 왔다갔다 하며 보고배운것등을 잘 정리해 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지를 계속 생각하고 있는데, 자꾸 한국에서 우리가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필리핀의 여러 단체들을 방문하고 현장에도 내려가지만 그래서 정작 그 후에 필리핀의 단체나 사람들에게 남는 것은 자꾸만 찾아오는 한국인, 돌아가면 소식없는 한국인일 뿐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기 때문입니다.
뭔가 목적을 갖고 후속 프로그램들을 떠올리며 필리핀을 경험하는 다른 외국의 단체들과 달리 한국의 단체들은 늘 배우러 왔다는 말만으로 모든 걸 끝내려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에겐 만원계가 이렇게 있고 우리가 필리핀의 미군기지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게 얼마나 큰 힘인지 모릅니다. 주절주절.. 이야기가 길어졌군요.. 하여간.. 요즘엔 이런 생각을 한다는 거죠. 결국은 만원계가 잘 되어야 겠다 뭐 이런 거구요…

참. ptfbcu 사무실에 기자가 찍은 훌륭한 흑백사진들(전시용으로 쓰이면 좋을) 사진들이 있어요. 아이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인데요, 그 사진을 빌려다 칼라복사나 스캔을 떠서 갖고 있으면 미군 관련 행사때나 이럴때 전시하고 모금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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