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긁어모아봅시다!!

2004.06.02 | 군기지

한국에 갔을 때 경화씨와 함께 필리핀 이야기를 나눴죠. 그 때 수빅과 클락의 이야길 듣고 있던 제 친구가 나중에 친구들의 게시판에 그런 글을 남겼더군요.
뭔가 희망적인 것들을 찾는 것 같던데 희망이 잘 안보이더라고. 그래도 없는 희망이라도 긁어모아야 할 것 같다고..
계속 ‘희망’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필리핀 기지 정화위원회의 뮐라 발도라도가 전에 이런 이야길 했었어요.
70년대 미군기지의 노동자들을 조직하며 기지반대운동을 할떄, 그 일로 그녀는 감옥살이를 했죠. 아무도 기지가 반환될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그리고 90년대 초 기지지역의 오염문제와 희생자 문제를 처음 들고 나왔을 때 역시 아무도 이 일에 관심 갖지 않고 환경단체들조차 더 큰 문제들이 필리핀에 많다고 이야기 했었다구요. 그러나 몇년이 지난 후 상황이 어쨋든 이 문제는 필리핀의 많은 운동가들이 아는 문제가 되었고 정부도 비록 힘을 쓰고 있지는 못해도 오염상황을 인정하고 있다고.. 자기가 죽을 때까지 기지가 정화되지 않을 지는 몰라도 분명히 변화가 올 거라고..

희망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몸이 아파도 구김살 없는 아이들, 이제 몇번 얼굴을 익힌 저를 기억하고 비틀어진 몸으로 웃어주는 아이들, 과거를 증언하고 있는 어른들. 그들의 2세들의 헌신적인 활동으로 유지되고 있는 기지정화위원회… 이런 모습들.. 이런 거 분명 희망인거 맞지요?

그리고 또, 우리는 우리 스스로 그들에게 우리에게 희망이 될 수도 있지요. 생각해보니 긁어모을 수 있는 희망이 꽤 많네요.
역사를 통해서 우리는 늘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고 잘못은 바로 잡힌다는 걸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많은 희생이 뒤따르더라도 된다는 걸 계속 보아 왔죠.
그런 사실들을 자주 자주 까먹는 것 같아요..

5월 초에 기지정화위원회 활동가들이 작은 바닷가에 놀러갈 때 따라 간적이 있어요. 그 때 함께 찍은 사진이예요. 젓가락질을 필리핀 사람보다 잘 한다는 이유로 전 계속 생선을 구어야 했고, 남들은 수영하면서 놀았죠.
제 왼편에 있는 분이 뮐라 발도라도 그리고 젊은 활동가들, 모두 부모님이 기지안에서 일하다 병을 얻은 분들의 자녀들이죠. 오른쪽의 할아버지는 디노. 왕년엔 기지 안에서 슈퍼바이저로 일했던 엘리트죠. 동네 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사에다 아주 유쾌하신 분이예요. 이런 분들도 과감히 증언에 나섰고 사람들을 조직하는 일에 열성이시죠…

이들이 희망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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