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락의 아이들 – 조엘 주니어

2004.06.14 | 군기지

오늘 막 필리핀 연수보고서 쓰기를 마쳤어요.
원래는 조금씩 조금씩 이 곳에다 올리려 했는데 그래도 양이 많아 포기하구요. 조만간 자료실에다 올려놓을께요. 조금 더 수정을 해서.
보고서는 필리핀에 미군이 들어오고 철수하기까지의 과정과 클락과 수빅의 문제를 모두 담고 있습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미군의 포로학대 등이 결코 이라크에서만 있었던 일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지요. 전 보고서를 쓸면서 미군의 실체에 더 다가선 느낌입니다.

보고서 내용을 올리기보다 클락과 수빅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올릴께요. 주로 아픈 아이들의 모습이라 읽는 분들의 마음이 조금은 힘들겠지만 연민보다는 그들의 권리를 찾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으려면 그들의 문제를 더욱 자세히 알아야 된다는 생각으로 올리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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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주니어는 제가 클락에서 제일 처음 만난 아입니다. 조엘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전 사실 조금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몸이 불편한 아이들을 이렇게 가까이 한다는 게 처음이기도 하고 내 마음이 견디지 못하면 어쩌나 그런 두려움 말이죠. 그런데 막상 조엘을 만나고 나니 너무 예쁘고 귀여운 아이라는 생각밖에는 별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잠에서 덜 깨 칭얼거리고 여느 필리핀 아이들처럼 낯선 저를 보고 호기심어리게 쳐다보는 그런 보통의 아이였죠. 나이는 세살이고 병명은 Cerebral Palsy(뇌성마비)입니다.

– 당시 상황
95년-97년 동안 클락의 캄쿤 난민촌에서 공군들이 쓰던 막사같은 곳에서 살았다. 물에 기름이 있고 냄새가 났지만 그 물을 먹고 살았다. 그곳에서 네 명의 아이를 낳았고 그 중 한명은 댕기열을 앓다 죽었다.  나머지 아이들은 괜찮으나 팜팡가로 와서 낳은 두명의 아이 중 막내인 조엘은 태어나면서부터 목젓이 기형이었음(현재도 목젓 부분이 크게 벌여져 있음). 자라면서 C&P 증세가 확실해졌다.

– 조엘의 상태
현재는 기어다니고 서지 못한다. 물리치료를 받으면 걸을 수는 있다고 한다. 우유나 오트밀, 누들 등 부드러운 음식만 먹을 수 있다. 약이나 치료는 전혀 받지 못한다. 비타민 조차도 먹지 못한다. 다행히 특별히 아프진 않다.

– 경제적 어려움
조엘은 두달 정도 병원에 다녔다. 집을 구하기 위해 모았던 돈을 다 써버리고 그래도 모잘라 동네 사람들이 도움을 주었다. 네 명의 아이가 있고 남편은 하루에 100페소 정도를 번다. 이걸로는 살기가 어렵다. 지금 집은 조셀린의 엄마 집에 다섯 세대가 함께 살고 있다.  조엘의 집에 들어가 보았다. 어두컴컴한 집 안엔 방도 아닌 벽돌로 된 칸막이가 있고 그 안에 평상 같은 침대가 놓여 있다. 그 안에 5-6명의 가족이 산다. 이런 식으로 다섯 세대가 한 집에 살고 있다. 희생자들의 집에서 함께 머물고 싶어요 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정말 그럴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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