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으로 만드는 녹색 아시아 – 기고문

2004.07.11 | 군기지

– 오마이뉴스에 기고하려고 쓴 글입니다. 그런데 기자님이 직접 쓰신답니다.

만원으로 만드는 녹색 아시아
깨어나라 우리 안의 아시아
(10,000 Won Solidarity for Green Asia)

‘아시아’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스스로를 아시아인이라고 생각해본 적 있나요? 만약에 있다면 그것이 어떤 느낌인가요? 아시아 속의 한국, 한국 속의 아시아는 이미 서로에게 깊숙이 다가와 있습니다. 아시아 사람들이 우리들의 연예인들에게만 열광한다 생각하지 마세요. 아시아 사람들은 한국이 전쟁이후 폐허에서 일궈낸 경제성장, 민주화 운동을 통해 이뤄낸 정치적 안정과 시민사회운동을 선망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한국은 우리를 본보기로 여기는 아시아를 위해 눈길 한번 손 한번 내민 적 있던가요? 오히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성폭력, 욕설, 구타, 임금체불 등에서 ‘최고’인 해외한국기업은 아시아 민중들의 증오와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과연 한국은 아시아인들의 희망일까요 아니면 절망일까요?

여기 한달에 만원으로 아시아에 ‘희망’을 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녹색만원계는 아시아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그곳을 지원하기 위해 매달 1만원씩 기부할 수 있는 시민들이 모여 만든 자발적인 계모임 입니다. 현재 5개 만원계에 132명이 계원으로 활동하면서 6백50여 만 원의 기금을 모았습니다.

만원으로 할 수 있는 일
네팔 – 낭기마을

네팔 중서부 히말라야 산기슭 낭기 마을에는 7백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낭기마을에는 참나무 계통의 활엽수들이 빽빽하게 우거져 있어 한낮에도 어둑하고 고요한 ‘신성한 숲’이 있습니다. 이 신성한 숲을 머리에 인 양지바른 언덕에 자리 잡은 학교가 히마찰 고등학교인데, 이 학교에는 약 300명의 학생들과 10명의 교사가 있습니다. 학생들과 교사들은 학교 근처에 움막을 짓고 기거하며 삭정이를 주워 불을 때서 밥을 해 먹으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낭기마을 만원계는 이 신성한 숲에 의지해 살아가는 마을 주민들과 히마찰 고등학교를 돕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두 차례 송금을 했으며, 그 돈은 마을 탁아소를 수리하는데 쓰였습니다. 수리가 끝나고 지난 6월4일부터 탁아소에서 다시 수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매달 만원씩 모아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냐고요? 만원계를 이끄는 심산씨는 “매달 2천 5백 원이면 가난해서 학업을 포기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고, 매달 1만 2천원이면 한 학생에게 1년 동안 필요한 교육교재, 음악수업을 위한 악기, 교과서를 제공할 수 있으며, 매달 17만원이면 봉급 없이 일하는 교사들에게 월급을 줄 수 있다” 고 전합니다. 그 뜻에 함께 하는 80여명의 계원들은 앞으로 “첫째, 주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직업교육원을 짓고 교육자재들을 구입한다. 둘째, 월급을 받지 못하는 마을학교 선생님들에게 월급을 지급한다. 셋째, 마을도서관과 마을회관을 지원한다. 넷째, 마을을 위한 작은 수력발전소를 건립한다. 다섯째, 히말라야의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재활용센터를 건립한다”라는 큰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누가 이 사람들 말려줘요.
러시아 극동 – 아무르 표범

아무르 표범 만원계 계주인 김동현 씨는 ‘만원계 폐인’입니다. 하루 일을 시작하면서 제일 처음 만원계 홈페이지를 열고, 최근 소식을 정리하고 통장에는 곗돈이 얼마나 들어왔는지를 확인합니다. 표범 만원계는 30여 마리도 채 남지 않은 아무르 표범을 멸종위기로부터 구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극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Tigris foundation을 도와 이 단체가 아무르 표범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춰, 위험에 빠진 표범을 구조하고 나아가 아무르 표범이 안전한 서식지에서 살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총 30명의 계원이 활동하고 있는데, 4월25일 지구의 날 대학로에서 표범만원계 홍보활동도 벌였습니다. 또 아무르 표범 보호를 위한 리플렛과 스티커도 만들었습니다. 김동현 계주의 머릿속은 온통 어떻게 하면 계원들을 더 많이 모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아무르 표범의 급박한 상황을 알려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가득차있습니다. 지난 3개월 동안 발로 뛰어서 2,110,000원을 모금했습니다. 처음으로 힘들여 외국으로 송금도 해봤습니다. 이 돈은 Tigris Foundation이 러시아 극동에서 밀렵방지 활동을 하는데 쓰입니다.

희망을 긁어모아서
필리핀 – 미군기지

1992년 태평양 연안의 가장 큰 미군기지였던 클라크 미공군기지가 철수하면서 그곳에는 약 3천명의 주민이 정착해서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곳에 이주한 뒤로 갑자기 사람들이 시름시름 앓다 죽기도 하고 10명의 아이가 태어나면 그중에 절반은 사산되었습니다. 그나마 태어나는 아이의 절반은 선천성 심장장애, 백혈병, 기형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아무도 이 문제에 관심이 없을 때, 미군기지정화 국민대책위의 발도나도 씨는 조사를 통해 미군기지안의 오염된 식수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묵묵히 주민들과 함께 파괴된 환경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정화작업과 피해 주민들에 대한 보상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녹색만원계를 통해 필리핀 아시아센터에 파견 나가 있는 녹색연합 활동가가 5월 초 한국에서 옷을 모아 현지에서 바자회를 열어 그 수익금을 미군기지정화 국민대책위에 기부했습니다. 7월 1일 필리핀으로 출발한 녹색연합 필리핀 미군기지 환경조사팀이 그동안 모금한 320,000원을 전달했습니다.
절실한 상황에 비해 필리핀 만원계에 계원이 잘 모이지 않습니다. 어떤이가 만원계 게시판에 ‘뭔가 희망적인 것들을 찾는 것 같던데 희망이 잘 안보이더라고. 그래도 없는 희망이라도 긁어모아야 할 것 같다고..’ 그러자 필리핀에서 편지가 날아왔습니다.
“희망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몸이 아파도 구김살 없는 아이들, 이제 몇 번 얼굴을 익힌 저를 기억하고 비틀어진 몸으로 웃어주는 아이들, 과거를 증언하고 있는 어른들. 그들의 2세들의 헌신적인 활동으로 유지되고 있는 기지정화위원회… 이런 모습들.. 이런 거 분명 희망인거 맞지요?” 라고…

1984년 12월 3일, 인도의 평범한 한 마을이 하룻밤 사이에 전 세계 매스컴의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마을에 있는 미국계회사인 유니언 카바이드의 화학비료공장에서 두 시간 동안 다량의 메틸 이소시안염 가스가 누출되어 하룻밤 사이에 8천명의 주민이 목숨을 잃고, 15만 명은 장애자가 되었습니다. 1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보팔의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은 채 남겨져 있습니다. 만원계를 통해 보팔을 도우려고 합니다. 보팔사건의 희생자들을 이끌고 있는 라시다님은 한국 사람들이 보팔의 여성들이 만든 공예품을 사줬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하셨습니다. 이외에도 인도네시아의 멸종위기에 처한 오랑우탄을 돕기 위한 모임과 두만강 유역에 있는 조선족 학교의 환경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만원계가 제안되어 있습니다. 녹색만원계는 아시아의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끈입니다.

깨어나라 우리 안의 아시아

“한국인들은 아시아의 여러 단체들을 방문하고 현장도 찾지만 정작 그 후에 필리핀의 단체나 사람들에게 남는 것은 자꾸만 찾아오는 한국인, 돌아가면 소식 없는 한국인일 뿐입니다. 뭔가 목적을 갖고 후속 프로그램들을 떠올리며 아시아를 경험하는 다른 외국의 단체들과 달리 한국의 단체들은 늘 배우러 왔다는 말만으로 모든 걸 끝내려 하는 것 같습니다. ” 필리핀의 한 활동가가 한국사회를 향해 던지는 쓴소리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아시아 연대가 한국사회에서 주요한 지점을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시민사회도 아시아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한국 시민사회가 아시아의 빈곤, 인권, 환경, 평화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함께 연대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단계에서 직접 행동하는 단계로 들어선 것입니다. 세계인구의 1/2이 집중되어 있고, 세계 빈곤의 2/3가 집중되어 있는 아시아 대륙에 대한 관심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다만 아시아연대도 아래로부터 사람과 사람이 직접 이어지는 풀뿌리연대여야 한다는 것을, 관계를 소중히 잘 가꾸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녹색만원계가 아시아와 우리의 작은 희망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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