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환경범죄에 대한 역사적인 첫재판이 열려

2004.07.20 | 군기지

관련 신문 기사 하나 올려놓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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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 환경범죄에 대한 역사적인 첫재판이 열려

나효우/한겨레 21    

지난 2000년 9월 28일(목) 오전 9시, 팜판가(Pampanga)지방 재판정에서는 인근 수빅 해군기지와 클라크 공군기지에서 거주했던 120명의 명의의 역사적인 환경오염 첫 공판이 시작되었다. 이날 법정에는 소송당사자 주민들뿐만아니라 필리핀과 일본의 NHK 등 주요 언론이 재판과정을 취재하고 있었다.

이번에 소송을 한 주민들은 미군이 철수한 지난 1991년 이후 미군기지내에서 2년에서부터 5년정도 거주하면서 과거 미군기지에서 폐기처분한 각종 환경오염에 피해를 받았던 사람들중의 일부이다. 이중에서 눈물이 글썽한 채 어머니 품에서 좀처럼 떨어지길 싫어하는 토렌티노(Syra Tolentino 여, 4세)를 안고 온 미란다(Miranda 여, 36세)를 만날 수 있었다. 아이의 웃옷을 들쳐보이자 심장부근에 굵게 그어진 수술자국을 볼 수 있었다. 지난 1994년부터 미군기지내에서 2년동안 거주하였던 임신중인 그녀는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였다. 그 이후 인근 지역으로 새로 이주해서 낳은 토렌티노는 태어나면서부터 병약했었다.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를 데리고 몇차례 병원을 옮기고 나서야 아이의 병이 ‘선천적 심장병’을 앓고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당시 미군기지내에서 함께 살았던 이웃들의 아이들이 이와 비슷한 병을 앓거나 죽은 이유가 바로 미군기지내에서 스며든 폐유로 인해 식수로 사용하는 강물과 지하수가 오염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된 것은 최근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한 시민단체의 끈질긴 노력과 도움으로 이번에 필리핀 정부를 대상으로 첫 재판을 시작하게 되었고 올해안에는 미국정부를 대상으로 국제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첫공판이 열린 이날은 필리핀 정부가 당시 미군기지내에 거주민을 이주시켰음을 확인하는 사실심리로 끝났다. 이들 주민들은 환경오염피해에 대한 책임에는 필리핀 정부도 예외일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즉, 필리핀의 환경정책 관련조항뿐만 아니라 인간환경에 관한 스톡홀롬 선언(1972년) 그리고 유엔 리우 환경과 개발선언(1992년)에 자국의 국민들을 환경오염으로부터 보호할 의무를 국가가 위배하였기 때문에 필리핀 정부를 대상으로 520억 페소(약 20억원)의 손배소송를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1905년부터 1991년까지 미군철수하기까지 실제적인 환경오염의 주범인 미국정부를 대상으로는 올해 말에 시작할 국제 재판에서는 1,020억불(미화)을 손해배상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송을 담당한 알렌산더(Alexander Lacson)외 4명의 인권변호사들은 ‘미국정부는 수많은 필리핀인에 대한 죽음과 손상을 입힌 직접적인 주범으로 이는 국제범죄행위에 해당하며 과거의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책임과 보상을 지어야 할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알렉산더 변호사는 미국정부에 대해서는 피해보상 뿐만아니라 수빅과 클라크 공군기지의 환경정화에 대한 보상까지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1991년 6월, 클라크와 수빅의 미군기지 부근에 있는 삐나뚜보 화산이 폭발하자 인근지역 주민들은 미군이 철수한 기지내로 이주를 하게된다. 클라크 공군기지 본부(CABCOM)에만 약 2만여 가족들이 짧게는 2년에서 5년을 살면서 기지내에 우물을 파서 식수를 사용하게 되었다. 이들이 식수를 사용할 때 가끔 냄새가 좋지 않거나 기름진 것이 보일때도 있었으나 이들 대부분은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미군기지는 이들에게 안전한 보금자리였고 환경오염피해는 더구나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2-3년후 적지 않은 아이들이 이름모를 병으로 숨지거나, 병약한 어른들에게 전에 보지 못하던 다양한 질병이 발생하면서 이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1995년, 핵무기저지를 위한 연합활동을 하였던 시민단체들이 이러한 주민들의 호소에 관심을 갖고 만든 것이 ‘미군기지정화 국민대책위’ (PTFBC: People’s Task Force for Bases Cleanup)이었다. 이들은 초기에는 이 사안이 미국과 필리핀 정부간의 여러 가지 복잡한 정치상황과 기술적인 문제가 따르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피해 주민들을 조직화하는 것도 쉽지않으며 피해주민들을 대상으로 활동 하기위해서는 먼저 벤존, 톨루엔 등 각종 독극물이 신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아야 했으며, 필요에 따른 적절한 주민 교육도 진행해야 했다.

그리고 이듬해 1996년 2월부터 지역 주민들의 건강진단 조사를 위해 캐나다의 병리역학 전문의인 로살리 베르텔(Rosalie Bertell)과 독극물 전문가를 초청하여 조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하였고 클라크 공군지기 인근 13개 지역에서 761명의 여성을 조사한 결과 많은 이들이 독극물의 피해자임을 알게 되었다.

특히 클라트 공군지지 본부(CABCOM)에 거주했던 상당한 여성들이 거주기간 임신했거나, 어린 아이들이 있었던 경우에는 머리가 빠지거나 피부병, 암 등으로 고생하고 있음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조사대상자중에만 여러 가지 암으로 현재까지 88명이 숨졌고 1999년에만 25명의 어린이들이 중추신경 마비, 선천적 심장병 그리고 언어장애 등 휘귀병에 걸려 있으며, 8명의 여성이 폐암, 낭종(囊腫)그리고 자연유산, 사산 또는 유아 사망 경험을 하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미군이 폐기, 방치한 독극물은 벤젠, 톨루엔 등 단순히 발암물질이 아니라 다양한 복합적인 증세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몇 세대에 거쳐서 나타날 수 있는 치명적인 환경범죄라 할 수 있다.

해군기지로 있었던 수빅에는 백혈구 과다증세(Leukemia)를 보이는 환자들이 급격히 늘어나 지난 1992년부터 1998년까지 조사한 자료에만 390명이 발병했으며, 또한 천여명 이상은 수빅해군기지에서 군함에서 작업을 하면서 석면에 노출증 환자들이 있었다. 이러한 조사대상자중에 이미 100여명이 이러한 환경오염에 숨졌으며 아직 조사대상에 실시하지 않았고 누락된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클라크 공군기지에서 1973년부터 엔지니어 일을 했던 파풀로(남,Mang Pablo)의하면 “1985년에만 기지내 병원에서의 쓰레기를 포함하여 매일 5톤의 쓰레기 6트럭분이 인근 강으로 버려졌고 지하의 전선, 전화선 파이프라인을 이용하여 버려졌었다. 당시에 미군들이 왜 이런 파이프를 통하여 쓰레기를 버리는지 이해를 못하였다. 그리고 오후에는 이를 흙으로 다시 덮었고 겉보기에는 아주 깨끗한 처리를 한 것처럼 보였다. 이러한 일이 문서에 기록된 일이 없으며, 이러한 쓰레기에는 화학물질이 함께 있었는데, 특히 우리가 마시는 강물에 버려지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었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조사를 토대로 지난 1999년 7월 4일, 필리핀과 미국의 우호의 날, 필리핀 수도 퀘존 시내에서 “클라크 독극물 희생자를 위한 행진”이 시작되었다. 이 날 미군기지정화 국민대책위 사무총장 발도나도( Myrla Baldonado,여, 46세)는 이러한 충격적인 조사보고와 함께 국민들의 관심을 호소하였다. 이 행진에는 특히 상하의원들이 함께 동참하였고 적극적인 지원활동을 약속하였다. 그리고 지난 5년간 조사활동과 흩어져 있는 주민들을 다시 모으는 일을 마친 이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미군기지 환경오염피해에 대한 책임규명과 보상을 위한 재판소송을 시작한 것이다.

처음부터 이 일에 참여하고 조직한 발도나도 사무총장은 “환경오염은 과거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 몇 년간 조사를 하였지만 저희들의 조사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유를 알지 못한채 고통에 신음했는지,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이 말도 못하고, 듣지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 희귀병에 걸렸을 때 어머니들은 그져 자신들의 탓으로만 생각해왔었습니다. 또 아직도 태어나지 아이들이 그러한 피해를 받아야 합니다. 미군이 주둔하면서 얼마나 많은 양의 폐유와 화학물질, 독극물이 우리의 물과 땅, 공기를 더렵혔는지 알수가 없습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한국에도 지난 반세기동안 미군이 주둔하였고, 최근에는 수년간 미군이 폐유를 식수원인 한강에 방류했음이 밝혀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함께 힘을 합하기를 희망합니다.” 발도나도 사무총장은 그동안 기아를 낳거나 사산을 하면 여성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면서 이제 그 원인이 밝혀진 만큼 우리들의 아이들을 위해서도 특히 환경단체와 여성들이 힘을 모아야 할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라크 공군기지를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실무자와 현장조사를 마치고 돌아설 때 누군가 쪽지를 가방에 넣었다. 집에 돌아와서 메모를 펼쳐 보니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제 아들은(7살) 선천적 심장병에 걸려있습니다.’ 애절한 어머니의 쪽지였다. 그리고 이날 한국에서 보내온 한 신문의 사설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두달전 용산기지에서 독극물을 한강에 무단 방류했을 때도 주한미군 당국은 한국민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수준은 아니라고 하며 사과성명서를 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얼마전 원주에 있는 주한미군기지에서 지난 10년동안 항공폐유를 몰래 버린 사실이 폭로되었다. 벤젠과 톨루엔등 발암물질이 섞여있는 항공기 폐유를 10년동안 식수원에 흘려보냈다는 것이다.’ 어디서엔가 우리의 어머니와 아이들이 심각한 환경오염피해를 입었을 때 ‘미안하다고 사과’로 덮어둘 문제가 아님을 우리는 언제쯤 체감할 수 있을까.

* 이 글은 한겨레 21에 지난 2000년 9월 29일에 기고한 글입니다. 글 내용 중에 기고 당시 시기와 관련하여 정치상황은 현재와 다르지만, 미군 주둔기지의 환경문제를 이해하는데 다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출처: 프리챌 아시아센터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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