뮐라 발도라도의 기사 보도 -미군기지 오염

2006.11.25 | 군기지

반환 미군기지 오염 치유비 천문학적”

미국의 세계안보전략 변화는 동아시아 도시에 도전과 기회가 되고 있다. 도시의 새로운 발전이라는 기회를 위협하는 가장 큰 도전은 환경오염 문제다. 이 문제가 그동안 감춰져 있었고 아직 더 드러나지 않았기에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필리핀, 독일 그리고 주한미군기지 등 해외주둔 미군기지가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필리핀에서 미군기지 반환과 기지정화 운동을 벌인 미군기지정화위원회의 밀라 발도나도 사무총장은 ‘기지와 함께 한 삶, 그리고 기지 없는 삶:필리핀의 경험’이라는 발제에서 미군기지 이전 과정에서 환경오염 등에 대한 대처가 없다면 천문학적인 비용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 기지이전 비용부담 주체 및 내용

그는 특히 필리핀의 수빅 및 클라크 미군기지 반환과정에서 환경오염에 대한 대처가 미흡해 필리핀은 지금 기지이전 이후 개발에서 심각한 장애를 겪고 있다고 필리핀의 경험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1992년 필리핀에서 미군이 철수한 뒤 반환된 수빅 기지 지역에서 석면 등 유독화학물질에 노출된 노동자들이 한 달에 4명 꼴로 사망하고 있다. 또 반환 이후 10년 동안 수빅 지역의 한 병원에서만 320건의 백혈병 사례가 보고됐으며, 이중 80%가 어린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기지정화 조항을 포함하지 않는 1947년 군기지조약(MBA)을 근거로 계속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기지 정화에 대해 미국에 요구할 권리마저 포기한 상태이다. 반환기지의 환경문제에 대한 대응없이 기지 개발에 나선 것은 근시안적 행동이며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발도나도 총장은 강조했다.

미국의 환경 전문가들은 미군기지의 유독물질 오염으로 피해를 입게될 민원인들이 법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비용은 당국이 감당할 수 없는 거액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도나도 총장은 “지난 4년 동안 기지정화 운동 과정에서 미국의 답변을 요구하도록 필리핀 정부를 압박하며 겪었던 어려움은 당초 미군기지 반대운동 진영이 이 이슈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렬 국제문제조사연구소 기획실장도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과 미군기지 이전의 파급영향’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반환기지의 경제활성화 문제를 비롯해, 우리도 환경오염 문제에서 필리핀의 오류를 되풀이 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4년 4월에 체결된 ‘용산기지이전협정’에서 미군의 환경치유 책임을 제대로 규정하지 않아 한국 정부는 막대한 반환부지 환경치유 비용을 부담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처지라고 비판했다.

조 실장은 당장 한국 정부가 932억원 이상의 환경오염 치유비용을 부담하게 됐으며, 이마저도 전체 용산기지의 5%가 오염됐을 때 상정한 치유비용이라고 밝혔다. 미군 쪽의 별도 비용 산출 결과 전체 환경 치유에는 4억~5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됐다고 조 실장은 강조했다.
이미 여러차례 지적됐지만, 한국 내의 34개 전체 미군기지의 환경문제에 대한 파악이 안돼있는 것도 문제다.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의 고유경 사무국장은 “환경사고의 샘플이라 불리는 용산기지의 반환 뒤 공원화 계획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미군이 한국법에 근거해서 정화하도록 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세미나에서 발도나도 사무총장은 필리핀의 기지반환 운동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무엇을 배울 것인가도 분명히 제시했다. 1990년대 초반 필리핀의 기지반대 운동은 한때 성공했지만, 기지 전환계획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좌절을 맛봤다. 그리고 이제 필리핀은 새로운 정세 아래서 다시 미군기지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고 있다.

발도나도는 미군기지들이 마침내 철수하자 기지 반대운동은 끝났지만, 이 운동이 기지 철수의 충격을 완화할 진지한 노력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발도나도 총장은 미군기지 반대운동이 환경문제 등 철수 이후 기지전환에 대한 비전을 마련하지 않아 운동의 동력이 급속히 와해된 것을 강조했다. 그는 “철수 이후 기지에 대한 대안과 그 실천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신문 부산/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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