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 수렴약속 뒤집고 조기파병 선동 왠말인가?

2003.10.02 | 군기지

민의를 수렴하여 이라크 파병여부를 결정하겠다던 노무현 정부가 파병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김진표 경제부총리 9월 29일 국회 답변과정에서 “신속하게 파병여부가 결정되고 그것도 파병쪽으로 결정되는 것이 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경제실익을 위해 파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조영길 국방부 장관은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 등 국방부 관계자들이 미국을 방문하여 제임 켈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리처드 롤니스 국방부 차관보 등와 파병문제를 논의하고 귀국한 직후 파병여부에 대해 빨리 결정해야 한다며 ‘곧 파병건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윤영관 장관은 유엔총회에서 콜린 파월 미 국부장관을 만나고 돌아온 후 ‘파병이 너무 늦어져서는 곤란하다’며 ‘파병여부결정을 서두르지 않겠다’던 종전의 입장을 뒤집었다. 윤영관 장관의 태도 변화 역시 미국의 요구에 굴복한 것이거나 예정된 단계적 여론몰이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한승주 주미대사는 국감장에서 “지난번 공병대와 의료부대를 파견때보다 이번 이라크 추가파병은 몇 배의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우리가 조건없이 이라크에 파병한다 해도 음으로 양으로 도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조건을 달지 말고 파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심지어 “요즘 많은 미국의 신용평가 기관들이 우리 경제의 신용평가에 있어서 한미 동맹관계를 척도로 사용한다”고 덧붙여, 파병을 하지 않을 경우 신용등급이 낮춰질 지도 모른다는 근거없이 국민을 위협하는 발언을 펼쳤다.

민의 수렴약속 뒤집고 조기파병 선동 왠말인가?
조기파병 망발 4명의 각료를 문책하라.



이를 4명의 각료들은 ‘실리’니 ‘국익’이니 하는 주장들을 늘어놓으면서 조기파병망언을 펼치고 있다. 그들의 갑작스럽고 돌출적인 잇단 발언은 미국의 잇단 압력성 발언과 면담이후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이들이 관연 한국의 장관들인지 미국의 하수인들인지 의심하게 한다.
이들이 자신의 방발로서 선동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 미국 냉에서 전쟁주도세력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그들이 증거조작에 대한 특검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내에서도 실패로 인정한 이라크에, 다른 모든 나라들이 거부하고 있는 전투부대를 파견하여, 미군 대신 이라크 시민들과 교전하라는 것이다. 이같이 명확한 국익과 실리의 논리로 교묘히 포장하고 있다.



‘국익’이라는 용어를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누가 국익을 판단하는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익판단의 주체는 국민이다. 또한 정책결정과정의 민주주의야말로 국익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이자 그 자체로 가장 중요한 국익이다. 함부로 국익을 단정하여 국민의 뜻을 억누르고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독재체제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특히 미국의 압력이 작용한다면 이보다 더 심각한 주권과 국익의 훼손은 없다. 현실적으로도 미국의 압력에 대해 우리의 주권과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국가주요각료들이 개인의 소견을 내세워 국가의 교섭력을 떨어뜨려서는 안된다는 것이 상식임에도 이런 망발을 일삼아 도리어 우리의 국익을 현저히 훼손시키고 있다.

전투부대 파병 여부는 국익판단의 척도인 국민의 민주적 의견수렴과 선택에 따라 자주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여 국민 대다수의 뜻과 배치되는 조기파병을 선동하는 각료들은 한국의 각료라 할 수 없다.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파병여부를 판단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은 다 어디로 갔는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대로라면 정부가 파병여부에 대해 국민여론을 수렴하겠다던 약속을 뒤집고 오히려 파병여론을 선동하고 있는 것으로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다.

‘함구를 엄명했다’던 정부 각료들의 이같은 잇단 망발에 대해 질책하고 문책해야 할 대통령이 도리어 파병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노대통령은 지난 9월 29일 토마스 허바드 주한 미 대사,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 사령관 등 미국의 주요 대 한반도 정책책임자들이 참석하고 있는 자리에서 파병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후, 10월 1일 국군의 날 경축사에서도 파병과 북핵을 연계하겠다며 사실상 파병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대통령마저 스스로가 밝힌 약속과 방침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상황에 경악한다.



강력히 경고한다. 노무현 정부가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고 충분한 민주적 논의도 없이, 전투병 파병을 졸속으로 강행한다면 참여정부와 국민의 최소한의 신뢰관계마저도 종언을 고할 것이며 국민의 전면적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특히 조기파병의 망발을 펼치는 4명의 각료들에게 경고한다. 과거 만주사변 참전과 정신대를 선동하던 이들도 하나같이 국익과 실리를 얘기했다. 이들이 국민의 합의도 없는 조기파병에 대해 대외적으로 이를 선동하는 행위를 계속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우리나라의 각료로 인정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그에 준하는 국민의 심판을 가할 것이다.
                                                                                                                             2003. 10. 2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이라크에 전투병력을 보내서는 안되는 12가지 이유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1. 명분 없는 전쟁, 거짓으로 점철된 침략을 지원해서는 안된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불법적으로 이라크를 침공했다. 명분으로 내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테러 지원에 대해 지금까지도 아무런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애초부터 세계를 속여왔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 미국 스스로도 실패를 인정한 전쟁에 한국군을 파견해선 안된다.  
이라크에서 게릴라전이 계속되고 미군 사상자가 늘어남에 따라 전비부담과 안전을 우려하는 미국 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전쟁을 주도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이른바 보수강경세력을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 것은 물론, 부시 대통령의 재선가도 자체에 비상이 걸렸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파병 요청은 파키스탄, 터어키 등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나라에 의해 거부되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 내에서도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다른 나라의 동참도 없는 전장에 우리 군을 파견하는 셈이다.

3. 한국의 파병은 헌법과 국제법에 위배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5조 1항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유엔헌장 등의 국제법 또한 공격과 점령을 금하고 있다. 유엔헌장 제2조 4항 역시?다른 국가의 영토의 완전성과 정치적 독립에 대한 군사력 사용과 위협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4. 전투병 파병은 미래 한미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동맹국이 공격을 받거나 공격의 위협에 직면했을 경우 지원하는 것을 그 핵심으로 하고 있지, 공격과 점령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범위는 태평양 연안에 한정된다. 이라크 파병은 장기적인 한미관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라크 전쟁을 주도한 미국내 일부 강경파와 미국 국민 전체를 혼동해선 안된다. 파병거부에 따른 일시적인 불편함은 미국 대선 등 다른 변수로 인해 상쇄될 수도 있다.

5. 전투병 파병은 미군을 도울 수도, 이라크에 평화를 가져다 줄 수도 없다.
한국의 파병은 미군과 이라크인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기 보다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된다. 전투 군사력 증강은 필연적으로 더 많은 인명피해와 더 큰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아랍 민족주의의 반발도 더욱 강해질 것이다. 결국 전투부대 파병은 갈등의 골을 깊이 파서 미군을 더 깊은 수렁에 밀어넣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6. 이라크인들이 원하는 것은 파병이 아니라 점령군의 조속한 철수이다.
이라크 내부의 혼란상태, 각 종족, 종파, 정파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갈등은 외부의 군사력 투입으로 해결될 성격이 아니다. 이라크 내부의 갈등해결을 위해서도 미국이 먼저 이라크 침공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철군 일정을 발표해야 한다. 이후 국가 재건을 떠맡은 이라크인들이 유엔에 도움을 요청한다면 인도적 경제지원, 복구사업 지원, 치안유지를 위한 지원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7. 전투병 파병은 한반도 평화를 근본적으로 위협한다.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제거라는 명분으로 이라크를 선제공격 했고 똑같은 명분으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고려하고 있다. 이라크 파병은 부시 행정부의 이러한 선제공격 독트린을 ?몸으로?추인하는 행위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된다고 주장할 논리적 근거를 우리 스스로 파괴하는 것이다. 또한 파병은 현재 곤경에 빠진 미국 내 강경파와 부시행정부를 정치적으로 지원하여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갖고 올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동맹세력인 미국의 온건파와 세계의 평화세력은 한국정부의 선택을 눈여겨볼 것이다.

8. 전투병 파병과 한반도 안보문제는 별 관계가 없다.
지난 4월 공병?의료 부대의 파견 후 확인한 것은 이라크 파병과 한국의 안보문제 사이에는 별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이라크 파병 결정 후에도 미국은 북한에 대한 압박을 계속했다. 베이징 6자회담에서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 심한 요구조건을 내걸고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조차 거부했다. 이와 동시에 부시 행정부는?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PSI) 등 북한에 대한 군사적 봉쇄를 강화하고 있다. 주한미군 재배치 역시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의 장기적인 세계군사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도 1차 파병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철저히 자국 이익중심으로 움직였다.

9. 이라크 재건 특수를 노리고 전투병력을 보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에 대한 국제사회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고 ‘위험부담’을 함께 질 것을 요청하면서도, 석유와 정부 구성 등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통제권을 놓지 않으려 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이라크전이 장기전의 늪에 빠져들게 됨에 따라 미국정부가 약속할 수 있는 것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답이 분명해진다. 미국의 압력이 없더라도 과연 ‘경제적 실리’를 위해서 자발적으로 전투병을 파병했을 것인가?  

10. 파병에 따른 미국의 경제적 반대급부? 환상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라크전 파병과 뒤이은 5월 방미외교가 경제신인도 회복에 기여했다고 주장했지만, 곧이어 나온 하이닉스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보복관세 부과로 한국경제는 직격탄을 맞고 말았다. 갈수록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은 외교안보문제를 지나치게 경제와 연관시킨 정부의 짧고도 조급한 안목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파병거부에 따른 경제보복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행정부 내 보수강경분파들이 좌우할 수 있는 경제보복 수단은 매우 제한적이고 이 경우도 이 보복행위가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의 경제적 이익에 부합하는지 검토한 후의 일이다.

11. 유엔 결의도 여러 가지다. 점령군을 지원하는 다국적군 파병은 있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유엔의 동의가 있다면 파병을 고려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이 유엔에  제출한 다국적군 구성안은 분쟁당사자들의 동의에 의해 이를 중재하기 위해 파견되는 평화유지군이 아니라 미 점령군의 외연을 넓히는 전투지원부대일 뿐이다. 전비 역시 유엔이 지원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이 결의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방식으로 미국에 타협할 가능성이 있는 유럽의 나라들은 단 한나라도 군대를 파견하거나 전비를 부담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전투부대 파병을 자발적으로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유엔 결의 여부를 파병의 시금석으로 삼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12. 미국 압력 때문에 한국민의 자유로운 선택이 왜곡되는 것만큼 중대한 국익손실은 없다.
‘국익’이라는 용어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특정 정파, 특정 산업과 계층의 이해관계가 같을 수 없다. 따라서 정책결정과정의 민주주의야말로 국익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이자 그 자체로 가장 중요한 국익이다. 함부로 국익을 단정하여 국민의 뜻을 억누르고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독재체제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특히 여기에 미국의 압력이 작용한다면 이보다 더 심각한 주권과 국익의 훼손은 없다. 전투부대 파병 여부는 국익판단의 척도인 국민의 민주적 의견수렴과 선택에 따라 자주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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