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 활동] ‘평화’로 인해 위협받는 섬 생물들

2014.10.25 | 군기지

   9월 29일부터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일대에서 개최된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CBD,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당사국총회가 지난 주 막을 내렸습니다. 생물다양성협약은 기후변화협약, 사막화방지협약과 더불어 UN 3대 환경협약 중 하나로 193개 회원국, 국제기구와 기업 관계자 등이 참가하는 환경 분야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이기도 합니다. 

   이번 총회에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생물다양성(Biodiversity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을 주제로 생물다양성 보전과 현명한 이용, 생물자원의 이용으로 발생하는 이익의 공평한 분배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는데, 생물종 감소와 생태계 파괴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한 세계 각국의 공감대 형성과 논의는 무척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녹색연합은 총회 기간에 일본의 시민단체, 연구자들과 함께 '군사기지로 인한 생물다양성 훼손'을 주제로 두 가지의 부대행사(사이드이벤트)를 개최하였습니다. 부대행사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cbd_side_ (7)

 

군사기지로 '평화'를 지키겠다고요?

10월 9일에는 한국과 일본, 각 국의 군사기지 건설에 맞서 오랫동안 반대 활동을 해온 제주 강정마을과 오키나와 다카에, 헤노코 지역 주민들이 모여 ‘군사기지 건설로 인해 위협받는 섬 생물다양성’을 주제로 각 지역 이야기들을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제주와 오키나와는 지역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각 국 정부가 대규모 군사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환경 분쟁 지역입니다. 또 두 곳 모두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가진 아름다운 섬이라 주민들은 섬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들에 대한 애정도 각별합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섬을 그대로 놔두라는 주민들의 메시지는 행사 시작 전부터 다양한 색깔의 여러 모습들로 표현되었습니다.

SONY DSC

천막농성만 10년째, 오키나와 헤노코 해안

첫 순서로 오키나와 헤노코 사례를 발표한 신이치 하나와(Shinichi Hanawa)씨는 람사르 네트워크  저팬(Ramsar Network Japan)의 공동대표이기도 합니다. 현재 오키나와 헤노코와 오우라만을 매립하여 후텐마 기지를 이전하려는 계획에 대해 하나와 씨는 “오키나와 주민들은 18년째 헤노코 해안으로의 기지 이전에 대해 반대 활동을 하고 있으며 천막 농성만 10년째인데 올해 7월부터 해안부의 육상공사가 시작되었다.”며 “이는 주민 동의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처사이며 헤노코 해안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도 부실하고 비과학적으로 진행되었고,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인 듀공의 서식지와 산호초 군락지가 크게 훼손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습니다. 듀공은 멸종위기의 해양포유류로 오키나와에는 사후에 듀공이 사람의 영혼을 좋은 안식처로 데려다 준다는 전설이 있기도 합니다.

SONY DSC

브로컬리 너마저…

오키나와 다카에 지역주민이자 미군의 핼리패드(헬기이착륙시설) 건설 반대 활동을 하고 있는 다케시 이시하라(Takeshi Ishihara, No helipad Takae Resident Society)씨는 “60년전 부터 미국의 비행장이 있었던 다카에 지역에 추가로 군사기지가 건설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시하라 씨가 살고있는 다카에 마을은 150명 정도가 거주하는 작은 마을로 멀리서 보면 마치 브로컬리처럼 생긴 독특한 아열대 숲인 얀바루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커다란 군용헬기의 수직이착륙시설이 들어설 계획인 다카에 얀바루 숲에는 천연기념물인 노구치게라(딱다구리의 일종), 얀바루쿠이나(흰눈썹뜸부기) 외에도 다양한 멸종위기종과 확인되지 않은 생물들이 서식 중이라 국제적인 생태보고로 평가받고 있는 곳입니다. 이러한 공간에 6개의 헬리패드가 들어서면 중간 중간 여러 공간에 벌목이 이루어지고, 헬기가 운영되면 굉장한 소음과 진동으로 주민들의 거주 환경은 물론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처가 위협받게 되겠지요? 

SONY DSC

평화의 섬, 제주를 지켜주세요

마지막 발표자였던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영웅(제주환경운동연합)사무국장은 “오키나와 다카에, 헤노코 두 지역과 제주의 상황이 다를 것 없다”고 이야기를 시작하며 제주 강정마을에도 대규모 해군기지 건설이 강행되면서 독특한 용암지형이자 아름다운 구럼비 바위가 파괴되고 강정 앞바다의 연산호 군락지가 훼손되는 등 위협에 처한 해양생물에 대한 소식을 전했습니다. 무척이나 닮은 한국 제주와 일본 오키나와, 두 섬의 소식을 나누는 이번 행사에 참가한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주민 동의와 생태계를 파괴하는 군사기지 건설은 동북아시아의 평화마저 위협한다”며 군사기지로부터 생물다양성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연대를 약속하였습니다. ‘군사기지 건설로 인해 섬 생물다양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제목의 한-일 주민공동선언문이 작성되기도 하였고요.

SONY DSC

 

  강정.다카에. 헤노코 주민 공동 선언문 中

 “ … 주민 동의 없는 군사기지 건설, 해양생태계 파괴가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우리들은 삶의 터전이자 생명의 보고인 제주와 오키나와가 군사기지 건설로 인해 위협받고 훼손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멸종위기와 보호구역에 대한 지정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보호가 중요하다.다카에와 헤노코의 신기지 건설, 강정의 해군기지 건설은 중단되어야 한다” 

cbd_side_ (8)

지난 생물다양성협약 개최국인 일본과 이번 개최국인 한국의 주민들이 모여, 각국 정부의 생물다양성 훼손에 대한 우려에 한 목소리를 내는 현실이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9일 행사에 이어 13일 오전에는 제주와 오키나와의 해양 멸종위기종에 대한 시민모니터링 사례를 사진과 영상으로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제주 지역에 대해 해군기지 해상공사 시작(2012) 전인 2007년부터 현재까지 연산호 군락지에 대한 모니터링을 꾸준히 진행한 녹색연합과 오키나와 해안의 산호·해초·멸종위기 포유류 듀공을 모니터링한 ‘오키나와 산호초 조사그룹’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cbd_side_ (11)

색색깔의 향연, 산호정원이 위협받고 있어요

윤상훈(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은 “현재 제주 강정에 건설 중인 해군기지로 인해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해양 생태계, 특히 산호 군락의 훼손을 염려하고 있다”면서 그동안의 모니터링 작업으로 얻은 산호 사진에 대한 설명을 전했습니다. 제주 강정, 법환, 범섬 사이에 위치한 연산호 군락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산호군락지의 북방한계선으로 그 가치가 전 세계적으로 독보적입니다. 73,800㎡ 규모의 ‘산호정원(coral garden)’의 모습에는 외국의 산호 전문가들도 감탄을 감추지 못한다고요. 

http://www.greenkorea.org/?p=42140 (제주 연산호 모습 보기!)
다양한 종류의 산호 군락은 자리몸, 주걱치, 각종 나비고기들과 벵에몸 무리 등 다양한 생명을 잉태하고 부양하고 있기도 합니다.  연산호 군락지는 여러 요인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는데 특히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해상공사 이후 아름다운 산호 정원에 적신호가 켜진 모습들이 포착되어 보호를 위한 조치들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cbd_side_ (6)
오키나와 해양의 해초, 산호초 및 듀공의 흔적에 대한 모니터링 사례를 발표한 아베 마리코(Abe Mariko) 박사도 군사기지 건설로 인한 해양 매립 공사가 실시될 경우, 다양하고 아름다운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헤노코와 아우라만에 직간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며 생물다양성의 위협 상황에 대한 걱정을 토로하였습니다. 

두 번의 행사를 통해 다시 한 번 평화와 생물다양성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전쟁을 염두에 두고 군사기지를 확대하고 무기 경쟁을 지속하는 행위가 평화를 위한 것일까요? 그리고 생물다양성 문제도 마찬가지이고요. 평화를 지키겠다며 군사기지 건설을 강행하여 주민들과 여러 섬 생물을 위협하는 정부가 또 다른 곳에서는 생물다양성의 향상을 논의하는 모습에 분노를 느낍니다. 국제사회 내에, 특히 동북아시아 지역의 국가들의 경우 전쟁 대비 연습과 군비 경쟁을 중단하고 함께 평화 협정을 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위 행사는 참가자들뿐 아니라 ‘UNDB 시민네트워크’ ‘한국 CBD 시민네트워크’ ‘오키나와 듀공환경감시단’ ‘제주 해군기지건설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등 여러 단체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평화'를 명목으로 건설되는 군사기지로 인해 위협받는 생물들에 대한 모니터링 및 보호활동은 계속됩니다! 

 

작성: 평화생태국 활동가 신수연

 
* 위 활동과 관련 통번역 자원활동을 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special thanks to : 고수빈, 김세진, 이이자희, Furuhashi Aya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