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지키고 싶은 공간은 어디인가요?

2015.03.30 | 군기지

당신이 지키고 싶은 공간은 어디인가요?

  -용산기지탐색展 보호구역 이야기-

  녹색연합은 군 기지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문제에 대응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 중심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용산 미군기지의 오염을 비롯해서, 보령 공군사격장으로 인한 주민 피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로 인한 연산호 군락 훼손 등을 모니터링하고 사회에 알려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요. 활동을 하면서 여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관련 기관의 공무원이나 연구원, 주민들, 그리고 다른 단체 활동가들, 그 외 기타 등등. 

이번에는 '기타 등등'에 속하는 Gate22와 그들이 기획한 '용산기지탐색展 보호구역'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Gate22는 용산미군기지 반환 관련, 비워질 땅의 미래를 고민하는 연구모임입니다. 기지 내 공식 게이트가 스물 한 개인 점에 착안, 모두에게 열린 상상의 게이트를 상징하는 Gate22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기지부지의 미래를 논의하는 공공플랫폼을 마련하는데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용산기지탐색展 보호구역

보호구역은 구역을 누가 어디에 왜 지정했는지에 따라 그 의미가 현격히 달라진다. 미8군에게는 마땅히 용산기지가 주요 군사시설로서 보호구역이지만 담 밖 기지촌 사람들에게는 삶의 터전인 기지촌이 바로 보호구역이 되기도 했다. 용산미군기지=보호구역=출입금지구역=심각한 오염의 근원지=개발을 찬양하는 공터=국가공원=200년 간의 제국주의=빈 땅. 수많은 대체어들로 그 의미를 달리하는 보호구역으로서의 용산기지. Gate22는 그동안 꾸준히 용산기지 반환 후 비워질 땅의 쓰임새를 상상하기 위해 걷고 보고 듣고 읽으며 돌아올 땅과의 교감을 시도해왔으며 반환될 미래의 땅을 탐색해왔다. 

용산기지탐색展 보호구역은 Gate22 한강로 본사에서 3월 매 주말마다 네 명의 작가가 마주한 용산기지 안팎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전시, 공공세미나(용산기지 오염과 미군 잔류를 둘러싼 비하인드스토리), 세번의 기지 주변 워킹 투어로 구성되었습니다. 녹색연합 활동가인 저는 공공세미나에서 용산기지 오염문제에 대한 발제를 맡았었고요, 영화 '괴물'의 모티프가 된 2000년 한강 독극물 방류 사건과 그 뒷 이야기, 그리고 지금도 검출되고 있는 오염물질에 대한 이야기를 참가자들과 나누었습니다. 대개의 경우, 오염을 주제로 이야기하면 분위기가 가라앉곤 합니다. 내가 밟고 있는 땅과 그 밑을 흐르는 지하수가 오염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유쾌하기는 어렵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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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te22 멤버들과 한차례 기획회의를 할 때, 어떤 분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우리가 포장된 아스팔트 위를 걷고 고층 건물에서 살고 있고,  지하수를 사용할 일이 없으니 먼 곳의 이야기 같아요. 여러 포장재들이 우리 시야를 가리고 우리 시선을 멀어지게 하네요…" 일부러 시간을 내어 공원이나 산을 가지 않고서는 도심지에 살면서 흙을 밟기가 점점 어렵습니다. 지하수는 말할 것도 없지요. 하지만 당장 눈 앞에 보이는 피해가 없더라도, 그게 정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오염 문제에 대해 누군가는 감시하고 알리고 기록하고, 또 오염자 부담의 원칙을 적용하라고 말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성미씨 작품

 

  배성미 作   <비워질 기름진 땅에 드리는 꽃>
  도시 한복판에 존재하는 넘어갈 수 없는 기름진 땅에게

  무너질 담벼락에 기생하여 존재하는 가시망에게
  상처진 역사의 보이지 않는 안타까움에게
  꽃 한송이 만들어 바침

 

 

                                                      

 

 

올리버 

  올리버그림 作   <무제>
  뉴스와 기지 내 풍경, 영상자료를 토대로 재구성한 디오라마  
  담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22일에는 녹색연합과 타 단체 활동가들, 지인들과 함께 Gate22의 기획자 홍서희씨 안내로 기지 주변을 걷고 보고 느끼는 워킹 프로그램에 참가하였습니다. 이촌역에서 시작해 삼각지역까지 기지 담벼락을 따라 구불구불 돌며 여러 풍경들과 함께 관련 설명을 들었고요. 기지 내부의 비지터 센터에도 들어가 살짝 구경해보고, 150미터 정도 되는 거리 양 옆으로 형성된 보세 상가들, 일본식 건축물인 적산가옥과 길 건너편에 하늘 높이 치솟아 있는 고층빌딩들, 용산 참사가 있었던 남일당 자리, 그리고 여전히 유류오염물질인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고농도로 검출되는 캠프 킴 부지까지..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여러 풍경들을 보며 좀 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용산기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2016년 말까지 기지가 반환되면, 이후에는 국가공원으로 조성될테니 몇 년만 지나면 용산기지와 그 주변부의 모습은 금세 아주 많이 달라질테니까요. Gate22의 한강로 본사에 들러 전시 작품들과 영상을 보고, 워킹프로그램에 대한 소회를 나누며 '용산기지탐색展 보호구역'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관련기사: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683986.html

 


작성: 신수연 (평화생태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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