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곳에서 살고 싶어요

2004.06.03 | 군기지

5월29일(토)부터 30일까지 엄마, 남동생과 5.29 평화 축제에 참가하였다. 이번 축제는 전쟁반대와 미군기지 확장이전반대가 주된 주제였다. 시작 시간 12시를 맞추느라고 부지런히 갔는데 사람들도 없고 부스 설치도 안돼 있어서 상당히 실망했다.

“우리 평택에 간다.”
“엄마, 우리 북한에 가는 거야”
“아니, 평택에 가는 거야”
“어, 다른 친구들도 다 북한이라고 알고 있는데”

뭔 헛소린가 했더니 다른 친구들은 다 아는 평양을 용우는 같은 ‘평’자 돌림이라고 헷갈린 것이다.

하지만 잔디밭에 앉아서 놀다 보니 부스 설치도 되고 사람들도 모이면서 축제 분위기가 나니 돗자리 생각이 날 정도로 오목조목한 분위기가 정감이 갔다. 목걸이 만들기, 페인팅하기, 장구배우기 등 함께 할 수 있는 활동들이 많았는데 보는 축제가 아니라 참여하는 축제, 신명나는 축제였다.
부스에 있는 사진들을 보고 글도 읽었는데, 미군이 정말 많은 한국인에게 많은 피해를 줬다는 걸을 눈으로 확인하고 충격을 받았다.



저녁에는 콘서트를 크게 했었는데 ‘강산에’도 오고 ‘꽃다지’. ‘평택댄스그룹’ 그리고 ‘윤도현밴드’까지 와서 같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니 사람들이 정말 다 하나가 된 기분이 들었다. 윤도현의 노래가 끝난 후 순서가 아직 남았는데도 미안하게도 객석은 썰렁해졌다. 물론 나도 바로 잠자리로 돌아갔다. 유명가수 들이 나와서 우리와 같이 하나 된 뜻을 가지고 멋진 노래를 불러주어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주는 것 같아서 더 멋진 밤이었던 것 같다.

다음 날 평소 일어나던 습관대로 빨리 일어나니 할 일이 없어서 집에 그냥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이 평화축제를 연 주된 목적이 미군기지 확장반대인데 확장반대행진을 하지도 않고 간다는 게 아쉽고 한 사람의 힘이라도 보태야 된다는 기특한 생각으로 갈등을 접었다.

잠자리 정리와 부스정리를 슬슬 하고 있을 때 갑자기 경찰들이 나타나서 우리의 출입구인 정문을 막고 서있었다. 용우는 인권영화제에서 한국통신 계약직 노조의 투쟁에 나온 경찰들이 너무 무서워서 경찰은 절대 안 된다고 했는데 직접 눈앞에서 전경들을 보니 전쟁이 난 것처럼 너무 신기해했다.

어떻든 타협이 돼서 각자 차를 타고 원추리마을 입구까지 갔다. 엄마는 다른 차를 탔는데 길을 잘못 들었다가 미군기지 확장이전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집회를 보고 왔는데 그 사람들은 미국에게 배은망덕하면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모여서 대추리 초등학교까지 행진했는데 미군 부대 주변은 전경과 차들로 접근을 못하게 완전히 막아 놓았다. 사람들이 우스개로 전경을 감격하게 만들려면 하복을 줘야 된다고 해서 다 깔깔 웃었다.



전쟁은 어린이와 여성이 가장 많은 피해를 본다는데 이번 행사에는 공부방 어린이들이 많이 와서 평화로운 놀이터를 꾸몄다. 어린이들까지 이렇게 어른들에게 평화를 달라고 하는데 어른들은 왜 우리말을 들어주지 않는지…

이 아이들이 커서 평화의 마음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했으면 좋겠다. 처음에 여기 왔을 때는 잘 몰랐지만 미군이 우리나라에서 왜 나가야하는지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되었고 평화로운 삶이 정말 필요하고 조금만 노력하면 이루어지게 된다는 것도 느꼈다. 이번 1박 2일의 체험이 있었기에 무지했던 용우도 체험학습 보고서를 낼 때는 제법 그럴싸한 말을 썼다. “왜 미군기지가 우리나라에 있고 미국은 우리나라를 도와준다면서 우리를 괴롭히는지 더 알고 싶어요”
평화로운 곳에서 살고 싶어요^^  

글 : 나한솔(은평중학교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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