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오염시키고 떠난 땅, 1년 만에 대학 캠퍼스가 들어서다 …

2016.02.29 | 군기지

동두천에 조성 중인 동양대학교 북서울캠퍼스 개교에 차질이 생겼다. 학교 측은 2016년 3월에 개교한다며 신입생 400여명을 선발하였지만, 현재 개교를 한 달 뒤로 미룬 상태이다.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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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동두천시 주민으로부터 기름에 오염된 다량의 토양, 지하수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MBC 촬영팀(시사매거진2580)과 함께 현장에 다녀왔다. “작년 12월 집 주변에서 기름 냄새가 많이 나서 국방부에 신고했는데 파헤쳐 놓기만 했다. 매캐하고 역한 냄새 때문에 두통에 시달리고 있는데, 두 달 넘게 방치해 놓고 아무 소식이 없다”며 주민 김덕순씨가 한숨을 쉬었다. 김덕순씨의 집은 캠프캐슬 부지와 맞닿아 있었고, 진입로에서부터 마당까지 깊이 2.5미터 가량 굴착되어 지하수가 고여 있었다. 파헤친 땅 군데군데 검푸른 색으로 뭉쳐진 흙들이 잔뜩 보였고, 기름냄새가 코를 찔렀다.

동두천시에 위치한 반환미군기지 캠프캐슬(Camp Castle)은 총 면적 4만7천 평 규모로, 동·서·북 3개 지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1953년부터 미2사단 공병대대가 주둔하여 60년 이상 사용하다 2015년 3월 국방부로 반환되었다.

© 한국농어촌공사, 『캠프캐슬 환경오염 정화사업(1공구)』 과업내용서

반환 당시 환경부의 ‘캠프캐슬 환경오염조사 및 위해성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면적 156,121m² 중 약 42%인 66,339m²가 오염되었고, 위해도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미군 측의 정화 조치 없이 돌려받아 논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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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대학교 북서울캠퍼스 조성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 부지 경계 곳곳에 민가가 접해 있다. 오염문제를 제보한 주민들은 이미지 하단의 붉은색 지점 (오염)확산예상구역에 거주하고 있다

기지 경계와 맞닿은 곳에 사는 또 다른 주민은 “환경부에서 2008년경 미군기지 담벼락을 따라 주변 환경조사를 실시했을 때 이미 오염된 걸 알았을 텐데, 그 땅에 배추며 상추를 심어서 먹고 있는 동네 주민들에게 오염된 땅이니 재배하지 말라는 언질을 주지 않았다.”며, “미군기지 오염이 이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다. 이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이 받고 있는 환경 피해 외에 또 다른 문제는 대학 캠퍼스 조성 문제이다. 경북 영주의 동양대학교는 동두천 캠프캐슬 부지에 북서울 캠퍼스를 조성하고 있다. 2013년 교육부로부터 ‘동양대학교 이전 계획 승인’을 받았으며, 2016년 3월에 개교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군기지 반환 협상이 차일피일 연기되면서, 작년 3월에서야 반환이 확정되었다.

관계기관 모두가 윈윈, 졸속 추진

부지 반환이 늦어졌지만, 동양대학교 측은 주한 미군이 사용하던 시설물의 일부를 학생들의 기숙사, 도서관 등으로 리모델링해서 사용할 계획이고, 2016년 3월 개교가 가능하다며 400여명의 신입생을 선발하였다.

통상적으로 미군기지를 반환받으면 오염정화 및 검증에 2-3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심각하게 오염된 캠프캐슬 부지에 정화, 검증, 각종 인허가를 11개월 만에 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동양대 측은 가능하다며 개교를 서둘러왔다. 캠프캐슬 부지의 오염정화사업은 지난 해 4월 196억 원에 입찰되었으며 당시 입찰내용과 기준이 여러차례 변경되면서 ‘누더기 입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현재, 동양대학교 측은 신축 건물이 완공되지 않았다며 개교 일정을 한 달 뒤로 연기한 상태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동양대학교 북서울캠퍼스 인가에 대해 “아직 건물 완공도 되지 않은 상태인데, 인가 여부에 대해 답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 환경부, 캠프캐슬 환경오염조사 및 위해성평가결과보고서 요약/ 동양대학교가 북서울캠 퍼스 부지로 사용하려는 곳은 ‘동캐슬, 서캐슬’ 두 곳이다. 토양 오염의 경우 TPH(석유계총 탄화수소)는 기준치 500mg/kg보다 무려 127.7배가 넘게 검출됐다. 발암물질인 벤젠의 경우 기준치를 5.7배 초과하였다.

부지를 빨리 매각해야 하는 국방부, 장기간 미군기지 주둔으로 지역 경제가 침체되어 있는 동두천시, 수도권으로 대학을 이전하려는 동양대학교 모두의 이해관계가 맞닿아 급속히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만하다. 캠프캐슬 인근 주민들의 건강권, 그리고 동양대 북서울캠퍼스에서 첫 발을 내딛게 될 학생들의 건강권과 학습권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 우려된다.

 

녹색연합 평화생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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