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기둥 100미터까지 솟아 – 포항 한국종단송유관 기름유출 사고

2004.12.04 | 군기지

지난 11월 22일 경북 포항시 남구 연일읍 중명리를 지나는 한국종단송유관(TKP)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무려 10만리터나 되는 기름이 유출되어 불과 300미터 떨어진 형산강 유강정수장에서 취수가 일주일 동안 중단되었다. 포항시는 오염된 토양 2만 5천톤 이상을 걷어내어 인근 장성동에 있는 옛 미군부대로 옮기고 오염범위와 정도를 확인하기 위한 정밀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 12월 3일 오염된 토양 2천 5백톤을 걷어낸 현장 (녹색연합)

TKP는 1970년 주한미군이 유류공급을 위해 자체예산으로 건설한 송유관으로 포항에서 의정부까지 이어져 있다. 1992년 주한미군 공병대 감축, 한국 기업이 미군에 지불하던 임차료 등의 이유로 국방부로 소유권을 무상 이전시켰고 현재 대한송유관공사에서 관리를 맡고 있다. 그러나 내구연한이 30년으로 알려진 TKP는 이미 오래되어 많이 부식되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우려를 증명하듯이 1992년 이후에만 19건(이번 포항 사고 포함, 국방부 공식 발표 자료)의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하였다. TKP는 2005년 8월에 대구-왜관, 평택-인덕원 구간을 남겨두고 폐쇄될 예정이다. 주한미군 유류수송을 TKP에서 SNP(남북송유관)로 전환하기로 합의하였으나 주한미군측 요청으로 인해 일부 구간은 계속 사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TKP 기름유출사고는 더 이상 이 송유관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11월 24일 오일펜스가 넓은 범위로 설치되어 있다.(미군기지되찾기대구시민모임)

중명리 주민들은 이번 사고 당시 기름 기둥이 약 100미터까지 치솟았으며, 사고 발생 4~5일 이후에도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기름기둥은 마을 방향으로 불던 바람을 타고 마을로 날아와 마을 가옥, 농작물, 정원수 등에 피해를 입혔다. 그 후 일주일동안 주민들은 머리와 목에 통증을 느꼈지만 한창 특용작물을 출하할 시기이기 때문에 바쁜 일손을 놓을 수 없어 병원에 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농작물에 물을 줘야 하는데 농수가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3~4일 동안 물 주기를 중단한 상태라서 출하가 늦어지고 있다. 현장을 찾았을 때에도 주민들은 비닐하우스에서 일은 하고 있지만 물을 주지 못해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송유관을 관리하고 있는 대한송유관공사에서는 주민들과 함께 피해에 대한 간단한 조사를 했으나 배상을 하겠다고 적극 나서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함께 피해를 조사했다는 문서에도 확인해 주지 않아서 주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오염사고는 환경뿐 아니라 주민, 시민피해도 동반하게 된다. 국방부와 대한송유관공사는 오염된 토양, 지하수에 대한 정밀조사뿐 아니라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 대한 배상까지 책임져야 할 것이다.

글 : 자연생태국 고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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