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반환과 환경문제 – 깨끗한 땅을 돌려받아 생명과 평화의 땅으로

2005.12.05 | 군기지

지난 9월 22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반환 예정 미군기지 환경오염조사 결과가 큰 관심을 모았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환경부에 자료 요청해 얻은 15개 미군기지에 대한 오염조사 결과를 보면, 용산 헬기장을 제외한 14개 미군 기지에서 토양과 수질 오염지역이 발견되었다. 토양에서는 주로 석유계총탄화수소(TPH), BTEX, 납, 아연, 카드뮴, 구리 등이 검출됐고, 수질오염원으로는 TPH, 벤젠, 페놀, 테트라클로에틸렌(PCE), 크실렌 등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오염물질인 페놀의 경우 중추신경계를 마비시키고, 피부조직을 부식하는 오염물질이며, 벤젠은 백혈구를 감소시키며, 의식상실.경련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는 발암성물질로 분류돼 있으며, 크실렌은 눈.코.목 등 기관지를 자극하며, 현기증 구토증세를 일으키는 오염물질로 알려져 있다.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오염문제

미군기지뿐 아니라 일반적인 군 부대는 대량 유류를 사용하고 대규모 병력을 운용한다는 면에서 환경오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미국에서는 미군기지가 화학 공장을 제치고 가장 심각한 오염원으로 꼽힐 정도인데, 주한 미군기지는 조사나 감시의 접근이 한국 군부대보다 더욱 어렵고, 명확하게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어 더 큰 문제이다.

반환 기지의 오염정도는 지금까지 미군이 기지를 사용하던 당시의 오염사고 현황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녹색연합이 언론 검색, 현장 조사, 현장 제보 등을 통해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90년 이후 전국의 100여개가 되는 미군기지와 시설에서 모두 66건의 오염사고가 발견되었고 이 중 77%가 기름유출이었다. 작년 언론에 공개된 환경부가 작성하여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 보고한 보고서에 따르면 용산 기지 정화 비용만 해도 대략 1,000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 한다. 문제는 반환 이후 발견되는 오염은 한국 정부,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반환 전에 철저한 오염조사를 하고 미군에게 책임을 묻는 일이 필요하다.

2004년 한미 협정을 맺은 LPP(Land Partnership Plan,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라서 2011년까지 34개 이상의 미군기지가 반환될 예정이다. 주한미군의 전략 변화에 따라 반환 일자가 계속 조정되고 있으며 수시 반환, 임무 전환이라는 명목으로 더 많은 미군기지가 반환되고 있어 2005년에는 모두 32개 이상 기지가 반환 대상으로 올라 있다. 하지만 환경오염 정화가 끝나지 않아 실제 반환은 내년 이후로 미루어질 전망이다.

50년 이상 미군이 사용하던 땅과 시설을 이제 한국 정부에 돌려준다니 반가운 일이지만 마냥 기뻐할 일만도 아니다. 필리핀에서는 92년 철수한 미군기지 땅에 들어가 살다가 오염된 지하수를 마시고 수 백명이 사람들이 계속 죽어갔다. 2003년 폐쇄된 푸에르토리코 비에케스(Vieques)의 미 해군 훈련장 때문에 이 곳 주민들의 암 발생률은 푸에르토리코 본토 보다 28%나 높을 정도이고, 전문가들은 오염정화는 최소 20~30년을 예상하고 있을 만큼, 미군기지의 환경문제는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미군은 이 지역에 대해 훈련장을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설정하고 민간인을 통제할 뿐 정화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90년대 초 미군이 사용하던 송유관(TKP, Transfer Korea Pipeline)을 국방부가 공짜로 받아 사용하였는데 이미 낡은 송유관에서 새어 나오는 기름을 막아 내느라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결국 국방부는 TKP를 일부 구간을 남기고 올해부터 폐쇄할 예정이다. 그래서 반환 받을 미군기지의 환경오염조사와 정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군이 사용하면서 저지른 오염 때문에 피해 책임은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질 수는 없는 일이다.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 A'(2003)에 따라서 반환 전에 한미 공동 오염조사를 하고 오염은 미군이 정화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절차에 따라 정화를 마치고 반환된 사례는 단 2건에 불과하다. 올 해 반환예정인 22개 기지에 대한 조사와 정화 결과가 앞으로 수 년간 이루어질 미군기지 반환과 환경문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쓰레기를 안 치우면 이사 못 가게 해야

미군기지 반환 과정은 한미 오염조사를 마쳐야 SOFA 합동위원회에서 통과되어 한국정부로 공식 반환되게 된다. 그러나 오염조사뿐 아니라 정화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올해 반환 예정인 기지 대부분은 내년이 되어야 공식 반환될 것으로 보인다.

파주.춘천에 있는 미군기지는 올 해 상반기에 오염조사가 이미 끝났지만 아직 정화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 A”에 미군이 정화해야 할 오염의 기준이 없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은 다른 기준을 들이대고 있다.

발견된 오염을 두고도 정화 필요여부를 협의하는 동안, 반 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현재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문제를 국회나 시민단체 등에서 정보를 접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역시 한미 합의사항에 따르면 SOFA 환경분과위원회 한.미 양측 위원장이 승인하지 않으면 “대중과 언론에 배포할 수 없다”고 되어 있어 환경부는 국정감사에서도 자료를 열람만 가능하게 했다.

따라서 환경오염조사 과정에서 지적될 수 있는 문제점이 더 많겠지만 알려지지 않는다. 미군이 거부한다는 이유로 자료를 숨기는 것은 한국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환경부에서 말하는 대로 국방.외교.안보에 대한 것이기 보다 한국 국민의 환경권에 대한 것이다. 더구나 병력이 이미 철수하여 군사시설 목적으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기지의 조사 자료조차 안보라는 이름으로 정보를 차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파주의 미군 병력은 동두천.평택으로, 춘천 캠프 페이지는 원주 캠프 이글 등 다른 미군기지로 이미 이동해, 지금은 경비원만 미군 기지를 지키고 있다. 미군은 정화가 늦어져 경비 비용만 부담하면 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반환 기지의 환경문제를 완전 해결하고, 시민들의 의견 수렴을 통한 활용계획을 세우는 일정이 계속 늦어지게 된다. 또 반환 이후에 발견되는 오염에 대한 책임으로 각종 비용이 손실될 수 있으므로 조사 기간에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따라서 오염 정화를 하지 않으면, 이전할 수 없도록 하거나 정화를 빨리 실시하도록 해야 미군이 책임을 지고 오염 정화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미군은 무엇을 두려워하나

미군은 한국의 언론과 시민단체가 반미 감정을 조장하고 미군을 왜곡하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반환 절차가 끝나기 전에는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미군이 항상 말하듯 그들이 우리의 좋은 이웃이며, 환경을 잘 보존하고 있을까? 전 세계에 100여개가 넘는 국가에 기지를 두고 있는 미군의 해외 기지의 환경정책을 들여다보면 미군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1998년 해외시설의 환경정책 지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미국 상원 법안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미군이 부담하는 환경정화비용이 폐쇄되는 기지의 잔존가치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였으나, 이 문구가 미군의 환경정화 책임을 규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삭제하였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미국 정부는 미군이 주둔하여 생겨난 잔존가치를 회수하겠다는 입장이므로 치유 비용이 잔존가치를 넘는 경우 미국은 잔존가치를 포기하는 것으로 치유를 대신한다는 입장이다. “SOFA 환경조항에 따른 미군반환기지 환경오염치유의 문제점”, 채영근, “SOFA 환경조항, 무엇이 문제인가”토론회 중.

따라서 미군은 오염정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환경정화를 지역 사령관의 판단에 맡기고 있는데 이는 미국과 주둔국과의 관계가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필리핀, 파나마 등에서 발생한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지만 이와는 다르게 1996년 미 국방부는 캐나다에 있는 미군 철수지에 대해 1억 달러를 지원하기도 하였다.

미군은 한국 정부나 국민의 압력 없이 오염을 정화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미군기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시민단체와 국회의원, 주민들이었다. 그런 노력의 결과 미흡하나마 SOFA 환경조항이 생겼다. 이제는 한국 정부의 의지와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받은 이재용 환경부 장관은 앞으로 SOFA 환경분과위원회(한미 양측이 미군기지 환경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SOFA 분과위원회)를 통해 정보의 비공개.세부적인 오염조사와 정화 절차 미비 등 지적된 문제들을 공식 안건으로 상정하여 개선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환경오염사고에는 보통 오염자 부담원칙이 적용된다. 미군기지 사고에도 예외 없이 이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50년 동안 지역 사회에 많은 문제를 야기했던 미군기지 반환을 앞둔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깨끗한 땅으로 돌려받아 생명과 평화가 깃든 곳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때이다.

글 : 고이지선 (녹색연합 녹색평화국 활동가)

* “이론과 실천”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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