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같은 소녀들의 죽음위에 평화의 꽃을

2002.07.03 | 군기지

< 꽃같은 소녀들의 죽음 위에 평화의 꽃을 >

꽃같은 어린 소녀들이 정말 꽃잎처럼 붉은 색 흥건하게 쓰러졌다. 두고 두고 생각할수록 너무도 가엽고 안타까워서 복받쳐 오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다. 그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
어머니 마음은 다 한가지인 모양이다. 딸 가진 부모 마음은 모두 한마음인 모양이다. 한 딸아이의 어미인 나의 복장도 다 터질 듯한데 그 다 키운 여식을 묻고 온 그 부모는 오죽했을까?
한 생명을 품어 기르고 더불어 살도록 하는 평화로운 어머니 품을 떠나 보낸 어미의 심정을 과연 미군들은 조금이라도 알기나 할까?
미군은 한미합동조사 결과를 내세우며 공무 중에 일어난 일로 아무 책임이 없다고 그리고 고의로 의도한 바가 없다며 이 사건을 별일 없었던 일로 마무리짓고 있다.

백주대낮에 어린 생명을 앗아가고도 아무 일이 아니며 책임이 없다고 하니 역시 미군들 본성이 드러나며 더욱 그들의 범죄를 확신하게 된다.
미국법은 범죄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로 고의성, 의도성을 따진다니까 그 의도성이 없으면 넘어가도 되는 문제로 처리하려는 게다.
그러나 도로폭보다 20cm나 넓은 탱크가 교행할 수 없는 도로에서 교행을 한 것으로도 그 범죄 의도는 드러나 있다. 지역주민들이 이용하는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훈련상황을 알리거나 어떠한 위험표시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갓길을 천진난만하게 걸어가던 우리의 아이들을 엄청난 폭음과 무게의 전차로 으깨어 버렸다. 명명백백한 살인행위이다. 참으로 비통하다.

미군 탱크에 의해 지역주민들, 자연환경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는 지는 지난 5월 녹색순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000년 파주 스토리사격장, 다그마훈련장으로 향하는 장갑차들은 우리 농민의 자식같은 벼이삭들을 뭉개 버렸고, 인심 좋은 우리네 아비들이 경운기를 몰고 가야 할 농로에 수 십대의 장갑차가 지나가며 폭음을 내고 가축사육농가마저 빚더미에 앉게 했다. 마치 미군이 우리 땅에서 점령군처럼 행세하며 지역과 주민을 훈련에서 실전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갖게 하는 것이다.

한미합동조사를 마친 한국정부 역시 미군에 동조하고 있다. 이와 같은 중차대한 사건에 대해 한국의 사법권을 발동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훈련 중 일어난 사건이라도 재판권을 포기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SOFA조항에 근거하여 우리가 재판권을 행사하여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를 처벌하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여 국가 주권과 국민의 자존을 세워주고, 유족의 아픔을 달래줘야 하지 않겠는가? 7월 5일이 주한미군에게 재판권을 포기하라는 요구를 할 수 있는 시한이다.

꽃같은 소녀들을 치여 죽인 마크병장은 버젓이 근무중이다. 분명 살인을 저지른 확신범이라고 보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불가능한 교행을 지휘한 지휘계통에 있는 미군이나 주한미군사령관의 대국민사과와 재발방지에 대한 약속도 없다.

지난 2000년 7월 용산미군기지에서 일어난 독극물방류사건이 일어난 지 만 2년이 되었다. 한국의 사법부는 재판권을 행사하기 위해 방류 용의자인 맥팔랜드에게 구인장을 발부하였으나 끝내 미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2천만 수도권 시민의 젖줄에 독극물을 쏟아 낸 환경범죄자도 버젓이 그곳에서 그대로 일을 하고 있다. 2000년 뜨겁게 국민들의 뜨거운 요구로 일부얻어 낸 SOFA의 부분 개정이 있어도 미군이 저지르는 각종 범죄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보다 당당한 한국 정부의 주권행사가 필요하다. 미군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순박한 우리 국민들을 지키고 우리 강산을 보호하는 주권말이다. 미군이 저지르는 환경범죄 등 수많은 범죄를 덮어 두면서까지 주한미군을 비호하는 것은 구걸외교이다. 우리 국민들의 성숙한 의식과 힘을 믿는다면 당당해져야 한다.
그리고 아직도 이 땅에서 강자의 논리와 패권의식을 가지고 있는 미군이 무엇을 위해 이 땅에 주둔하고 있는지를 깨닫도록 해 주어야 한다. 전시상황을 방불케 하며 폭력적이고 반평화의 범죄를 자꾸만 만들어 낸다면 성숙한 시민은 더 이상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6월 뜨거운 하늘아래 붉은 악마로 한덩이가 된 우리 시민들의 힘을 다시금 보여줄 것이다.  
꽃같은 소녀들의 죽음을 안고 정말 미군의 폭력과 범죄가 없는 평화의 꽃을 피우자.
효순이, 미선이 가는 길에 아름다운 평화의 꽃을 수놓으리.
                                                                                김제남 /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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