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가 미군기지 환경문제 해결의 주체로 전면 나서야 한다

2020.10.06 | 군기지

⁃ 오염은 심각한데 그 원인은 몰라

 ⁃ 새로운 기지 제공하고, 오염까지 돌려받나

어제 언론을 통해 현재 반환 절차를 밟고 있는 서울 일대 미군기지 네 곳의 환경조사 보고서가 공개되었다. 입수된 환경조사보고서는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극동공병단, 용산구 서빙고동의 501정보대, 용산구 한남동의 니블로막사, 남산 종교휴양소 등이다. 시민들의 주거, 휴식 공간과 밀접한 곳임에도 네 곳 모두 토양지하수 오염이 심각한 상태로 드러났다.

청계천 바로 옆에 있는 을지로 극동공병단(FED Compound) 의 경우 토양오염물질 23개 항목에 대한 분석 결과 유류계열 오염성분인 석유계총탄화수소(TPH)의 최고농도는 10,871mg/kg(기준치 21배), 벤젠은 14mg/kg(기준치 14배)으로 확인되었다. 구리 890mg/kg(기준치 6배), 납 4273mg/kg(기준치 21배), 아연 2358mg/kg(기준치 8배) 등 중금속 오염 면적은 전체면적의 삼분의 일에서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광범위한 수준이다. 지하수에서도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기준농도의 약 200배(최고농도 317.2mg/L)로, 심각한 유류오염이 확인된다. 1951년부터 미육군 공병대 부지로 사용된 이 곳은 미군의 일상적인 업무 수행을 위한 식당, 막사, 주유소 뿐만 아니라 화학실험실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서빙고 초등학교 앞에 있는 501정보대에서는 비소, 구리, 납, 아연, 불소 등이 기준치의 2배~5배 수준으로 검출되었다. 특히 최고농도 669mg/kg(기준치 1.5배)를 기록한 불소(F)의 경우 토양시료채취한 지점 6개 모두에서 오염기준치가 초과되었다. 전체 조사면적 5,114m2 중 90%가 넘는 4,710m2의 면적이 오염 기준치를 초과할 정도로 광범위하다. 

남산 자락의 미군 종교휴양소 역시 지하수에서 기준치 380배가 넘는 석유계총탄화수소, 한남동의 니블로 배럭스에서는 기준치 15배의 석유계총탄화수소 (TPH)가 검출되었다.

반환 협상 절차 중인 미군기지 환경조사보고서가 공개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금까지 미군기지 협상과정과 오염조사, 반환 이후 정화과정은 모두 밀실에서 진행되었다. 지난 5월 용산미군기지에서 반환협상을 위해 개시된 공동환경평가절차와 환경조사 진행경과에 대한 시민단체의 정보공개청구를 정부는 비공개로 일관했다.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보공개에 나섰서야 했다. 더욱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다. 그 어떤 이유로도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

이번 서울 일대 미군기지에서는 1군 발암물질 벤젠, 유류오염, 각종 중금속 등으로 오염의 정도와 양이 심각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정부 보고서에서조차 그 원인을 ‘추정’하고 있을 뿐이라는 점이다. 정보부대, 건물 관리계약 등의 사무실 용도로 사용했던 곳에서 어떤 이유로 비소, 아연, 불소 등의 중금속 오염이 발생했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주한미군은 뻔뻔하게 최소 40년에서 70년간 사용한 공간의 이력과 사고, 기록에 대한 정보를 우리 정부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도 주한미군에게 주권국으로서 상식적인 요구를 못하는 상황이다.

세계적인 규모의 미군기지를 새롭게 건설, 제공해주면서 그동안 사용한 기지의 오염 원인조차 정확히 모른 채 돌려받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보접근권이 차단되고, 국내법 국제법의 통제를 받지 않은채 미군기지가 운용되는 상황을 용인해서는 안된다. 정부와 국회는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지말고 불평등한 한미SOFA조항 개정을 포함,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2020년 10월 6일 

녹색연합

※문의: 녹색연합 정책팀 이다예 활동가(070-7438-8534, nightsky@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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