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포럼] 군사기지에서 생태공원으로 (포럼 영상)

2020.11.25 | 군기지

반환될 용산미군기지에 들어설 용산공원은 별도의 특별법으로 지정된 ‘제1호 국가공원’이자 80만평이라는 전무후무한 규모를 지닌 도시공원입니다. 작년 12월, 용산기지 반환협상이 개시된 이후로 10여년 넘게 미뤄졌던 용산공원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와 총리실 산하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장교숙소 5단지 개방, 역사문화해설 프로그램, 국민참여단 모집 등 용산공원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들이 진행중입니다.

하지만 용산공원에 대한 구체적인 상은 아직 부족한 현실입니다. 남산-용산-한강을 잇는 남북생태축 연결 계획 외에는 용산공원의 조성 방향과 과정에 대한 논의는 아직 개념 중심의 추상적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공원 부지 주변의 초고층 개발, 미군 잔류로 인한 공원 단절, 지속적으로 논란이 된 환경오염 문제 등 여러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로드맵도 부재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녹색연합은 <용산공원포럼>을 통해 생태공원으로써, 그리고 반환된 미군기지에 조성되는 공원 중 하나로써 용산공원의 정체성과 조성원칙을 좀 더 구체적으로 확립해보고자 했습니다.

한반도 전역에 흩어져 있는 100여개의 미군기지를 평택과 오산, 대구와 부산 두 개 권역으로 집중재배치하는 미군기지 이전사업의 결과로 80개의 미군기지 중 현재까지 58개의 기지가 반환되었고 남은 22개의 기지도 곧 반환될 예정입니다. 그 중 절반에 가까운 9개 기지는 서울에 위치한 용산미군기지와 그 산재부지입니다.

이와 같이 반환된 기지는 토양오염 정화작업을 거쳐 지자체가 토지를 매입하여 공공용지로 사용되거나 사설에 매입되어 대학교나 병원 같은 시설로 개발됩니다. 반환된 부지의 활용계획이 미정인 곳이 많아 그 수를 정확하게 추산하긴 어렵지만 부산시민공원(캠프 하야리아), 매향리 생태평화공원(쿠니 사격장), 원주 문화체육공원(캠프 롱), 부평 신촌공원(캠프 마켓) 등 돌려받은 미군기지의 상당수는 공공부지인 공원으로 조성됐거나 조성될 예정입니다.

일반인의 출입이 불가했던 군사기지가 모두가 이용가능한 공공의 공간, 특히 생태적, 평화적, 문화적 의미를 두루 갖춘 공원으로 재탄생하는 공간 전환의 의미가 뜻깊습니다. 녹색연합은 용산공원 뿐만 아니라 반환기지가 공원화 되는 사례에 대해서도 폭넓게 다루면서 앞으로 반환기지에 조성될 공원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일종의 원칙을 도출해내고자 하였습니다.

그 모든 공원에 대한 논의에 앞서, 한미간 기지 반환 협상 과정뿐 아니라 반환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는 기지 내 토양 및 지하수의 환경오염 문제는 공원 조성 전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2007년 반환받아 정화작업이 10여년 전 완료되었던 춘천의 캠프페이지에서 최근 들어 문화재 발굴 조사 중 기름 오염과 땅속 기름통이 발견된 것이 알려졌는데요. 이런 부실 정화 논란은 공원계획을 지연시킬 뿐 아니라 시민의 불안감도 가중시키는 만큼, 탄탄한 기반 위에서 공원이 조성될 수 있도록 오염정화 문제도 공원계획만큼 공론화되고 관심이 모아질 필요가 있습니다. 오염자 부담의 원칙과 완전하고도 온전한 오염정화를 반환기지 공원화의 첫 번째 원칙으로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한편 용산기지 생태공원화는 오랜 시민사회의 숙원입니다. 오랫동안 시민사회는 용산기지의 빠른 반환과 함께 용산기지 생태공원화를 주장해왔습니다. 남산-용산-한강으로 이어지는 생태축 연결은 용산공원 조성의 핵심 방향이기도 합니다. 용산공원 생태공원화에 대한 주장이 제시되었던 2000년대 초보다 2020년 지금, 우리는 더 악화된 도시환경과 기후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만큼, ‘생태’는 용산공원에서 빠질 수 없는 키워드입니다. 주변 녹지를 고려한 생태축 연결, 복개된 하천 복원과 같이 생태성 회복을 위한 공원 설계가 절실합니다.

하지만 그 의미를 살리지 못한 생태공원이 너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마침 형용사처럼 ‘생태’라는 말만 붙일 뿐 구체적인 생태공원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현실입니다. 생태공원이 처음 만들어진 90년대 후반 이후 20년이 지났지만 생태공원이 가진 가치와 목표가 얼마나 잘 정립되고 심화되었는지는 의문스럽습니다. 생태공원에 필요한 설계적 요소와 교육적 측면에 대해 오충현 교수님과 김지연 선생님의 발표에서 짚어보았습니다

첫 번째로 동국대학교 오충현 바이오과학과 교수님은 생태공원의 개념과 용산공원의 생태축 연계 방안에 대해 발표해주셨습니다. 과거 산업혁명 이래로 도시공원의 개념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현대의 도시공원은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용산공원 설계계획과 자연환경 평가 자료를 중심으로 생태적 측면에서 용산공원 계획을 검토해주셨습니다.

두 번째 발표는 생태공원의 취지에 가장 맞게 운영되고 있다고 알려진 길동생태공원의 운영관리에 대해 김지연 코디네이터님께서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비교적 많은 개소수임에도 불구하고 생태공원의 당초 조성 목적에 맞는 관리 및 운영을 하고 있는 공원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지자체 조례 상에서 주제공원으로 정해져 있을 뿐 관련 법제나 지정도 미비한 상황인데요. 길동생태공원의 사례를 통해 생태공원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되고 관리되고 있는지, 생태공원의 핵심가치와 목표는 무엇이 되어야 할지 들어보았습니다.

한편 군사기지로 사용되었던 공간적 특성 때문에 용산공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반환된 기지는 생태공원이라는 단일한 목적보다는 역사, 문화, 생태, 평화를 아우르는 다양한 목적을 지닌 공원이 될 텐데요. 따라서 매향리 평화생태공원, 부산시민공원과 같이 이미 반환된 기지에 조성된 공원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역사적, 평화적 의미 등 다양한 요소를 어떤 식으로 고려하였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매향리 평화생태공원은 기지 반환운동이 어떻게 공원 조성까지 이어지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54년간 주민피해와 환경오염을 발생시켰던 미 공군 사격장이 공공용지인 공원이 된다는 것에 함의된 평화적 의미가 남다른데요. 군사기지의 역사와 기억을 공원에 어떻게 담았는지, 그리고 평화생태공원을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는 이야기를 전만규 매향리 평화마을 건립 추진위원장님께서 들려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된 부산시민공원은 하야리아공원포럼이라는 전문가 주도의 시민운동과 공론화가 돋보인 곳입니다. 공원 실시설계가 이미 완성된 이후였지만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라운드테이블을 지자체 최초로 이루어내기도 한 곳입니다. 용산공원도 이를 모델 삼아 내년부터 300명 정도의 국민참여단을 모집하여 공론화가 진행될 예정이기도 한데요. 라운드 테이블의 핵심 쟁점이었던 역사성 보존 문제와 공론화 과정에 대해 하야리아 공원포럼의 일원이었던 강동진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님께서 발제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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