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달러 시대’에서의 환경운동과 보건의료운동의 연대와 과제

2004.07.12 | 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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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일 2004전국환경활동가워크샵 대토론회 주제는 개발정책으로 표상되는 “2만 달러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아래의 글을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국장의 발제문을 옮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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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단체연합(www.kfhr.org)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각각 약사, 치과의사, 의사, 한의사 모임인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와 산재추방활동가들의 모임인 노동건강연대, 그리고 보건의료산업노조의 6개의 연합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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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가 속해있는 보건의료운동이나 저 자신이 환경운동을 배우고 따라가도 한참이나 모자라는 입장에서 이렇게 패널로 앉게 되어 저에게는 이 자리가 영광이이도 하고 매우 부담스러운 자리이기도 하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오늘 저는 세가지 정도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먼저 환경운동과 보건의료운동과의 연대에 대해서입니다. 두 운동은 공동의 목표와 분야를 매우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건강과 환경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건강은 자연의 내적 환경이라 할 수 있으며 (자연적 환경이나 사회적) 환경은 건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식물만을 죽이고 인간에게는 해가 없다던 고엽제가 과연 인간에게 어떠한 피해를 주었는가를 보면 환경과 건강, 환경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인간의 무지가 어떠환 결과를 낳는지를 역설적으로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큰 문제가 되고 있고 김정옥 교수님께서도 지적하신 황사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물론 과장입니다만) 3-4월에 천식환자가 급격히 증가하여 대개 직장을 가지고 저녁때 활동을 주로하는 의료인 회원들로 구성된 저희 단체들 중 일부는 환자가 너무 많아져 너무 많아 활동에 일정하게 지장을 받을 정도입니다.    

식품문제, 핵문제, 미군기지와 그 주변의 환경문제와 주민들의 건강문제 등 환경운동과 보건의료운동이 같이 풀어나가야 할 사안들은 매우 많으며 일부 공동활동이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경우도 환경운동이 주로 일을 하고 저희들이 옆에서 돕는 역할을 한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에 쓰레기 만두파동때에도 사실 매일 빠져 달아나가는 식약청을 공격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서울환경연합 분들께서 식약청에 만두를 던지는 활동을 벌이는 것을 보고 저희가 같이 했어야 했을 일인데라는 생각이 들어 존경스럽기도 했고 부끄럽기도 했었습니다.) 경제자유구역문제처럼 현재도 같이 연대해서 풀어나가고 있는 문제도 있고 기업도시문제 등을 포함하여 앞으로 보건의료운동과 환경운동이 공동으로 연대해서 풀어야 할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고 같이해야 할 일은 말 그대로 산처럼 쌓여 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갈등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상수도 불화문제가 있었습니다. 저희들은 이 문제를 공공성의 문제로 파악하는 반면 환경활동가들중 어떤 분들은 이 문제를 물의 오염문제로 보고 계시기도 합니다.

2. 그러나 지금 이러한 갈등구조를 구성하고 있는 지반 자체가 바뀌고 있습니다. 물 사유화 문제입니다. 잘 알고 계시겠지만 정부는 2006년까지 물개방을 목표로 하고 있고 그 첫 번째 단계로 지난 4월 23일 7개 대도시의 상수도 사업본부의 공사화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물이 사유화되면 식수의 환경문제나 상수도 불화문제는 모두 어려운 문제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한마디로 둘다 날라가 버립니다.) 즉 물이 권리가 아니라 상품이 되는 황당한 사태가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문제입니다. 이 말씀이 제가 오늘 두 번째로 드릴 말씀입니다. 물사유화 문제만 하더라도 수에즈, 비벤디, 벡텔등 다국적 물기업들이 이미 한국에서 하수처리사업들을 상당부분 맡아하고 있으며 상수도 사유화문제에 대해서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광우병만해도 당장 큰 문제입니다. 너무나도 잘 아시는 문제를 다시 한번 설명 드린다는 것이 외람되기는 합니다만 변형 CJD 즉 광우병은 공장형 축산업에서 발생한 문제입니다. 먹이사슬 속에서 동물들의 문제는 바로 인간의 문제와 직접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저희들 보건의료운동이 글리벡 약값인하 등의 문제로 싸우고 있는 다국적 제약회사(이들은 우리나라 보험재정 중 약값으로 들어가는 재정중의 30%를 가져가고 있고 이 비율은 급격히 올라가는 중입니다) 들이 바로 이 공장식 축산업을 벌이고 있는 축산자본과 긴밀한 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초식동물을 육식동물로 키우려다보니 소들에게 대량의 항생제와 신경안정제를 쓸 수밖에 없게 되고 소의 성장을 촉진하게 하기 위해 성장호르몬을 씁니다. 또 동물의 시체를 갈아만든 사료가 썩지 않게 하기 위해 대량의 농약을 쓰게됩니다.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도 미국 FDA는 이 소가 캐나다에서 수입되었으며 미국의 소들은 문제가 없다고 서둘러 결론을 내리고 올 초에 멕시코에 압력을 가하여 12개월 미만의 송아지의 살코기에 한하여 멕시코에 수입을 하도록 강요하였습니다. 멕시코에서는 미국소의 수입이 재개되었습니다. 한국에도 미국소의 수입을 강요하기 위해 미국관계자들이 벌써 두 번 이상 다녀갔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다른 이름은 농화학기업입니다. 글리벡을 만든 노바티스와 이레사를 만든(폐암치료제로서 한알에 6만 5천원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합병하여 만든 회사가 바로 신젠타(Syngenta)이고 이 기업이 세계 최대의 농화학 기업입니다. 몬산토, 듀퐁, BASF, 바이엘 등의 농화학 기업의 그 뒤를 잇는 기업들입니다.

모두들 잘 아시는 것처럼 GM food의 대표적 기업이 바로 몬산토입니다. 환경운동단체들의 노력으로 GMO 표시제가 실시되고 있기는 합니다만 사실상 우리가 먹는 움식 중에 GMO가 얼마나 섞여 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사료는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들 다국적 농화학 기업과 제약기업, 그리고 카길과 같은 곡물기업들이 WTO의 SPS협정을 만든 주체입니다. 반다나 시바가 종자전쟁을 벌이고 있는 대상이 바로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 즉 TRIPs이고 이들이 TRIPs를 만든 주체들입니다. WTO 농업협정을 만들어 전세계 수많은 농민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주체들이 바로 이들입니다. WTO가 바로 우리들의 공동의 적입니다.

이른바 ‘2만달러’로 상징되는 성장과 발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이 발제자가 말씀하신 대로 지속가능한 발전이 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환경이 파괴되며 건강한 삶이 파괴되는 그런 미래가 아닌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려면 (발제자가 말씀하신대로 생태계를 파괴하는 형태의 지속불가능한 낭비적인 발전모델을 추구하는) 건설족들로 불리우는 건설자본 그리고 자동차자본, 에너지자본들과 싸우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들의 이해 때문에 거대 댐들이 만들어지고 도로가 그토록 많이 건설되며 원자력발전소가 계속 설립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또 거대 제약자본, 농화학자본, 농업자본들과 싸우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바로 이들이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이끌어 가고 있는 주체들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사실상 서로 강고하게 연대하고 있습니다. 예를 하나만 들어보겠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환경이나 건강과 어떻게 보면 무관하게 보이는 기업입니다. 물론 환경을 파괴하는 10개 상품 중 하나가 컴퓨터입니다. 저도 녹색연합 회원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랑하는 사업중 1년에 1억 6천만 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아프리카의 기아해결’에 나서고 있다는 ‘자선사업’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업의 정체는 유전자 조작식품의 재배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몬산토의 유전자조작종자연구책임자를 마이크로 소프트의 기아해결 프로그램의 책임자로 영입하였습니다. 기아해결 사업 중 하나는 케냐에 유전자 조작고구마를 재배하는 사업이었습니다. (당연히 결과는 재앙이었습니다. 우간다가 자연산 고구마로 수년간 100%의 증산을 올리는 동안 케냐는 고작 18%만 증산을 올렸습니다. 건강과 환경에 대한 영향은 제외하고 오직 수확량만 볼 때도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몬산토와 마이크로소프트는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을 통과시키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 두 주역이라는 것은 말씀드릴 필요도 없겠지요).

사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바로 경제자유구역입니다. 한마디로 치외법권지역입니다. 교육, 의료, 환경, 노동의 여러 규제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외국자본의 천국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제주 자유무역도시가 똑 같은 과정을 밟고 있고 정부는 기업도시까지 만들려고 합니다. (정부의 계획은 이 모든 것을 9월 정기국회에서 입법화하려 합니다)

연대투쟁으로 막아야 합니다. 신자유주의세계화, 자본의 이윤과 탐욕, 모든 이들의 공동자산인 물과 환경까지 상품화하고 공공서비스인 교육과 의료를 사유화하려하고 사회복지를 축소하려는, 바로 이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막아내야만 명목상의 GDP로서의 2만불의 달성이 아니라 삶의 질이 실제로 향상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한일 FTA가 추진되면서 기업도시가 추진되고 또 한미, 한중 FTA가 동시에 추진되면서 거의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물밀 듯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9-10월에 예정되어 있는 쌀 개방의 경우에도 이를 막아내려면 농민운동만 가지고는 안됩니다. 한칠레 FTA 결국에가서는 농민운동의 고립된 싸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도 그렇게 해오셨습니다만 환경운동이 더욱 강력하게 맞서야 하며, 보건의료운동이 쌀 개방이 미칠 국민건강의 악영향에 대해 맞서 연대투쟁을 할 때에만, 그리고 노동운동이 쌀 개방 반대운동에 함께 할 때에만 쌀개방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대중투쟁으로 막아야 하고 그럴 때 만 막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참여하는 사람의 숫자라는 점에서도) 이러한 점에서 노동자가 중요하고 노동조합이 중요합니다. 환경운동이 발전노조와 어렵게 연대를 이루어 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저로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어폐가 있기는 합니다만 감히 말씀드리건대 환경운동이 힘을 얻으려면 지금 환경운동이 발전노조와의 연대를 이루어내는 것처럼 더욱 더 노동운동과의 연대를 강화해야만 합니다. 의협과의 연대가 아니라 보건의료노동조합과의 연대를 추구해야 하고 전교조와와의 연대를 추구해야 합니다. 아래로부터 단결하여 바꾸어 내지 않으면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막을 수 없습니다. 바로 부안이 보여준 것처럼 말입니다.

3. 마지막으로 반전평화운동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얼마전 아시아 민중사회운동회의 때 방문한 거의 유일한 전지구적 보건의료운동연대단체인 PHM(People’s Health Movement)관계자 한 분이 인터뷰를 하는 것을 옆에서 보았습니다. 인터뷰어가 ‘민중건강운동’의 자야라는 분에게 PHM의 목표가 무엇인가라고 물으니 그녀는 첫 번째 이라크 침공반대, 두 번째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반대, 세 번째 WTO 반대 및 사유화반대라고 말했습니다. 약간은 의아해진 참세상 방송국측이 물었습니다. 왜 보건의료단체가 전쟁반대, 팔레스타인 점령반대를 제일 첫 번째 목표로 삼는가라고 말입니다. PHM의 자야씨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건강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전쟁은 사람의 건강과 환경을 파괴합니다. 미군기지는 반전평화운동의 주된 대상이기도 합니다만 한경과 건강을 파괴하는 주범이기도 합니다. (사실상 환경운동의 화석연료반대운동이 반전평화운동이기도 합니다. 석유의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한국이 이라크 파병에 그렇게 목을 매다는 것을 막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를 차단하는 운동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라크에서의 열화우라늄의 사용은 이라크의 토양과 물을 오염시켰고 티그리스강을 통해 인근 쿠웨이트등 다른 나라들을 오염시켰습니다. 인간의 건강을 파괴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WTO 농업협정을 주도한 카길의 암스투츠가 이라크의 이른바 ‘농업재건’을 맡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이는 전쟁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다국적 기업의 이해와 뗄레야 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실례 중 하나입니다)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운동은 교토의정서를 거부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환경파괴주범국가인 미국의 가장 약한 고리를 타격한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전쟁반대운동은 시민운동이 지적 받고 있는 단일이슈주의, 이른바 싱글이슈이즘을 극복하고 전체운동에 참여한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전쟁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동전의 양면입니다. 그리고 이 둘의 진정한 이름은 자본주의입니다. 저는 궁극적으로는 건강과 환경의 온전한 보전은 자본주의 이후의 새로운 세상이 오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라크 전쟁은 현재 미국주도의 자본주의가 처해있는 최대의 약점이라는 점에서 이라크 전쟁 반대운동, 파병철회운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4. 마지막으로 저는 연대운동, 특히 아래로부터의 연대운동에 대해 강조하고자 합니다. NGO의 위기가 말해지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이후 NGO가 이른바 좀 더 급진화되어야 자신의 입지를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저는 NGO가 단일이슈주의를 극복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와의 비판적 긴장관계의 유지, 여전히 필요합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전쟁에 맞서는 기층민중운동과 노동운동과의 연대가 지금 시민사회운동이 의미있는 운동을 해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강조하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글 :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우 석균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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