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FTA 뉴스

2006.06.08 | 군기지

글 : 김윤성(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과정)

프롤로그
‘국제분업은 일부 국가들은 이익을 올리는 것으로 특화하고, 다른 나라들은 손해를 보는 것으로 특화함으로써 이루어지고 있다. 라틴아메리카라고 부르고 있는 지역은 말하자면 너무 조숙했다’
축구해설자이자 중남미의 대표적 지식인인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수탈된 대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중남미는 중남미라서 당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공간의 축을 흔들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이 위험한 입맞춤이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구지 마르크스나 ‘제국의 몰락’의 저자 임마누엘 토드를 인용할 필요가 없다.

비관적인 전망은 ‘우리 국민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수많은 역사적 경험과 미래를 예견하게 만드는 현재의 행위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시계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가 보는 연극이 ‘위기의 서막, 1장’이라면, 그 결말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1. 9시 뉴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KBS 9시 뉴스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통계청에서 2020인구센서스 통계를 발표했습니다. 2019년 현재 대한민국의 인구는 2500만 명으로 지난 십 년간 이어온 인구 하락세가 여전한 가운데 출생률은 1.1명입니다. 이처럼 인구가 감소하는 이유는 이민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만성적인 실업으로 20에서 40대 취업형 이민이 많았습니다. 인구감소는 특히 도시지역에서 높았고, 50년 만에 처음으로 농촌지역은 순 유입이 더 많았습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오늘 낮, 2008년 한미 FTA  체결 당시 폐지되었던 ‘스크린 쿼터’제도 부활과 연간 10편의 한국영화 제작을 요구하며 영화인들이 전국적인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정부관계자의 말 들어보겠습니다. “이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입니다. 국가 간의 약속은 파기될 수 없습니다.” 한편, 파업을 주도하는 ’스크린 쿼터 부활 영화인 연맹‘은 주요 영화관을 점거하고 있어 시민들의 주말 나들이가 불편해질 것 같습니다.
잠시 광고 후에 뉴스 이어집니다.

“서부의 전설, 아메리칸 트래디셔널 비어…”

2. 문화대담
사회: 오늘 ‘예술과 책’ 시간에는 박차정 작가를 모시고 이야기 나누어보겠습니다. 박작가께서는 최근 화제의 책 ‘나는 김옥균이다’를 발표하셨습니다. 서점가에선 출고되자마자 매진되고 독자들의 논쟁도 뜨겁습니다.
선생님, 저희가 알기로는 김옥균은 구한말의 불운한 혁명가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보겠습니다. 이 책을 쓰게 되신 동기가 무언가요? 지금 시점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셨던 거지요?

작가: 아, 조금 옛날 얘기를 해보자면요, 지금부터 한 십 여 년 전에 우리나라에서는, 당시에 한미 FTA 체결을 조선시대와 비교하는 얘기들이 많았어요. 19세기에 제너럴셔먼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 협상을 잘 했으면 우리가 선진국 됐을 거라면서 FTA 체결을 반대하는 의견을 이른바 ‘쇄국론’에 비유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사회: 제너럴셔먼호 사건이라면, 미국 상선이 평양에 들어왔던 ‘신미양요’를 말씀하시죠?

작가: 맞습니다. 하여간  FTA 지지파들은 반대파를 쇄국론에 비유했었고 반대파들은 FTA를 구한말의 불평등 조약 같은 거라고 얘기를 했었죠.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FTA는 반대하지만 지지파를 이완용 같은 매국노에 비기는 건 좀 무리라면서 당시 대통령은 오히려 끊임없이  개혁하고  싶어 했던 ‘김옥균 같은 사람’이라고… 그랬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쪽이 김옥균인가를 놓고 이른바 김옥균 논쟁이 시작되었던 거죠. 비록 실패한 혁명가지만 ‘공공선’ 같은 게 있었다고 본 거지요.

사회: 하하하 서로 자신들을 김옥균이라고 주장했었겠군요. 어떻습니까, 작가님 생각에는, 어느 편이 더 김옥균에 가까웠나요? FTA 십년의 결과를 본다면 아무래도 반대파들이 오히려 김옥균에 가깝지 않았을까요.  

작가: 글쎄요. 김옥균이 갑신정변을 일으킨 시대와 우리가 한미 FTA를 체결한 시대를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을 것 같고요, 다만 김옥균이라면, 김옥균과 같은 고민을 했던 사람들이라면 FTA를 어떻게 바라보았을 것인지 그런 얘기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이렇게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사회: 네, 그래서 ‘역사엔 가정이 없고 ‘만약’은 현실과 맞물리지 않는다’ 라고 머리말에 적으셨군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작가께선 김옥균에 대해 몇 가지 가정들을 다셨죠? ‘나는 김옥균이다’는 전기이면서도 소설적인 상상을 과감하게 하고 있는데요.

작가: 아시다시피 김옥균은 급진개화파였고 일본군을 이용해서 혁명을 하려고 했지만, 친일파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다만 국제정치에서 세력의 균형을 통해서 독립을 지키고, 개혁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강대국 하나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그의 판단은 맞았다고 봐요. 항간의 주장처럼 무조건 개혁을 원했던 건 아니었고 그에겐 방향이 있었어요. FTA 협상을 둘러싼 지지파나 반대파보다 현실인식이 객관적이었고요. 프랑스혁명을… 모델로 생각했다고 해요. 패인은 민중을 잘 몰랐던 거죠. 저는 갑신정변이 성공한다는 가정보다는 일본대신에 약소국에서 노예처럼 팔려온 사람들이 고되게 노동하던 하와이나 시민혁명의 뿌리가 깊은 프랑스로 망명을 갔더라면 김옥균의 인생이나 후세의 평가가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3. 백분토론
사회: 안녕하십니까. MBC 백분토론입니다. 저희방송이 올해로 21년을 맞았습니다.
전국이 파업으로 마비상태입니다. 한 달 전 스크린쿼터 부활을 주장하며 영화인들이 시작했던 파업에 500%인상된 공공요금에 반대하는 공공부문 노조와 전체 제조업 노조가 동참하면서 파업규모는 역사상 최대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파업의 원인이 된 한미FTA를 평가하고 재협상의 여지는 없는지 토론해보겠습니다. 오늘 재경부, 농민단체 대표, FTA 전문 변호사, 공무원 노조에서 나오셨습니다.
재경부 차관에게 먼저 묻겠습니다. FTA 십년. 어떻게 보십니까. 무역적자도 적자지만 공공의료보험이 사실상 없어졌습니다. 감기치료비가 십 만원이라니, 이건 너무 심하군요. 대학등록금, 정말 많이 올랐습니다. 이제 미국 대학분교의 등록금이 평균 연간 오천 만원이라고 하는데, 이 돈 내고 다닐 수 있는 학생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재경부: 생각보다 피해가 컸다고 인정합니다. 미국의 소위 쌍둥이 적자에서 비롯된 경제위기가 그렇게 빨리 닥치고, 또 그 여파가 우리나라에 이렇게 직접적일지는 몰랐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 걸려있는 환경분쟁과 지적재산권 분쟁에서 좋은 결과가 있도록 재판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변호사로서 소견을 말씀드리자면, 유감스럽게도 교육이나 의료 서비스는 강제지정에서 빠져있기 때문에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지적재산권도 마찬가지인데요, 지난번에 소프트웨어 관세문제에서 보셨듯이 미국이 소프트웨어 제품 가격이 아니라 공CD 가격에 관세를 붙여야 한다는 요구를 해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또 판례를 보면 고용승계나 내국인 고용할당 요구도 모두 패소했습니다.

농민: 농업은 정말 절망적입니다. 2007년 자료를 보면, 농업분야에서 일자리가  십 만 개 없어질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 지금 우리 농민이 40만이니, 단순히 비교를 하자면 몇 백만 농가가 없어진 셈이에요. 어떤 분들은 농업이 경쟁력이 없어서 그렇다고 하시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유럽에선 수출보조금이나 시장보조를 없애는 대신 유기농업을 늘리는 방식으로 직불금을 지급했는데, 지금 보세요. 유럽은 생태적으로도 훨씬 건강할 뿐더러 농산물은 우리보다 훨씬 안전하고 가격도 안정적입니다. 우리는 유기농 전환을 준비하기 전에 FTA 협상을 하면서 이런 결과에 닿았습니다.

안타까운 건 이렇게 농업이 희생하는 만큼 서비스업이 이득을 보았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모두가 아시다시피 은행이나 법률회사는 고사하고 동네 미장원, 문방구점, 구멍가게까지 다 미국계 체인점으로 전락하지 않았습니까. 당시에 도시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이 이 상황을 예상하지 못하였던 것이 역사의 한으로 남습니다. 이분들이 대부분 실업자가 되시거나 외국으로 취업이민을 가시지 않았습니까.

공공노조: 농민대표께서 말씀하신 내용을 조금 더 보충하겠습니다. 간접피해가 제일 심한 게 환경과 농업입니다. 방금 재경부에서는 환경분쟁 재판에서 꼭 승소하겠다고 하셨지만 예외조항과 중재조항 때문에 환경피해를 보상하라고 요구하면 오히려 우리가 보상금을 지급해야합니다. 지난해까지 외국인이 구입한 농지를 용도 변경한  면적이, 어느새 전체 농지의 10%가 넘습니다. 대부분이 골프장이 되었지만 관련법개정을 미국정부가 반대해서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이에요.

4. 한 밤의 시사토크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오늘 서울역 광장에는 FTA 재협상을 요구하는 십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오늘은 식당업과 이?미용업, 소매상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도시자영업연대가 자영업 몰락의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며 시위대에 지지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방송노조도 광고시장 민영화로 방송이 상업성을 넘어 퇴폐적이 되었다고 주장하며 공공방송 편성권을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취재화면 보시겠습니다.
[네, 저는 지금 서울역 앞에 와있습니다. 철도노조 역시 파업중이기 때문에 열차는 다니지 않지만 역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어떤 명절보다도 사람들이 많이 모였습니다. 자 시민들 만나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오늘 어떤 일로 여기 오셨습니까.

서점에 들렀다가 답답해서 나왔어요. 원래 데모엔 관심이 없는데… 시위대의 주장을 지지하거든요.

어떤 일을 하시는지요?

대학교 다니고 있어요. 영어전공이고 교직을 들어서 그래도 고생을 덜 하는 편인데, 아무래도 미국분교를 다닌 친구들에 비해 너무 어렵죠.

그렇군요. 요즘 워낙 대학 진학률이 낮아서 대학에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베이비시터로 커리어를 쌓고 싶은데 워낙 경쟁이 심해서… 본토에 어학연수를 가서 하우스 메이드를 먼저 해볼까 생각해요]

5. 딩동뎅 단신뉴스
오늘의 단신 뉴스입니다. (딩동)
ㅇ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이 다시 흔들리고 있습니다. EU 재무장관은 세계 금융 안정을 위해 브레튼 우즈체제를 폐하고 금본위제로 돌아갈 것을 주장했습니다. (딩동)
ㅇ 미군의 요구로 시작된 육군 로봇화로 퇴직한 군인들이 ‘인간적 군인회’를 조직하고 시위대에 동참하였습니다. 총리실과 국방부는 강력 대응을 천명했습니다. (딩동)

ㅇ  뉴욕 양키즈는 보스톤 레드삭스를 이기고 리그 종합우승을 확정지었습니다. (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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