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환경오염 바로보기②]미군기지 '환경오염', 미국에 책임이 없다고?

2006.03.15 | 군기지

미군기지 반환이 줄줄이 예정된 상황에서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후속 조치가 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실태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데도 미국 측은 환경오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만 지겠다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협상의 큰 흐름은 우리 정부가 결국 환경오염 치유 비용의 상당 부분을 대는 방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연합과 프레시안은 함께 5회에 걸쳐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관련 쟁점들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미군기지 환경오염 바로보기①]미군기지 ‘환경오염’, 뒷처리는 우리 몫?

[미군기지 환경오염 바로보기②]미군기지 ‘환경오염’, 미국에 책임이 없다고?

[미군기지 환경오염 바로보기③]아! 정말 미군스럽다

[미군기지 환경오염 바로보기④]이러니 평택 주민들이 환영할 리 없지

[미군기지 환경오염 바로보기⑤]’미국의 두 얼굴’ 폭로할 기회 저버리지 말라

[녹색연합-프레시안 공동기획] 미군기지 환경오염 바로보기(2)

반환 예정인 미군기지가 유류와 중금속 등 각종 유해 물질에 의해 심각하게 오염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환경오염에 대하여 미국이 정화 책임을 져야 하는지 여부와 책임이 있다면 그 내용이 무엇인가가 문제된다.
  
우리나라 토양환경보전법에서는 정화 책임의 대상이 되는 오염의 정도와 정화의 기준 및 방법, 그리고 정화 책임을 지는 오염 원인자 등을 규정하고 있다. 토양환경보전법은 사인(私人)뿐만 아니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에 모두 적용된다. 주한 미군기지의 경우도 대한민국 영토이므로 역시 토양환경보전법이 적용되며 동법이 정한 우려 기준을 넘어선 토양 오염이 발생한 경우 오염 원인자는 정화 책임이 있다.
  
미군기지의 경우 그 대부분 우리 정부가 민간으로부터 수용하여 미군이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제공하고 있다. 토양환경보전법상 오염에 원인을 제공하지 아니한 토지의 소유자는 정화 책임이 있는 오염 원인자에 포함되지 아니하므로 우리 정부는 원칙적으로 정화 책임이 없다. 미군 당국은 미군기지 내의 각종 토양 오염 시설의 점유ㆍ사용ㆍ운영자로서 또는 오염을 실제 유발한 자로서 오염 원인자에 해당하여 정화 책임이 발생한다.
  
만약 대한민국 정부가 반환되는 기지와 그 시설 등을 있는 그대로 반환받고 미군의 책임을 포괄적으로 승계한다면 대한민국 정부도 그때로부터 토양환경보전법상 오염 원인자에 해당하게 되어 정화 책임을 지게 된다. 그러한 경우 토양환경보전법상 집행 권한을 가진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대한민국 정부 및 주한미군에 대하여 각각 정화 조치 명령을 내릴 수 있고 두 당사자는 오염 정화에 대하여 연대 책임을 진다.

미군, 환경오염 외면할 근거가 없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미군기지의 반환을 받음에 있어 정화 책임까지 떠맡아야 하는가이다. 주한 미군은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하여 한국에 배치된 이래 1966년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을 체결하여 기지 사용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고 그 사용 관계 및 미군의 법적 지위 등에 관하여 한국 정부와 합의하였다.
  
미군기지의 반환에 있어서 구체적인 내용은 SOFA에 규율하고 있지 않아 별도 조약의 형태로 2004년 용산기지 이전 협정과 연합 토지 관리 계획(LPP) 협정을 체결하였다. 두 협정문에는 “이 협정의 이행에 있어서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인식ㆍ인정하면서, 양 당사국은 합중국이 시설 및 구역을 대한민국에 반환하고 대한민국이 구역 및 대체시설의 사용을 합중국에 공여함에 있어서, 그리고 자연환경 및 인간건강을 보호하고 오염된 구역을 치유(remedy)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포함하여 이전에 관한 그 밖의 조치를 취함에 있어서 SOFA 및 관련 합의에 따르기”로 합의하였다.
  
‘SOFA 및 관련 합의’ 중 가장 직접적인 규정은 2003년 한미 SOFA 합동위원회가 서명한 ‘미군 반환·공여지 환경 조사와 오염 치유 협의를 위한 절차합의서(환경오염치유절차합의서)’다. 이 합의서에 의하면 반환 기지에 대하여 공동으로 환경오염 조사를 실시하고 환경오염의 치유수준, 방법, 사후 관리 방안 등에 대하여 협의하고 협의사항을 적절히 고려하여 반환되는 시설과 부지에 대하여는 미국 측의 비용으로 ‘SOFA와 관련 합의서’에 부합하게 미국 측이 치유 조치를 계획하여 실시하기로 합의하였다. 미국은 치유비용을 부담한다는 점은 표시하였으나 ‘SOFA와 관련합의서에 부합하게’라는 규정에 따라 총체적인 정화 책임은 부인하고 있는 듯하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SOFA와 관련합의서의 조항들은 다음의 두 조항이다. 첫째, SOFA 제4조는 “합중국 정부는 본 협정의 종료 시나 그 이전에 대한민국 정부에 시설과 구역을 반환할 때에 이들 시설과 구역이 합중국 군대에 제공되었던 당시의 상태로 동 시설과 구역을 원상회복하여야 할 의무를 지지 아니하며, 또한 이러한 원상회복 대신으로 대한민국 정부에 보상하여야 할 의무도 지지 아니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둘째, 2001년 한미 양국이 채택한 환경양해각서에는 “미국은 주한미군에 의하여 야기되는 인간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known, imminent and substantial endangerment, KISE)을 초래하는 오염의 치유를 신속하게 수행한다는 정책을 확인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 정부는 SOFA 제4조에 의거하여 환경치유를 포함한 반환기지의 원상회복의무가 없으며 또한 오염 조사 결과 드러난 환경오염의 정도가 환경양해각서상의 “인간 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에 해당하지 않는 한 반환하는 미군기지의 환경오염에 대하여 치유할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주장은 일방적이고 법리를 왜곡하는 것이다. SOFA 본문은 환경에 관한 사항은 전혀 규율하고 있지 않으므로 SOFA 제4조 규정은 미국이 야기한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을 규율하는 것이 아니며 미군이 필요에 따라 새로 설치한 건물 및 공작물 등을 원상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이에 대한 원상회복 의무를 면제한 것에 불과하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이 조항이 “합중국 군대에게 그 공여 받는 바의 시설과 구역을 오염시킬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거나, 환경오염을 방치한 상태로 시설과 구역을 반환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미국이 1966년에 합의한 동 규정을 들어 일체의 정화책임을 부인하는 것은 2001년 이후 미국의 환경보호 정책을 확인하고 인정한 다수의 합의의 정신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미국이 책임을 부인하는 또 다른 유력한 근거규정인 소위 ‘KISE’ 규정은 반환되는 미군기지의 환경치유 기준이 될 수 없다. 동규정은 2001년 환경양해각서에 채택되었는데 동 양해각서는 미군이 통상적으로 군사 기지를 운용하며 준수해야 하는 환경기준 등을 규율하고 있을 뿐이다. 2001환경양해각서에서 KISE에 해당하는 오염이 발생하는 경우에 “신속히” 치유를 수행한다고 한 것만 보더라도 이는 기지를 운용하며 발생한 급박한 환경 사고 시 취해야 할 의무를 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동 조항은 미군이 주둔을 시작한 이래 오랜 기간 누적적으로 진행되어 드러나지 않았던 기지 오염의 문제를 다루는 조항이 아니며 미군이 기지를 반환할 때에 적용하는 기준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는 기지 반환시 적용할 환경치유기준에 관해서는 ‘SOFA와 관련합의서’에 구체적인 규정을 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른 미국…본토의 환경오염 치유 노력과 대조되는 처신

그렇다면 적용되어야 할 절차와 기준은 오로지 2003년 한미SOFA 합동위원회가 서명한 “환경오염치유절차합의서”이며 여기에는 한미 간에 협의를 거쳐 치유 기준 및 방법을 정하도록 되어 있다. 반환되는 기지의 환경정화의 문제는 전적으로 한미 당국 간의 새로운 협의와 합의에 의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반환되는 기지에 적용할 오염 치유의 수준, 방법 그리고 사후 관리 방안에 관하여 미국 정부를 상대로 인내심을 가지고 논의하여야 할 것이다.
  
SOFA 제7조에서 주한미군은 대한민국의 법령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합의하였고, 2001년 개정된 SOFA합의의사록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합중국 정부는 자연환경 및 인간건강의 보호에 부합되는 방식으로 이 협정을 이행할 것을 공약하고, 대한민국 정부의 관련 환경법령 및 기준을 존중하는 정책을 확인”한다고 합의하였다. 미군의 한국법 존중의사를 명시한 이들 합의서가 아니더라도 미군의 공여지는 한국의 영토 내이고 치외법권 지역이 아니므로 헌법과 국제법의 원칙상 한국법이 적용된다.
  
우리정부는 “SOFA와 관련합의서’의 어느 곳에서도 미국에 대하여 한국법 적용을 면제해 주거나 미군의 환경오염 정화책임을 면제해 준 바 없다. 미국이 점유하고 배타적인 관리권을 행사하는 동안 현실적으로 한국법을 적용할 수 없을 뿐이다. 그러나 미국이 기지를 반환하게 되면 한국정부는 한국법을 적용하여 오염 실태를 파악하고 오염 원인자에게 한국법을 적용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토양환경보전법에 의거 오염 원인자에 대하여 정화명령을 내릴 수 있다.
  
미국 본토 내에서도 미룰 국방부는 1980년에 제정된 ‘슈퍼펀드법’에 따라 과거에 야기된 군사시설의 환경오염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정화하고 있다. 심각한 토양오염이 발생한 경우 오염 원인자에게 무거운 정화 책임을 묻는 것은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선진 각국의 보편적인 환경법의 내용이 되고 있다. 미국은 그들이 주둔하고 있는 해외기지 어느 곳에서도 오염정화 책임을 부담해 본 적이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의 위선적인 잘못된 관행일 뿐이다. 미국은 SOFA 및 관련합의서의 정신에 따라 당연히 치유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

글 : 인하대 교수 채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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