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국익과 동맹

2006.07.14 | 군기지

7월 10일 제주를 비롯한 남부지역에 폭풍의 신이라는 ‘에위니아’가 몰아쳐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서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 주었다. 같은 날 아침 서울 장충체육관 앞에선 또 다른 태풍 ‘한미FTA’가 몰아치고 있었다.

한미FTA 졸속 협상을 반대하는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회원단체들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신라호텔에서 마주하고 있을 대한민국 협상대표 김종훈 본부장과 미국 웬디 커틀러 협상대표를 향해 시민사회 저항의 몸짓과 항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었다. 체육관 주변에 배치한 3천명이 넘는 경찰들은 닥치는 대로 폭력을 휘둘러 평화로운 기자회견을 강경 진압하고 시민단체 간부들을 연행했다. 집회결사의 자유는 물론이거니와 당연한 대한민국 국민의 의사를 전할 모든 언로를 차단하고 폭력으로 진압하고 있었다.

이날 아침 청와대 홍보수석은 한미FTA를 졸속 추진할 매국노가 있겠느냐고 브리핑을 했다는데 시민단체의 평화로운 기자회견, 집회를 경찰력으로 원천봉쇄하면서까지 협상내용과 과정을 비밀에 부쳐 협상을 조기에 결속하려는 것은 무엇인가? 동북아 금융허브 등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등의 환상성 구호만 있을 뿐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진정한 국익은 드러나 있지 않다. 진정 매국노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국민합의 없는 한미FTA를 강행하는 것을 멈추어야 한다. 이미 한미FTA에 반대하는 국민여론이 절반을 넘어서고 상식과 양심 있는 경제학자, 국회의원, 시민사회인사 등이 한미FTA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졸속협상에 반대하고 있다.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의 국익을 원한다면 졸속 협상을 중단하고 국민합의절차부터 밟아야 한다.

7월 13-14일 반환미군기지 환경정화 기준과 책임문제를 다룰 한미안보정책구상회의를 앞두고 지난 6월 28일 의정부 국도 3호선 우회도로 개통식에 참가한 주한미군 2사단 1지역 사령관 뉴튼 포레스트 대령이 “7월 15일 반환 대상 미군기지를 한국에 반환하겠다”고 한 발언을 기지반환지역으로부터 확인하였다. 반환미군기지 환경정화 책임과 비용을 둘러싸고 협상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9차 안보정책구상회의(SPI)협상이 끝난 직후인 7월 15일 의정부에 있는 캠프 라구아디아, 카일 등 15개에 이르는 미군기지를 반환한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와 환경정화의 책임과 기준에 관한 협의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미군은 지난 4월에 일방으로 발표한 ‘토지 반환을 위한 실행 계획서’에 따라 절차를 완료했다면서 반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 토지반환실행계획서에는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미군기지내에서 수없이 발생한 기름유출 사고로 인한 토양오염 정화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2003년 5월 대한민국 정부는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 A’에 따라 주한미군에게 미군기지 오염정화 책임을 지도록 하였다고 국내외에 자랑하였다. 그러나 지금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에게 오염자부담원칙에 따라 환경정화의 책임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2011년까지 62개의 미군기지가 반환될 예정인데 지금 15개 기지를 토양오염 정화 등 주요한 오염정화를 하지 않은 채, 미군의 정화책임을 분명히 하지 않은 채 시설을 청소한 수준에서 반환받는다면 그 뒷감당은 고스란히 우리 국민의 몫으로, 반환받는 땅에 살아야 할 주민의 피해와 고통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미동맹을 헤치지 않기 위해 우선 반환받고 나서 이후 협상을 통해 미군에게 책임을 지우겠다는 판단이라면 진심으로 순진한 발상이라고 충고한다.

미 국방부 지침에 의하면 미군기지를 각 정부에 반환한 이후에는 어떠한 재정지원도 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국내 환경기준과 오염자부담원칙에 충실한 오염정화 없이 일단 기지를 반환받는 순간 협상과 책임은 끝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미국은 지난 1999년 파나마 운하와 그 주변지역의 관리권을 파나마 정부에 넘겨주면서 약 4천만 평에 달하는 훈련장에서 일부 불발탄만 제거한 채 훈련장과 기지를 반환하였다. 파나마 정부는 운하관리권을 넘겨받기 위해 정화가 끝나지 않은 미군기지와 훈련장을 반환받았다. 파나마 정부는 추후 협상을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미군에게 정화 요구를 하였으나 미군은 그 어떤 반응도, 책임도 지지 않았다. 이후 파나마에 묻혀 있는 불발탄과 화학무기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지금도 파나마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방부, 외교부가 한미동맹을 굳건하게 지키기 위해 주한미군에게 환경정화의 책임을 묻지 않고 정화되지 않은 기지를 반환받는다면 그 동맹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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