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논쟁, 새로운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2007.02.27 | 군기지

                                                     진보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

최근 최장집 교수와 일부 학자들로부터 촉발된 이른바 ‘진보 논쟁’에 노무현 대통령이 가세하면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오랫동안 제대로 된 진보 담론이 부재한 상황을 걱정해온 필자로서는 우리 사회의 진보에 관한 논의가 다시 살아난 것에 대해 우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학자들의 주장에서나 노무현 대통령과 정치권의 주장 어디에서도 21세기가 요구하는 새로운 진보에 대한 가치는 찾아볼 수 없고 낡은 진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나는 이들 학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노무현 정부가 실패한 정부’라는 점과 조희연 교수가 실패원인으로 분석한 ‘보수세력의 저항을 돌파하는 제도장치 바깥의 힘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지적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그러나 이들 학자들은 한국사회 위기의 더 근본의 문제인 ‘국민들의 삶의 질과 생명의 가치를 무시하고 신자유주의 경제논리만을 추구함으로써 오늘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점을 놓치고 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이 ‘교조적 진보’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유연한 진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그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발전이나 진보에 대한 생각이 근본에서부터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80년대 방식의 진보운동에 대한 생각이 오늘의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기에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지적한 것처럼 진보가 진보다우려면 미래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데 ‘대통령의 주장 어디에도 미래 우리사회가 맞게 될 가장 중요한 가치인 생명에 대한 존중과 생태계의 순환에 대한 고려를 찾아볼 수 없다.’ 그가 들고 있는 용산 미군기지 이전과 평택기지 건설에 대한 예는 유연성의 문제가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무엇이 발전이고 진보인가? 흔히 사람들은 경제성장과 발전을 동일시하고 있다. 또한 인권문제를 해결하고 분배정의를 실현하는 것, 노동의 가치를 올바로 평가하는 것 등을 진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19세기나 20세기의 가치에서 본다면 이러한 생각이 옳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미래의 가치를 중심에 놓고 본다면 이는 진보를 구성하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생각은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한 인간중심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속에는 생명 그 자체에 대한 존중도 생태계의 순환과 우주의 원리를 지키면서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들어있지 않다. 경제가 아무리 성장하고, 1인당 국민소득이 5만불에 이른다고 한들, 또 인간을 둘러싼 갈등이 완전히 해결되고 분배 정의가 실현된다고 한들, 생명의 가치가 무시되고 그들이 발붙이고 살아야 할 자연환경, 생태계가 이미 사람들의 생존을 허용하지 않는 수준에 도달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러한 사회로 가는 것이 과연 진보인가?

‘진정한 의미의 사회발전이나 진보를 위해서는 경제 가치만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진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인간의 탐욕을 위해 생태계를 끝없이 파괴하는 사회가 아닌 생명과 생태계의 순환원리가 존중되는 사회로 나갈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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