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9곳 반환 발표가 종이 1장짜리?

2007.06.09 | 군기지

얼마 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이 공개되었다. 나라 전체에 큰 변화를 가져올 협정문이 두 달이 지나 공개된 것은 우리가 얼마나 정보가 폐쇄된 사회에 사는지를 보여준다. 협상 내용을 떠나 정보 비민주화라는 지탄을 면하기 어렵다. 최근 청와대가 발표한 기자실 통폐합 논란도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전자브리핑 도입과 정보공개법 개정을 통해 정보 공개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비밀주의에 의지하고 있다. 반환 미군기지도 대표적인 사례다.

6월1일, 미군기지 9곳 반환을 발표하면서 국방부는 16절지 한 장짜리 짧은 보도자료를 냈다. 논란이 되었던 환경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기지 9곳 반환 절차가 종료되었으며, 앞으로 반환된 기지의 활용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석 줄짜리 내용이 전부였다. 지금까지 2년 동안 진행한 협상 결과를 보고하는 자료라기에는 성의 없고 부실해서 언론과 시민단체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렇듯 정부는 미군기지 환경에 관해서는 철저하게 폐쇄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반환되는 미군기지의 환경오염은 국민 건강·환경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환경부는 아직까지 미군기지 환경오염 조사 결과를 국회에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2005년부터 기지 38곳에 대한 환경오염 조사가 완료되었지만 전체 결과 보고서를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 작년에 시민단체가 제기한 미군기지 환경오염 조사 결과 행정소송(춘천 캠프 페이지 환경오염 조사 결과 비공개 처분 취소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이미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소파) 환경분과위원회 한-미 양쪽 위원장이 승인 없이 정보 공개를 할 수 없도록 한 소파 조항은 정보 공개를 제한할 수 있는 국내 법률에 위임받지 않았고, 환경오염 조사 결과는 직접 외교·안보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므로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문제가 국민의 알권리, 환경권과 더 밀접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에 항소하여 공개를 지연시키고 있다. 반환 절차가 끝나면 공개를 고려하겠다고 했는데 환경부는 이제 또 “반환은 되었어도 오염조사 결과는 소파 문서”라며 아직도 미군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발뺌하고 있다.

지난 5월, 최재천 의원이 외교부에 반환기지 합의서인 ‘환경정보 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A’ 공개를 요청했다. 반환기지의 환경문제가 심화되자 미군과 어떻게 합의했는지 문서로 확인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외교부는 “소파 합동위원회 운영절차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미군이 승인해야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스운 일은 이 부속서 에이(A)는 2006년 4월, 시민환경단체의 요청에 따라 환경부가 이미 공개한 자료로 환경단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참여정부 역시 정보의 공유라는 민주적 절차에서 권위주의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반환 미군기지 협상,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을 통해서 보여준 것은 더욱 심화된 정보 통제와 비밀주의다. 법적인 근거도 없고, 공개와 비공개의 명확한 기준도 없었다. 시민의 힘으로 이런 비밀주의를 깨야 한다.

6월 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반환 미군기지 환경오염과 협상에 관한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환경오염 실태, 협상 내용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면 청문회는 유명무실하다. 지금까지 반환받은 23곳보다 더 많은 40여 기지의 반환을 남겨두고 있다. 정부는 청문회에 성의있는 자세로 임하기 위해 우선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특히, 소파 합동위원회를 통해 환경부, 국방부 등 산하분과위원회를 두고 있는 외교부는 자신들이 얼마나 정보공개에 관한 민주 절차를 무시했는지 이제라도 겸허히 반성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6월 8일자 한겨레 왜냐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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