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미군기지 환경 청문회에 성실히 임해야

2007.06.22 | 군기지

                                        정부는 미군기지 환경 청문회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최승국(녹색연합 사무처장)

오는 6월 25일부터 26일까지 헌정사상 처음으로 미군기지 환경오염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열린다. 그리고 이에 앞서 지난 14일 파주의 캠프 에드워드 등 반환 미군기지 중 세 곳을 대상으로 국회의원들을 포함한 80여명이 역사상 처음으로 기지 내에 들어가 굴착기와 첨단장비를 동원해 기름오염을 포함한 환경오염 현장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였다. 현장조사에 참여한 국회 조사단은 물론이고 함께 동행 취재한 언론에서조차 미군기지의 환경오염은 상상을 초월할만큼 심각하다는 사실에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기지 내 지하수에서는 1미터가 넘는 기름 층이 발견되었고 뽑아 올린 기름띠에 불을 붙이자 불기둥이 형성될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냉매조차 제거하지 않은 에어컨이 그대로 방치돼 있는 등 최소한의 청소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간 미군기지 반환과정에서 환경오염의 치유와 그 비용을 누가 분담할 것인가를 놓고 대한민국 정부와 미군 사이에서, 또한 시민단체와 정부사이에서 심각한 논쟁과 갈등이 있었지만 결국 23개의 미군기지가 오염에 대한 제대로 된 치유 없이 반환된 바 있다. 그리고 시민단체들은 미군기지의 오염이 매우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와 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마련, 그리고 정부가 가지고 있는 오염상황에 대한 자료를 제공할 것을 요구해온 바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정부당국은 SOFA규정을 들어 정보공개에 난색을 표명해 온 한편, 미군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미군이 할 수 있는 오염정화 활동을 진행하였다고 강변해 왔다.

이처럼 반환미군기지의 환경문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반환과정은 물론이고 반환 이후에 보여준 정부의 태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기에 국회에서 청문회 실시를 결의한 것이다. 그리고 시민단체의 우려대로 현장조사 결과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의 오염이 현실로 목격되었다. 그럼에도 현장조사 다음날 이루어진 외교통상부, 국방부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의 기관방문 조사에서 보여준 정부의 태도는 실망을 넘어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외교부와 국방부 등은 국회의 정보요청에 대해 모로쇠로 일관하거나 미국과 상의해야 된다는 이유를 들어 국회의 요청을 무시했으며, 국회 조사단에게 자료가 없다는 거짓말까지 스스럼없이 하고도 근거를 내밀고 항의하는 국회 대표단에 대해 한마디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참가한 사람들은 이들이 대한민국 정부의 공무원인지 회의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한탄을 하였다. 또한 국회의 자료요청에 제대로 응하지 않아 청문회 준비에 많은 차질을 빚고 있다.  

이제 역사에 남을 국회 청문회가 열린다. 이번 청문회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열리는 정부 정책에 대한 청문회이다. 청문회가 제대로 진행되어 미군기지 반환과정에서 제기되었던 숱한 의혹들이 낱낱이 공개되길 희망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차원의 치밀한 청문회 준비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 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정부의 태도이다. 국민의 알 권리와 미군기지 오염의 정확한 실태를 국회가 확인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반드시 제공하여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더 이상 미국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모든 정보를 제공해야 함은 물론 청문회에서 국민 앞에 성실한 답변을 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그간 반환과정에서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바로잡고 필요하다면 미군기지 반환에 대한 재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나아가 SOFA의 규정이 국민의 알권리를 방해한다면 이를 개정하는 작업이 서둘러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내일신문 6월 21일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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