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환경오염 바로보기③]아! 정말 미군스럽다

2006.03.17 | 군기지

미군기지 반환이 줄줄이 예정된 상황에서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후속 조치가 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실태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데도 미국 측은 환경오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만 지겠다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협상의 큰 흐름은 우리 정부가 결국 환경오염 치유 비용의 상당 부분을 대는 방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연합과 프레시안은 함께 5회에 걸쳐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관련 쟁점들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미군기지 환경오염 바로보기①]미군기지 ‘환경오염’, 뒷처리는 우리 몫?

[미군기지 환경오염 바로보기②]미군기지 ‘환경오염’, 미국에 책임이 없다고?

[미군기지 환경오염 바로보기③]아! 정말 미군스럽다

[미군기지 환경오염 바로보기④]이러니 평택 주민들이 환영할 리 없지

[미군기지 환경오염 바로보기⑤]’미국의 두 얼굴’ 폭로할 기회 저버리지 말라

[녹색연합-프레시안 공동기획] 미군기지 환경오염 바로보기(3)

연합 토지 관리 계획(LPP) 개정 협정에 따라 2005년 돌려받기로 한 파주의 미군기지 6곳이 그냥 공짜로 줘도 사용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게 오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와 환경부가 환경관리공단과 한국농촌공사(前 농업기반공사)에 의뢰해 미군기지 오염 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복구비용만도 약 5000억 원이 든다고 한다. 기지 밖 오염까지 계산하면 최소 1조 원은 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한 미군은 복구비용에 대해 ‘배 째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군이 오염 시키고 청소는 우리 국민들이 해야 하는 초헌법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술 더 뜨는 것은 지방자치단체다. 지난 3월 5일 경기도는 안양대학교 정일훈 교수에게 의뢰해 작성한 ‘파주시 미군 반환 공여지 활용 계획’을 발표했다. 결론은 미군 반환 공여지 개발이 추진될 경우 수백억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이 같은 용역 결과는 지자체가 복구비용을 떠맡을 경우 수천억 원의 돈이 들어가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빛 좋은 개살구에 장밋빛 청사진이다.
  
예를 들어 이 계획에는 16만9000여 평의 ‘캠프 하우스’를 교육 인프라 조성과 주거용으로 개발할 경우 66억3000만 원의 수익이 발생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런데 캠프 하우스의 오염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약 200억 원이 필요하다. 정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지자체는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도대체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실태가 어떤지 백 마디 말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 대한민국 땅에 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환경 사각지대,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현장의 실상을 사진 몇 장과 함께 알아보자.
  

아! 정말 미군스럽다
  
2000년 여름 경기 파주시 미군기지 캠프 하우스에서 기름이 유출됐다. 당시 기름은 후문에 있는 차량 정비소 쪽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보였으나 미군 측은 확인해주기를 거부했다. 소 먹이용 옥수수를 심었던 이 밭은 현재까지 복구가 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다.
  




기름 유출은 며칠 간 계속됐다. 밭에서 약 3m 위에 있는 미군기지 철책 아래 땅에서 흘러나오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미 오래 전에 부대 안에서 오염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었다. 밭 주인의 강력한 항의 끝에 미군은 덤프트럭 몇 대에 흙을 실어다 덮는 수준의 복구를 했다.
  




그러나 미군의 복토 치유 방식은 며칠을 넘기지 못했다. 이미 땅속 깊숙이 스며들어 기름범벅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복토 방식으로는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옹’이었다. 밭은 다시 시커멓게 변했다.
  



밭주인이 파주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공무원과 함께 캠프 하우스를 찾아 갔다. 미군은 공무원의 오염 현장 조사를 거부했다. 유출 원인에 대한 확인 요청도 거절한 채 미군은 밭주인을 문 밖으로 내쫒았다.
  



대한민국 공무원이 할 수 있는 건 미군기지 밖에서 오염된 물질을 채수하는 것뿐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땅을 삽으로 파내자 기름띠가 금방 형성됐다. 공무원은 미군 측이 한 쪽의 조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름띠를 병에 담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약 6년째 감감 소식이다.
  



결국 기름밭은 오염 초기에 흙을 살짝 덮는 수준의 복구 탓에 땅속 3m가 기름 범벅이 되어 있고, 도랑을 타고 이어지는 기름띠에 겨울에도 개울물이 얼지 않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주한미군은 복구비용을 우리 한국 정부에 떠넘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게다가 기지 밖 오염에 대해서는 반환기지 환경조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은 채 새로운 땅 평택의 오염을 또 계획하고 있다. 아 정말 미군스럽다.
  


글 : 현장사진연구소장 이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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