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골드> 저자 ‘모드발로’와 ‘토니 클라크’를 만나다

2008.06.22 | 군기지

<환경부가 물 민영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벌써 5년 전이네요. 2003년에도 세계물포럼에서는 물민영화 문제가 가장 큰 이슈였습니다. 미군기지 문제로 오키나와 출장을 가는 길에 오사카에 들러 세계물포럼에 참석했습니다. 그때  ‘블루 골드(Blue Gold)’의 저자 ‘모드 발로'(Maude Barlo)와  ‘토니 클라크'(Tony Clarke)를 만났습니다. 물 민영화 관련 자료를 조사하다 그때 그분들과 만나 이야기했던 내용이 지금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이곳에 올립니다.>

인터뷰 장소 : 2003년 3월 오사카에서 열린 세계물포럼 회의장

<‘블루 골드(Blue Gold)’는 플라스틱 통에 담긴 물, 즉 값을 매겨 사고 팔 수 있는 상품인 ‘물’을 상징한다. 이 책은 20세기 ‘석유’에 이어 21세기 ‘물’이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실제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인류에게 어떤 비참한 결과가 생길지를 경고하고 있다. 다국적 물 기업들은 물 민영화와 상품화만이 물 부족시대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금 그런 기업을 믿고 ‘물’에 대한 권리를 팔아버린 나라의 시민들은 ‘물’을 다시 되찾기 위해 처절하게 싸우고 있다. 이 책의 공동저자 모드 발로는 ‘캐나다회의’의 의장이자 물을 보호하기 위한 세계 시민운동 ‘푸른지구운동’의 창시자다. 토니 클라크는 캐나다 ‘폴라리스 연구소’의 사무국장이면서 ‘세계화국제포럼’에서 기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제3회 세계물포럼’ 현장에서 세계 각국에서 모인 운동가들을 이끌며,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물 다국적 기업들과 세계물위원회를 대상으로 설전을 벌였다.>

– 이번 세계물포럼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모드 발로: 회의기간 내내 세계물위원회와 다국적 물 기업 대표를 만나 토론을 했지만 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만 확인했습니다. 우리는 물 민영화에 대해 세계물위원회와 어떤 합의도 이루지 못해 결국 각자 선언문을 작성해서 세계물포럼 사무국에 제출할 수밖에 없었어요. 다만 이번 회의를 통해 그들에게 물 상품화에 반대하는 세계시민의 저항이 얼마나 거센지를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결국 캐나다가 4회 세계물포럼 개최를 반려한 것도 이런 저항의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캐나다에서 이곳 일본까지 날아온 보람이 있었어요.  

– 회의 내내 ‘세계물위원회(World Water Council)’와 대립한 까닭은?

모드 발로: 우리는 1995년 구성된 세계물위원회가 지구 물 정책을 만들어내는 독립적인 싱크탱크 역할을 하길 바랬습니다. 그러나 세계은행 대표, 기업 총수 그리고 정부 관료로 구성된 세계물위원회는 가난한 사람들이 물로 인해 겪는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재정확보 방안으로 이들이 제시한 캠데서스 보고서를 통해 우리는 세계물위원회가 완전히 댐건설과 민영화, 그리고 물가격화 정책 노선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세계물위원회는 물 기업들만을 위한 ‘청사진’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댐과 같은 대규모 물 기간산업 프로젝트가 실제로 물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의 목마름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 많은 나라에서 외국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고, 공기업의 재정난과 비효율성을 사기업의 기술력과 자본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토니 클라크: 저는 다국적 물 기업이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증거를 10가지 이상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모든 사람들에게 물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소유주와 주주들에게 이익과 배당금을 얼마나 더 남길 수 있는지에 있지요. 이윤은 결코 사람들과 더 나은 상수도 설비시설을 위해 다시 투자되지 않습니다. 기업이 이윤을 남기려다 보니 물 서비스 가격은 자연히 높아집니다. 자본 투자에 대한 기대도 사실은 기업과 연결된 세계은행, 개발은행 또는 IMF가 차관을 대는 형식입니다. 대신 정부나 공공기관은 투자유치에 대해 기업에게 각종 혜택, 예를 들면 세금면제, 보조금 지급, 규제완화를 해줘야 합니다. 심지어 기업이 정부와 계약을 맺으면서 계약기간동안 이윤을 내도록 정부가 보증해야 한다는 ‘이윤보증’ 조건을 달기도 합니다.  

– ‘기업’과 ‘시장’이 대안이 아니라면 누가 어떻게 물을 공급할 것인가에 대해 반박할 대안이 있습니까?

토니 클라크: 19일, 오후 오사카에서 ‘푸른지구운동’은 민영화에 대한 대안모델을 논의하는 회의를 열었습니다. 브라질의 포르투 알레그레가 단연 돋보이는 사례였어요. 시의 기구로 ‘DMAE(수도위생하수국)’를 설립했지만 운영과 재정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입니다. 재정은 140만 시민이 내는 요금으로 100% 충당되는 이 비영리회사는 수익금 전액을 물 공급시설 개선에 쓰고 있지요. 공기업에서 문제가 되는 비효율성은 사업 계획부터 결정까지 시민들이 참여하는 ‘참여예산제’를 통해 투명하게 운영하면서 시민들의 ‘신뢰’와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습니다. 결국 포르투 알레그레에서는 가격 상승 없이도 시민의 99.5%가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DMAE는 물 소비를 줄이기 위한 캠페인도 벌이고 있는데, 이게 보통 사기업이라면 가능했을까요? 포르투 알레그레 시민들처럼 우리 스스로 물을 어떻게 사용하고 또 지킬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 한국에서 출판된 ‘블루 골드’나 반다나 시바의 ‘물전쟁’이 민영화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수자원공사와 같은 공사가 대규모 댐건설을 통해 물을 공급하는 체계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모드 발로:  ‘블루 골드’가 한국에서도 출판 되었다니 너무나 기쁩니다. 한국에서도 민영화 논의가 시작될 것입니다.  물에서 사적 이익을  취할 것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을 중심으로 한 대안모델을  나라마다 현실에 맞게 만들어야 합니다. 민영화는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볼리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필리핀, 인도네시아와 같은 가난한 나라에서만 물 민영화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한국은 미국의 사례가 도움이 될 겁니다. 네슬레는 미국 위스콘신주의 천연자원 관리 당국의 허가로, 이 지역 지하수를 주요 수원으로 삼아 ‘아이스마운틴’이라는 생수를 시판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뉴포트를 걱정하는 시민의 모임’을 결성하고 “생태계에서 샘물을 퍼가는 행위는 사람에게서 피를 빼내는 행위와 마찬가지다”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네슬레는 2002년 5월부터 미시간 스탠우드에서도 생수사업을 시작했는데, 시민들은 네슬레가 수변 생태계를 완전히 망치고 있다며 강력히 저항하고 있습니다. 물민영화의 방법은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  한국에서는 2000년 3월  비벤디워터 코리아가 설립되어 서울, 대산, 여천, 가남, 청주, 구미 등 6곳에 사업장을 두고 있습니다. 수에즈와 한화건설은 양주군에 하수종말처리장 3곳을 건설하고 20년간 운영권을 갖기로 했습니다

모드 발로: 다국적 물 기업들이 민영화 사업권을 획득하는 데는 몇 가지 방법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사례들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번 세계물포럼이 열리는 동안 이탈리아의 플로렌스, 브라질의 상 파울로 그리고 뉴욕과 뉴델리에서 시민들이 모여 물포럼을 열었습니다. ‘생명의 물’을 지키기 위해 서로 정보와 경험을 나누고 대안을 찾는 세계시민들의 연대체가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푸른지구운동’은 지구 공동재산인 물을 공유하고 보호하기 위한 선언문을 채택하고, 그 내용을 실현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물 민영화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면 어느 곳이든 달려가겠습니다.

이유진 (녹색연합 국제연대) 2003년 시민의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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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2004년 3월 제주도 ‘지구시민사회포럼’에서 만난 지구의 벗, 리카르도 나바로 의장과 나눈 이야기.

“다국적 물기업, 무역협정, 세계은행은 세상의 물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 ‘물의 악의 축'” – 지구의 벗, 나바로 의장 인터뷰 –

경제학에서 희소성 법칙을 설명할 때 동원하는 ‘물과 다이아몬드’ 비유가 금세기에도 유효할 것인가. 물은 더 이상 풍부하지 않다. 세계물위원회는 2025년까지 27억 명이 물 기근에 시달리고, 매년 5백만 명이 수인성 전염병으로 사망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았다.지구상에 살고 있는 5명중에 한사람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지구촌은 기후 변화와 이상 기온으로 인한 홍수․태풍․가뭄 위험에 가위눌려 있다. 목마른 지구, 세계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지난 3월 27일, 유채꽃이 만발한 제주도에 세계환경운동가 200여명이 한데 모였다. 바로 우리 앞에 놓여있는 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지구시민사회포럼을 연 것이다. 이틀 동안의 회의를 통해 “물은 생명이며, 물은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인권으로 세상의 모든 생명이 물을 보전하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의무를 지님과 동시에 공평하게 물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회의장에서 그린피스, 세계야생기금과 더불어 세계 3대 환경단체로 꼽히는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 의 리카르도 나바로 의장을 만났다. 리카르도 나바로 의장은 1999년부터 68개국에 지부를 두고 회원만 100만 명이 넘는 단체를 이끌면서 기후변화, 산림, 습지, 생물 다양성 등 환경문제를 알리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기계공학 교수를 그만두고 1980년부터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는데, 스스로도 ’환경운동‘과 결혼했다고 말한다. 그와 이번 회의 주제인 물(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지구가 처한 물문제는 얼마나 심각한가?
하루에도 9.11 테러로 사망한 사람의 5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오로지 물 문제로 죽어가고 있다. 20년마다 물문제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수는 2배로 증가할 것이다. 보통 인간이 하루를 살기 위해서는 물 50리터가 필요한데, 미국에서는 1인당 300리터를, 소말리아는 1인당 9리터를 쓰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여성들이 하루에도 수십 킬로미터를 걸어 물을 길으러 다니고 있고, 동남아시아에서는 댐 건설로 사람들이 삶터에서 쫓겨나고 있다. 메콩강에서는 각 나라마다 댐을 막고 서로 강물을 끌어다 쓰다 보니 하류에는 물이 흐르지 않는다. 물을 둘러싼 전쟁도 일어나고 있다. 20세기 분쟁의 중심에 석유가 있었다면, 지금은 물이다.

– 물 문제에 대안으로 민영화가 제시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물 민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기업이 물 자원을 소유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프랑스의 󰡐비벤디󰡑와 󰡐수에즈󰡑 두 기업은 전세계 1억 명에게 돈을 받고 물을 공급하고 있다. 물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생명을 통제하는 것을 뜻한다. 볼리비아는 1998년 미국에 본사를 둔 벡텔사(Bechtel)를 통해 물 사업을 민영화한 뒤에 물 값이 계속 올라 한 달에 100 달러를 버는 사람이 20 달러를 물 값으로 지불해야 했다. 결국엔 300%나 인상된 물 값을 견디다 못한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결국 벡텔이 수도사업권을 포기하고 콜롬비아에서 철수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지만 벡텔은 이번 사업을 못하게 됨으로써 포기된 기회수익 250억불을 콜롬비아 정부가 배상하라고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세계물위원회를 통해 물민영화를 부추기고 있는데, 민영화는 기업의 물 도둑질을 용납하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점점 더 물을 마실 수 없게 된다. 기업들은 사람이 죽건 말건 상관하지 않고, 오로지 기업의 이윤과 주식가격에만 관심이 있다. 결국  세계적인 다국적 물 기업, 무역협정, 세계은행. 이들이 바로 세상의 물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 “물의 악의 축”이다.

– 기업 경제 활동이 환경과 어떤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기업이 바라는 것은 짧은 기간에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제 무역이 무슨 신처럼 되어버렸다. 무역을 숭배하기 위해 착취와 환경 파괴, 인간 파괴가 다 용인된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목적은 무역을 가로막는 모든 장벽을 허무는 것인데 결국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본권마저 허물고 있다. 그 결과 환경이, 사람들이, 우리 지구가 고통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기업도 한계에 부딪히게 될 텐데, 그들의 눈에는 이것이 보이지 않는 듯하다. 지구의 벗은 공정하고 생태적인 무역을 통해 좀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물 문제에 대한 대안은?
물은 생명이다. 인간의 몸은 60%가 물이다. 물은 인간의 경제적 잣대인 돈으로 거래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물은 식물과 동물, 인간, 모든 살아있는 생명을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물을 둘러싼 생태계, 자연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공동체가 물을 지키고 보존하기 위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농업부문에서 물을 효율적으로 쓰도록 해야한다.  

– 이번 회의에서는 물 문제와 함께 빈곤에 대해서도 논의되었는데.
전 세계적인 부의 불평등은 심각한 문제이다. 가난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빈곤은 부라는 동전의 다른 한 면일 뿐이다. 빈곤을 퇴치하는 것은 부를 줄여나가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극단적인 부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지구 반대편이 극빈 상태에 처한 것을 해결할 수가 없다. 우리가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잊고 있는 것이 바로 군비투자이다. 세상에 이미 돈은 충분히 많이 있다. 강대국들은 일년에도 수십 억불을 무기와 군사력 확장에 쏟는다. 지구적인 환경오염의 주범은 바로 군산복합체이다.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고 또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는 미국은 지속가능한 나라가 아니다. 미국이 존재하는 한 평화로운 세상은 불가능하다. 미국도 소련처럼 50개국으로 분열되어야 한다.

– 지구의 벗의 활동 계획은?
지구의 벗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법적으로 유효한 협약과 합의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다국적기업 활동을 규제하고 다자간환경협약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노력은 항상 무역과 투자에 관한 법규에 가려졌다. 각 국 정부와 UN의 세계환경문제 해결에 대한 시도는 실천 의지 부족으로 또 재정마련 미비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환경을 위한 회의에 기업의 영향력이 증대하고 있다. 앞으로 다자간 환경협약이 단지 협약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재정, 기술, 그리고 정치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각 국 정부와 다국적기업은 다자간환경협약을 지켜야 한다. 또한 무역과 농업에 대한 세계위원회를 구성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농업 관점에서 식량주권 강화를 위한 법적인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제 우리는 모든 것을 지속가능성에 바탕을 두고 생각을 해야 한다. 지금 우리의 삶과 우리가 살고있는 경제체제는 굉장히 폭력적인 형태이다.  수력발전댐을 건설하고 유정(油井)을 팔 때마다. 사람이 죽어야 한다. 누구라도 돈만 있으면 양껏 쓰레기 만들고 기름 쓸 수 있다. 기후변화로 지구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처해있는데 우리가 계속 지금처럼 살고자 한다면 지구는 그 자체로 아주 위험한 행성이 될 것이다.

이유진 (녹색연합 국제연대) 2004년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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