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미군기지 막개발 땐 오염피해 시달린다

2010.03.01 | 군기지

정부, 대규모 개발 홍보에만 골몰
학교·공원 될 곳 오염치유 등한시 정화 예산 늘려 생태문화공간으로

지난 2월1일, 정부는 2017년까지 25개 반환 미군기지에 약 38조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60년간 미군기지로 인해 낙후된 지역경제를 여의도의 2배가 넘는 면적(약 19㎢)에 공원·공공시설뿐 아니라 골프장과 레포츠시설, 복합리조트 각종 개발 사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염도 제대로 정화하지 않은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개발 계획은 현실성도 없을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다.

진심으로 지역 주민들을 위한다면, 정부는 일단 환경오염 정화부터 완벽하게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과대 포장 선전에만 골몰할 뿐, 시민들의 건강과 자연환경 보호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매향리 사격장은 폐쇄된 지 5년이 지났지만, 불발탄 제거 작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협 속에 인근 주민들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것이다. 탄약에 있는 중금속과 화약류 등 유해물질은 갯벌을 지금도 계속 오염시키고 있다.

환경오염 정화 사업의 부실 의혹도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2007년 반환된 16개 기지에 대한 정화 비용으로 1907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문제는 오염 정화 물량이 30%나 늘었는데도 예산을 늘리지 않은 채 무리하게 정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화 사업의 진행 과정과 결과조차 지역 주민과 전문가들에게 제대로 공개하고 있지도 않다. 2008년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환경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했던 ‘반환미군기지 정화사업 유관기관 협의체’도 국방부의 일방적인 불참 통보로 현장 조사와 검증 작업이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정화 대상 기지 중에는 앞으로 학교와 공원 등으로 활용되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오염 치유가 부실하게 될 경우, 쉽게 오염에 노출될 수 있는 어린이들과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다. 필리핀의 경우, 지금도 미군이 저지른 환경오염에 노출돼, 아이들이 각종 암에 시달리고 있다. 제대로 된 오염정화 없이 반환 부지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클라크 지역에서 520명 이상, 수비크 지역에서 1900명 이상의 피해자가 집계되었고 피해자 사망은 이어지고 있다.

또다른 문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부지 활용 계획이다. 이번 정부 발표에는 지역 주민들은 물론 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의 가치를 높이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개발 계획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특히 정부가 계획중인 골프장은 전국적으로 포화상태에 다다랐고, 환경 파괴만 할 뿐 경제성은 매우 약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골프장이 운영돼도 지역의 세수 증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08년 발표한 골프장 중과세 완화에 따라 18홀짜리 골프장이 납부하는 세금은 30억원에서 6억원으로 줄었고, 시군구로 편입되는 지방세도 7.24억원에서 4.1억원으로 대폭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반환 부지 활용에 있어 외국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일본 오키나와 요미탄 마을, 독일 프라이부르크 보봉 마을은 반환된 군사 부지를 주민이 주체가 되어 국내외에서 각광받는 생태 문화적 주거 공간을 만들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시민단체, 전문가들의 협력과 지원 아래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활용 계획과 사업을 진행하면서 성공적인 도시 공간을 창조해 낸 것이다. 성급한 개발논리가 아닌 소통과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 글은 3월 1일 한겨레 [왜냐면]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황민혁 / 녹색연합 녹색사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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