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원하거든 행동하라

2010.07.06 | 군기지

지난 6월 22일 오후 한나절 녹색교육센터에서 활동가 녹색학교가 열렸다. 활동가 녹색학교는 “녹색활동가는 무지개다”라는 활동가상을 그리며, 2009년부터 매월 운영하고 있는 녹색연합 활동가를 위한 배움과 토론의 장이다. 6월 활동가 녹색학교는 지난 5월 한 달간 활동가 모두가 일상 활동을 잠시 접고, 4대강 공사를 중단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 노고를 풀어주기 위한 자리로 마련되었다. 함께 웃으며 유쾌한 녹색상상력을 지어내보기 위한 영화를 보고 이야기마당을 이어갔다. 함께 본 <예스맨프로젝트, The Yes Men Fix The World>다큐멘터리 영화는 거짓과 탐욕으로 가득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앤디와 마이크라는 시민단체 활동가가 세계를 무대로 펼친 유쾌한 반란이자, 거침없는 행동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2004년 인도 보팔참사 20주년이 되는 날, 2001년 유니온카바이드사를 인수한 다국적기업 ‘다우’사 대표는 BBC방송에 출연해 ‘다우는 인도보팔참사의 책임을 인정하고, 12만 명의 피해자와 피해지역의 현장복구를 위해 120억 달러(2조 4천억 원)를 보상하겠다’고 발표하고, BBC는 이를 특종 보도하여 세상이 깜짝 놀랐다. 앤디가 맡았던 가짜 ‘다우’사 대표의 발표는 희망의 메시지에 불과했지만, 다우사는 치욕을 겪었고 실제로 방송이 나간 직후 다우사 투자자들의 투자회수로 다우사의 주가는 3.5% 떨어졌다. 다우사의 해명 성명과 정정보도가 나가면서 이들의 행동을 두고 언론과 기업, 정치인들은 시대의 악동, 사기꾼으로 비난했지만, 20년이 지난 당시도 독극물이 방치된 현장에서 깨끗한 물 한 방울 없이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가는 피해주민에게는 잠시마나 기쁨과 희망을 안겨주었다.

최근 참여연대가 유엔 안보리 이사국에 천안함 사건의 정부 조사결과 의혹을 담은 문서를 전달한 것과 관련해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수사를 받으며 탄압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이 같은 <예스맨프로젝트>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할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나라 시민운동가, 녹색운동가는 우리 사회의 낡은 패러다임과 부조리, 광풍의 개발프로젝트에 맞서 번뜩이는 상상과 당돌하지만 당당한 행동을 만들어 왔다.

2006년 7월 영화 <괴물>이 상영되었다. 영화는 용산 미8군기지 영안실에서 한 군무원이 독극물 포름알데히드 480여병을 싱크대 하수구를 통해 한강으로 무단 방류하는 장면으로 시작되었다. 한강독극물 방류사건을 다룬 다큐처럼 시작하지만, 곧 독극물의 영향으로 자라난 괴물이 한강에 출현하면서 이 영화는 상상력으로 창조한 가상의 스크린으로 관객을 빨아들였다. 이 영화의 모티브는 6년 전 한국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에서 시작되었다. 2000년 7월 13일 녹색연합은 용산미군기지 안에서 저질러진 한강독극물무단방류 사실을 세상에 처음으로 알리고, 무단방류하는 사진을 공개하였다. 치외법권지대이자 성역으로 간주하던 미군기지내 환경범죄 실상이 알려지면서 한강을 생명의 식수로 이용하는 시민들의 거센 항의와 주한미군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SOFA 개정을 요청하는 시민의 목소리가 큰 물결을 이루어 나갔다. 시민들은 ‘사과하라’를 외치며, 그 의미를 담아 과일모양의 사과 로고가 새겨진 버튼을 달고 다니기도 했다. 결국 7월 24일 미 8군 사령관은 “한국 국민 여러분께 불안과 심려를 끼친 데 대해 미8군 사령관으로서 공식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공개사과 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이후 11월에는 주한미군사령관이 서울시를 방문하여 거듭 사과 했다. 주한미군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책임자가 공식사과를 한 것은 주한미군 주둔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우리는 독극물 무단 방류를 지시한 영안실 부소장 맥팔랜드를 검찰에 고발했다. 2001년 4월 맥팔랜드는 검찰의 약식기소에서 서울지법에 의해 정식 재판에 회부되었고, 주한미군은 이에 불응하였다. 당시 법무부장관은 “주한미군 독극물 방류사건에 대한 형사재판권은 우리에게 있으며 법원이 최종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다시 정식재판을 거부하는 맥팔랜드 얼굴을 담은 공개수배장을 전국에 배포하며 한국 사법부의 판결을 받으라고 요청하였다. 2004년 한국 재판부는 맥팔랜드에게 실형을 선고하며 “미군과 미군속의 평화 시 공무중 범죄에 대한 재판권이 대한민국에 있다”고 밝혔다. 결국 재판부는 2005년 1월 항소심에서 맥팔랜드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선고를 내리며 역사상 처음으로 주한미군에게 사법주권을 행사하였다.  

그동안 한미 간에 불편하고 불평등한 주한미군지위에 관한 협정(SOFA)이 일부 개정되면서SOFA 환경조항을 신설, ‘주한미군은 대한민국의 환경법을 존중하고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한다’고 약속하였다. 2003년 ‘주한미군은 반환기지 환경오염을 미국이 책임지고 미측의 비용으로 정화한다’고 절차합의서에 서명하였다. 그러나 2007년 23개 미군기지를 반환받았지만 주한미군은 오염자부담원칙에 따른 오염치유의 책임을 지지 않았다. 고스란히 우리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다우사는 인도사람을 등장시킨 기업 이미지 광고에서 ‘최고의 가치는 사람이다’고 하였다.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 국민에게 머리 숙이며 ‘한국의 환경법을 존중하고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한다’고 하였다. 이명박대통령은 삽질로 무너지고 있는 4대강사업을 ‘4대강 살리기’라고 하였다. 그들은 겉으로만 포장하여 거짓으로 말하면서, 다수의 양심과 시민이 말하는 진실을 권력과 국익을 앞세워 구속하였다. 지금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예스맨프로젝트>는 한국의 시민사회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현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변화를 원하거든 시민단체에 가입하세요. 그리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일하고 있는 활동가들과 함께 더 나은 녹색세상을 상상하며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행동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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