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한반도를 다시 찾아서

2010.10.12 | 군기지

– 비폭력평화의 실현,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위해 –

2000년 4월 1일 제정한 강령 <비폭력평화의 실현>의 부분에 ‘우리는 모든 생명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는 내용이 있다. 한반도 전쟁상태를 종식하고, 군사갈등과 핵무기 위협으로부터 평화로운 한반도를 염원하는 녹색연합의 생명평화의 가치와 지향이 반영되어 있는 내용이다. 또한 남누리, 북누리를 아우르는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보전하여 미래세대에게 한반도 녹색공동체를 물려주고자 하는 사명의식을 강령에 담고 있다.

95년 북한은 대홍수로 심각한 피해와 식량난을 겪었다. 95년, 96년 연이은 홍수재난으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다. 북한이 85년 남한의 홍수피해에 대해 구호물자를 보낸 이래 처음으로 95년 남한은 쌀 15만 톤을 북한에 지원하는 계기가 되었다.

같은 해 10월 20일부터 사흘간 우리는 태국 방콕에서 분단 이후 첫 남북환경회의를 열고 있었다. <환경과 개발에 관한 동아시아 환경회의>라는 이름으로 녹색연합, 북한 조선반핵평화위원회, 미국 노틸러스연구소, 태국 제3세계연구소,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소가 주관한 다자간회의였지만, 주최측 모두 남북한 환경회의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여 마련한 장이었다. 지금 유엔아태경제사회이사회 동북아사무소에서 일하는 있는 남상민박사가 당시 활동가로 일하면서 북한에 재생에너지 지원 등을 위해 북한을 여러 차례 다니고 있던 노틸러스연구소의 피터 헤이즈 소장, 아시아 시민운동 지도자 월든 벨로 박사 등을 만나 상의하면서 성사시켰다. 북녘에 사는 동포를 만난다는 것도, 그 숱한 정치군사 의제가 아니라 남북환경의제를 다룬다는 것으로도 잔뜩 설레였다. 100년 만에 왔다는 북녘의 홍수피해를 걱정하며 심심한 위로를 전하면서 자연스레 남북의 산림훼손문제가 토론주제가 되었다. 북에서 온 전문가는 식량증산을 위한 자연개조사업으로 다락밭개간, 연료를 얻기 위한 산림벌채 등의 산림훼손이 홍수피해를 더욱 가중시겼다고 했다. 우리는 회의에서 한반도 그린플랜 공동수립의 필요성, 한반도 환경공동체선언을 제안하였고, ‘남북이 한반도에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뜻을 나누었다. 첫 만남으로 서로를 모색하는 자리이기에 세부 의제를 다루기는 힘들었지만 분단의 장벽을 훌쩍 넘어서는 느낌이었다.

이 회의 이후 후속작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만 우리만의 짝사랑은 계속되었다. 94년 북미기본합의에 따라 북한 핵개발 동결 대신에 경수로발전소를 지어주는 케도사업이 97년부터 본격화되자, 우리는 경수로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며 남북한 전력계통연계망 구축 및 지역 분산형 재생에너지 개발과 지원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97년 초 대만정부의 핵폐기물 북한 반입계획이 알려지자 한반도를 핵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려는 대만정부의 부도덕성을 규탄하며 대만 항의방문과 현지 단식투쟁을 하다 강제 추방당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2000년 남북정상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청사진이자 남북화해협력 실천선언인 6.15 공동선언을 채택하였고 남북간에 화해와 협력의 시대흐름이 형성되었다. 대북인도주의 지원사업 등 민간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이 활력을 얻기 시작하였다. 6.15공동선언을 실천하는 6.15시대를 만들어가자는 남북의 뜻이 모여 2005년 3월 6.15공동선언실천민족공동위원회가 금강산에서 결성되었다.

시민사회 인사로서 백낙청선생이 남측을 대표하여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백낙청선생은 ‘한반도 통일문제를 회피하거나 결벽증세를 보이고 있는 시민운동이 시민사회 보편적 가치를 분단체제 극복과정에서 구현하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며 시민참여형 통일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평소 남북문제에 무관심하던 시민단체, 환경단체들이 한반도적 시각을 갖고자 결합했다. 2005년 6월초 늦봄이 끝나갈 무렵 백낙청선생을 모시고 북측위원회를 만나 6.15 공동선언실천 5주년 기념 공동행사를 협의하기 위해 평양에 들어갔다. 자연스런 경관과 맑은 공기가 살아 있는 깨끗한 평양시내가 매우 인상깊고 반가웠다. 대동강 변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으로 점심만찬을 마치고 대동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담소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이 때 북측 인사가 대동강의 푸르름을 자랑하며 한강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봄철을 지나온 대동강은 육안으로 보기에도 부영양화가 심각한 녹조상태를 보이고 있었다. 최근 오염원의 증가와 오염정화시설의 미흡으로 대동강 수질오염상태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대동강 수질개선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후 2006년 봄, 개성에서 북측의 환경분과위원회와 남측의 환경단체 실무대표들의 모임을 갖고 대동강 수질개선을 위한 협력사업, 한반도 생태축인 백두대간, 비무장지대보호를 위한 공동사업, 남북산림복원과 나무심기, 남북환경협력을 위한 정례회의 등 중요한 의제와 실천방안을 나누었다. 그 뒤로도 몇차례 생각을 나누는 교류만 있었을 뿐 모두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2007년 남북정상은 남북평화와 공동번영의 세부과제를 담은 10.4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등 서해상 남북 군사분쟁지역이 평화협력지대로 전환하는 기회가 마련되는 듯 했다. 남북을 오가는 백령도 점박이물범의 서식지를 ‘서해물범생태평화공원’으로 지정ㆍ관리하며 서해를 녹색공존의 바다로 만들자는 제안과 기대감도 일었다. 지금 남북관계는 꽉 막혀 있다. 대북인도주의 지원사업마저도 천안함 사고이후 정부의 5.24 조치로 차단되어 있다. 올해도 북은 홍수피해를 크게 입었다.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북에 5천 톤의 쌀을 수해 지원한다. 우리나라 쌀 재고량이 149만 톤이라니 통 크게 지원해도 좋을 만한데 인도주의 지원 앞에도 정치군사명분을 앞서니 안타깝다. 생명의 쌀을 나누며 남북간에 평화의 기운이 재개되었으면 좋겠다. 출구가 없는 듯 막혀 있던 남북관계가 풀려, 남북환경협력을 위해 나섰던 길이 다시 열리고 한반도 녹색공존의 미래를 준비하는 분주한 날들이 오기를 바란다.

녹색연합 창립 20주년을 맞아 4월부터 12월까지 녹색운동의 주요한 바럴음을 돌아봅니다.

글 : 김제남 (녹색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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