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생태지도] ① 서부 습지지역

2007.09.27 | DMZ

– 비무장지대: 경기도 파주군 장단면~군내면~진서면~연천군 장남면~백학면~왕징면
– 민통선 지역: 경기도 파주군 장단면~군내면~진동면~장남면~백학면

개성에서 흘러내린 사천강이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을 따라 흘러와 임진강에 섞인다. 사천강·사미천 등의 하천을 따라 평원 곳곳에 습지가 발달했고, 생물다양성도 풍부하다. 개성공단이 들어서 비무장지대의 대표습지인 사천강이 오염되고 있고, 주변 생태계도 위협받는 중이다. 경의선 철도와 도로가 비무장지대~민통선을 관통해 남북을 연결한다. 민통선의 구릉성 산지와 그 사이의 공간이 대부분 농지로 이용되거나 조성 중이다. 대성동 자유의 마을은 비무장지대 안에 있으며, 파주 통일촌과 해마루촌은 민통선 안에 있다. 파주 장단면부터 연천 장남면 고랑포리까지는 임진강의 물줄기가 민통선의 경계가 된다. 임진강을 따라 무너진 옛 고구려의 성채가 발굴된다.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무덤이 있다.

디자인 장광석

비무장지대 여행의 출발은 물에서 시작된다. 바다처럼 드넓은 임진강 하류에서 비무장지대의 철책은 빈틈없이 견고한 모습으로 끝없이 이어진다. 파주 장단반도에서 철책선 너머 비무장지대 전면에는 사천강의 습지가 드넓고 아득하다. 경의선과 도라산 전망대까지, 야트막한 언덕을 휘돌아 임진강으로 흘러드는 물줄기는 예외 없이 너른 습지를 거느리고 있다.

국내 제일의 종다양성
통일대교를 지나 민간인통제선(민통선) 북방 지역의 평평한 땅은 이미 농지로 개간된 지 오래다. 이런 흐름은 파주 장단에서, 군내면·진서면·진동면을 거쳐 연천 장남면·백학면까지 이어진다. 주로 논이 많고, 콩밭과 인삼밭도 있다. 야트막한 야산으로 내리 달리던 비무장지대는 사천강에서 드넓은 평원과 습지를 펼쳐낸다. 사천강을 중심으로 동쪽 언덕 주변의 철책에서 바라보면 옛 연백평야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전쟁 전 이 평야에 기대 파주, 연천, 개성 사람들이 삶을 유지할 수 있었다. 사천강 본류에서 보면, 강물의 너른 품이 얼마나 비옥하고 넉넉한지 알 수 있다.

사천강을 지나면서, 철조망 앞에는 제법 틀을 가춘 산지 지형이 나타난다. 그 시작점은 고왕산(355m)이다. 지형은 산지이지만, 숲은 빈약하다. 나무보다 흔한 것은 칡넝쿨 군락이다. 그나마 있는 숲은 참나뭇과의 신갈보다는 굴참, 상수리, 떡갈이 흔하고 일부 아까시도 있다. 숲이 초라한 것은 해마다 봄이 되면 발생하는 산불 때문이다. 매년 불나고 회복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숲은 초지부터 키 큰 나무 까지 다양하게 어우러진 모습을 띠게 되었다.

서쪽 사천강부터 파주, 연천, 철원 김화를 거쳐 원동면의 북한강에 이르기까지 온전하게 울창한 숲이 지역 전체를 뒤덮고 있는 곳은 없다. 그 때문에 일부에서는 비무장지대 생태계에 대해 “별게 없다” 거나 “허구의 신화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본질은 다르다.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구분해야 하고, 눈에 보이는 것도 여러 관점에서 나눠봐야 한다. 숲은 산불 피해를 치유하며 역동적으로 변모하는 과정에 있다. 겉보기에는 빈약하지만, 어느 생태계보다 역동적이다. 생물다양성이 어느 지역보다 높다. 자연생태계의 장점인 포유동물과 조류만 봐도 국내 제일의 종다양성을 지니고 있다.

산불의 흔적이 이어진 구릉의 흐름 속에서 큰 물줄기를 만나게 되니, 분단의 한과 정서가 집약된 임진강이다. 비무장지대, 민통선과 관련된 역사와 문화도 북한강 쪽보다 훨씬 풍부하다. 북한강이 원형의 하천이라면 임진강은 주민들과 함께 흘러온 희로애락의 하천이다.

임진강을 건너면서 산세가 좀 더 뚜렷해진다. 천덕산 일대까지 제법 옴팡진 산세를 빚어놓았다. 산의 구석마다 너른 골이 형성되고, 마을과 농토의 흔적에는 세월의 나이테가 고스란히 묻어있다. 특히 주목되는 곳은 육군 5사단 열쇠전망대에서 조망할 수 있는 복개평야다. 역곡천의 지류 또는 상류에 해당하는 곳으로 연천 신서면 일대다.

전쟁이 터지지 전까지 비무장지대 서쪽 끝 사천강에서 철원 남대천을 아우르는 지역은 그저 평범한 농지였고 마을이었다. 전쟁이 터지면서 변해갔다. 특히 논농사를 지었던 곳은 습지로 남은 곳이 많다. 경관적으로 매우 이채로운 곳이다. 지구상에서 농지의 흔적이 이렇게 곳곳에 흩뿌려져 있는 곳은 비무장지대뿐이다. 버려진 논두렁·밭두렁마다 작은 생명들이 들끓고 있고, 국제 사회가 주목하는 동북아 특산종인 고라니를 비롯해 겨울이면 각종 철새가 몰려든다. 텃새와 양서·파충류와 곤충도 많다.

* 본 사진과 글은 한겨레 21과 공동기획한 내용입니다.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